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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이 나라의 어른인 것이 부끄럽다

나라 전체가 그렇지만 특히 사고 당사자들은 지금 이른바 ‘멘붕(멘탈 붕괴)상태’다. 극심한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 그들과 직·간접적 관련이 없는 안산시민들도 정신적인 고통을 호소하며 말이 없어졌다. 평소 흥청거리던 밤거리는 조용하다. 안산 중앙역 앞거리 등 시내 곳곳엔 실종된 단원고 학생들과 교사의 무사귀환을 기원하는 시민들의 메시지가 가득하다. 그 가운데 안산 중앙역 앞 희망의 줄에 설치된 글귀가 가슴을 찌르고 눈물샘을 자극한다. ‘어두운 곳에 있게 해서 미안해. 부디 무사히 돌아와 줘. 수학여행 끝났으니까 어서와.’

그렇다. 이 땅의 어른들은 그저 미안하고 부끄러울 뿐이다. 수학여행이 끝났어도 돌아오지 못하는 아이들, 차갑고 어두운 바닷물 속에서 애타게 가족과 친구를 그리워하고 있을 그 아이들을 생각하면 우리는 모두 죄인일 뿐이다. 사고가 났지만 신속히 구조하지 못했다. 제일 먼저 승객들을 챙겼어야 할 선장을 비롯한 선박직 선원들은 승객보다 제일 먼저 안전하게 탈출했다. 오히려 나이어린 임시직 여성승무원이 자신의 구명조끼를 학생에게 주는 등 끝까지 승객들을 챙기다 희생됐다. 젊은 여교사는 아이들을 탈출시키고 자신은 끝내 물에 갇혔다.

사고 발생 후 정부의 대처도 선진국답지 못했다. 시신이 뒤바뀌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할 정도다. 실종자 가족들은 바닥에 앉아 넋을 놓고 있는데 한 나라의 장관이라는 사람이 의료테이블에 있는 약품들을 치우고 의자에 앉아 라면을 먹고, 청와대 대변인은 ‘라면에 계란 넣어 먹은 것도 아니고…’라며 두둔했다. 서울시장 정모 예비후보의 아들은 ‘미개’ 운운하며 실종자 가족들을 조롱했다. 새누리당 권모 의원은 실종자 가족을 ‘행세하는 선동꾼’이라고 호도했고 이른바 보수논객을 자처하는 지모씨는 세월호 참사를 ‘시체장사’에 비유했다.

세월호 침몰사고 실종자 가족이 모인 진도 실내체육관 입구에 붙은 ‘어쩔 수 없는 어른이 되지 않겠습니다’라는 자원봉사 여대생의 대자보는 기성세대의 무능과 무책임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부끄러운 어른들의 행태와 달리 기특한 아이들도 있다. 지난 22일에 이어 26일에도 세월호 성금모금 바자회를 여는 한일초등학교 5학년 학생들이다. 한일타운 아파트 입구에 자발적으로 중고품 좌판을 벌이고 성금을 모금하는 아이들을 보면 이 나라의 미래가 어둡지 만은 않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부탁한다. 앞으로라도 부끄러운 어른은 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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