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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을 징벌하기 위해 군대를 일으키며 임금에게 올리는 글이 출사표(出師表)다. 이중 가장 유명한 것은 역시 제갈량(諸葛亮)이 위나라를 토벌하기 위해 떠나면서 촉한(蜀漢)의 2대왕 유선(劉禪)에게 바친 표문(表文)이다. 서기 227년의 일이다.

그리고 이듬해인 서기 228년 제갈량은 두 번째 출사표를 유선에게 올린다. 전년의 1차 원정이 실패로 끝났기 때문이다. 후세에선 이러한 두 개의 출사표를 ‘전출사표’와 ‘후출사표’로 구분한다. 모두 문장과 내용이 뛰어나지만 그중 전출사표는 진(晉)나라 이밀(李密)이 무제에게 올린 진정표(陳情表), 당(唐)나라 사상가 한유가 쓴 제십이랑문(祭十二郞文)과 함께 중국 3대 명문 중 하나로 꼽힌다.

전출사표에서 제갈량은 삼고초려로 자기를 기용한 유비에 대해 각별한 마음을 표시한 뒤, 그의 아들인 유선에게 올바른 치국의 길이 무엇인지 눈물로 진언하는 글을 적고 있다. 후출사표엔 삼국통일의 대업을 위해 국궁진력(鞠躬盡力·몸을 굽혀 최선을 다한다)하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두 출사표 모두 승산이 희박한 전장에 나설 수밖에 없는 제갈량의 비장하고 솔직한 심정이 잘 나타나 있다.

그래서 예부터 경기나 경쟁 따위에 참가의사를 밝힐 때 으레 사용한다. 또한 ‘올린다’는 표현보다 ‘던진다’는 표현을 주로 사용하고 있다. 표문(表文)이라는 뜻이 원래 높은 사람에게 올리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언제부턴가 던지다로 변형된 것인지 모르지만, 특히 선거철만 되면 후보자들이 출마의 변을 말할 때 자주 인용한다. 후보가 유권자로부터 선택을 받아야 하는 처지임을 감안하면 적반하장이라는 생각이 들어 어쩐지 어색하다.

6·4지방선거 100일을 앞둔 요즘 출사표가 난무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출마자들이 던지는(?) 출사표엔 본래의 뜻처럼 내용이 그리 비장하지 않다. 또 제갈량의 그것처럼 사람들의 마음에 와 닿지도 않는다. 그래서 내용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사람도 얼마 없다. ‘아님 말고’식의 명예욕을 채우고 권력을 누리기 위해 나서는 개인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으로 선거판에 뛰어들 요량인 출마자가 있다면 지금이라도 출사표를 거두는 것이 현명하다. ‘유권자들이 좋은 말 할 때’ 말이다



/정준성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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