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출인생 43년만의 수모다. 조기종영은 내가 방송사에 제안했다"
"우선 내년 2월 말까지 42회를 방송한 뒤에 시청률 추이를 지켜보기로 했습니다. 연출 인생 43년만에 이런 수모는 처음입니다."
시청률 부진으로 조기종영설에 시달려 온 SBS `왕의 여자'를 연출하는 베테랑 PD 김재형 감독은 `왕의 여자'의 향후 운명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김 감독은 `용의 눈물' ,`여인천하' 등을 만들어낸 최고의 사극 전문 PD로 그동안 TBC를 거쳐 KBS에서 1996년 정년퇴직하기까지 `사모곡',`한명회',`왕도' 등 250편의 사극을 다듬어냈다.
김 감독은 "워낙 시청률이 안 나와 조기종영하는 게 좋겠다고 제가 먼저 SBS에 제안했어요. 상업방송 TBC 출신으로 드라마 제작국장까지 한 사람으로서 광고주와 시청률이 상업방송에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지요."라고 말했다.
SBS는 이와 관련해 지난 9일 제작회의를 열어 내년 2월까지 40회 이상은 방송한 뒤에 시청률 회복세를 보아가며 드라마 방영 연장 여부를 결정한다는 공식 방침을 세웠다.
다음은 김 감독과 나눈 일문일답.
--조기종영을 먼저 제안한 이유는.
▲상업방송 TBC 출신이라 광고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안다. SBS가 이 드라마로 겪는 어려움을 잘 알고 있다는 뜻이다. 12월이면 광고주들이 계약을 갱신하는 시기로 광고주들의 이동도 심해지기 때문에 내가 책임을 지고 드라마를 마무리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40부 이상 방영으로 결정됐는데.
▲처음에 SBS가 만류를 많이 했다. 이제 갓 20회를 넘어 아직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도 안 됐는데 종영한다는 이야기였다. 주위에서 7%든, 9%든 드라마를 보시는 분들도 국민이고 시청자인데 그분들에 대한 약속을 저버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42부를 가보고 추후 결정하는 것으로 정했다.
--시청률 부진의 원인은 무엇인가.
▲`왕의 여자'는 작품에는 하자가 없다. 드라마를 보는 사람들은 한결같이 재미있다고들 한다. 박종화 선생 원작 `자고 가는 저 구름아'는 지금 작가들이 표현하기 힘든 탄탄한 필력을 자랑하는 신문소설이다. 쿠데타로 쫓겨난 광해군이 승자의 기록으로 매도된 측면이 있으므로 진실을 파헤쳐 보자는 기획의도도 있었고, 광해군과 선조 사이를 오가는 개똥이란 인물, 인목대비와 상극적인 캐릭터 차별화, 형제간의 비극 등 극적인 부분이 충분해 (`대장금'보다) 늦게 출발해도 자신이 있었다. 그러나 선발주자가 너무 확실히 자리잡은 뒤에 출발한 것이 지금 생각하면 뭔가 잘못된 측면이 있다. 그러나 이는 핑계일 뿐 모든 게 연출자인 내 책임이다.
--이영애와 같은 대형 스타가 없다는 지적도 있는데.
▲대형 배우가 없는 것도 사실이지만 신인들의 새로운 매력을 끄집어냈을 때 식상한 탤런트보다 신선할 것으로 생각했다.
박선영, 이훈, 김유석, 사강, 이아현씨 등 젊은 연기자와 임동진, 한인수, 이혜숙씨 등 중견 연기자의 관록있는 연기가 조화를 이룰 수 있다고 생각했고 지금도 이점에는 문제가 없다고 본다.
--주위에서는 뭐라고 하나.
▲처음부터 안 보는 사람이 많아 그렇지 드라마를 본 주위분들은 한결같이 재미있다고 평가해 주신다. 그게 희망이다. 드라마는 앞으로 인목대비가 할아버지 같은 선조임금에게 시집오면서 본격적인 재미를 끌어내리라고 본다. 거기에 기대를 걸고 있다.
--MBC `대장금'과 이병훈 PD에 대해 얘기해 달라.
▲음식을 소재로 했다는 것이 이색적이다. 내가 연출했던 `여인천하'가 다뤘던 중종 시기와 같은 시대배경이어서 더욱 관심이 간다. 이병훈 PD는 참 열심히 만드는 후배이며 사명감을 가지고 사극을 만든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하고 싶다.
--앞으로 연출 방향은.
▲우선 42부쯤 끝내도 크게 무리가 없을 만큼 빠른 드라마투르기로 가져갈 것이다. 어제도 작가와 상의를 했지만 빨리빨리 가더라도 갑자기 중단되는 느낌이 없도록 굵직굵직한 스토리 위주로 빠르게 진행해 나갈 생각이다. 지켜봐 달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