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한수’는 특정 시점에서 결정적인 선택을 통해 상황을 반전시킬 때 쓰는 말로 바둑에서 유래했다. 하지만, 신의 한수는 사람들 일상에서도 자주 쓸 만큼 매우 친숙한 표현이다. 그런데 최근 개봉한 영화 ‘명량’을 보면, 영화 속 신의 한수를 찾아볼 수 있다. 이순신 장군은 함선 12척으로 330척의 왜선을 대파했는데, 이는 왜선을 물살이 거세기로 소문난 울돌목으로 유인한 덕이었다. 울돌목으로 유인한 이순신 장군의 계책이 바로 신의 한 수였던 것이다.
대한민국은 지금 위기다. 97년 외환위기 이후 2000년대 중반 카드대란, 08년 금융위기에 따른 세계경제 불황, 그리고 최근의 환율대란까지 경제위기의 연속이다. 이러한 위기 속에서 국가채무는 지난 10년 간 연평균 12.3% 증가율을 기록하며 재정위기를 겪는 남부유럽국가보다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으며, 14년도 복지예산은 105.9조원으로 매년 빠르게 증가하며 국가채무 증가를 부채질하고 있다. 가계부채 1,000조원 시대는 이제 익숙하다.
이런 상황은 지자체도 별반 다르지 않다. 필자의 근무지인 경기도 역시 주택경기 악화, 소득 정체에 따른 세입감소, 보육?복지 수요 증가에 따른 세출증가로 재정자립도는 48%에 불과한 실정이다. 그나마 재정상황이 좋다는 경기도가 이 정도니 다른 지자체는 어떤 상황일지 쉽게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경제상황이 이렇다보니 사회적 불안감도 가중되고 있다. 14년 기준 우리나라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 당 29.1명으로 주요 OECD 국가 중 최고며, 상대적 빈곤율은 90년대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등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저출산 고령화는 빠르게 진행되어, 때문에 지금 당면한 문제 외에도, 향후 핵심노동인구 감소에 따른 성장잠재력 약화, 세대 간 갈등 심화, 사회보장 재정부담 가중 등 만만치 않은 문제들과 마주해야 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신의 한수’다. 330척의 왜군을 울돌목으로 유인한 이순신 장군의 신의 한 수와 같은, 현재 당면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정책들을 찾아야 한다.
첫 번째는 규제개혁이다. 현재 경기도 내 기업 중 64개 업체가 각종 규제로 1조 8,449억원, 일자리 1,398개에 달하는 투자를 하지 못하고 있다. 당장 이러한 규제만 개혁해도 즉시 1조 3,897억원 투자가 가능한 29개 업체가 1,854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
두 번째는 빅데이터다. 피터 드러커의 말처럼, 생산성 경쟁력의 핵심이 공장과 매장의 현장노동자에서 지식노동자로 옮겨가는 패러다임 변화 속에서 정보 활용은 무척 중요하다. 넘쳐나는 정보를 분류·가공·취합하고 이를 적재적소에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런 면에서 경기도가 추진하는 ‘빅파이(Big-Fi) 프로젝트’는 효율적인 정보 활용을 위한 첫 걸음이라 할 수 있다.
세 번째는 복지공동체 형성과 사회적 일자리 창출이다. 최근 사회문제는 일방의 노력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하다. 복지와 일자리 문제도 마찬가지다. 국가 혹은 기업이 아무리 노력해도 현장에 있는 시민의 협조 없이는 문제해결이 요원하다. 주민들끼리 서로 돕고 국가와 기업이 이를 뒷받침하여 과거의 공동체 문화를 회복한다면,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함은 물론 ‘따뜻한 복지 공동체’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영국의 캐머런 총리는 자신을 ‘따뜻한 현대적 보수주의자’로 칭하며 앞으로 우리는 Big Society에서 살아갈 것이라 했다. 즉, 국가가 아닌 사회가, 중앙이 아닌 지방이, 개인이 아닌 공동체가 중심이 되어 각종 사회문제를 해결해 나가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에게 이러한 Big Society가 어떠한 모습으로 다가올지는 아무도 쉽게 예측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각종 규제를 개혁하고, 빅데이터를 활용하고, 복지공동체와 사회적일자리를 창출하는 Big Society가 우리에게 ‘신의 한 수’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