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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투화풍(妬花風)

소한(小寒)에 부는 바람을 매화풍(梅花風), 3월 춘분(春分) 무렵에 부는 바람을 해당풍(海棠風)이라 한다. 그리고 그 닷새 후엔 이화풍(梨花風)이 불고, 곡우(穀雨)에 마지막으로 연화풍(蓮花風)이 불면 입하(立夏)로서 여름이 시작된다는 말이 있다.

중국 고대 풍속지인 세시잡가에 나오는 것이다. 그래서 3·4월에 부는 바람을 꽃바람이라는 뜻의 화풍(花風)이라 했고, 이런 화풍을 ‘봄을 전한다’ 해서 화신풍(花信風)이라고도 불렀다.

하지만 호사다마(好事多魔)고 좋은 일에는 질투가 있다고 했던가. 봄을 전하는 것을 방해하는 바람도 있다. 화풍 중에도 ‘꽃을 시샘하는 바람’ 투화풍(妬花風)이 있으니 말이다. 요 며칠 투화풍이 불어서 그런지 기온이 급격하게 떨어지면서 어제는 눈까지 내렸다. ‘꽃샘추위’란 말이 새삼 어울리는 일기의 연속이다.

‘꽃샘추위에 설늙은이 얼어 죽는다’는 우리나라 속담이 있다. ‘설늙은이’ 즉 자기 나이도 모르고 방심하는 사람이 꽃샘추위에 당한다는 뜻이다. 중국 속담엔 ‘춘동골두 추동육(春凍骨頭秋凍肉: 봄추위는 뼈가 시리고, 가을 추위는 살갗이 시리다)이란 말이 있다. 겨울의 길목인 가을보다 가는 겨울의 횡포가 더 심하고 맵다고 해서 생겨난 말이다. 이 같은 꽃샘추위를 영어에서는 ‘봄추위(spring cold)’ 또는 ‘마지막 한파(the last cold snap)’로 표현한다.

꽃샘추위는 무언가 성취하기 전에 겪어야 하는 마지막 시련의 은유이기도 하다. 겨울은 갔어도 봄을 도모할 때는 신중해야 한다는 깊은 의미도 담겨 있다. 해서 꽃샘추위는 현실을 극복해야할 때 자주 인용되기도 한다. 또한 봄을 봄 같지 않게 하는 꽃샘추위가 닥치면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라고들 한다. 당나라 시인 동방규가 전한(前韓) 원제의 후궁이었지만 화친 목적으로 흉노의 왕에게 정략적으로 시집보내진 절세미인 왕소군(王昭君)의 안타까운 심정을 대변해 지은 시에 나오는 구절로서 원래 봄이 와도 고향에 가지 못하는 향수(鄕愁)를 뜻한다.

요즘 날씨만 썰렁한 것이 아니다. 세상도 으스스하다. 취업과 살림살이가 그렇고 나아지길 바라며 하루하루를 버티는 우리네 삶이 그렇다. 꽃샘추위가 지나면 진짜 봄은 오려나….

/정준성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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