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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공명정대(公明正大)

 

신규임용공무원들의 임용장 수여식이 있을 때마다 느끼는 감정은 남다르다. 그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왠지 모르게 푸른 대나무밭을 보는 느낌이 든다. 다소 긴장되어 경직된 표정을 하고 있지만 신선한 기운과 믿음으로 충만한 눈빛에서 공직사회의 또 다른 희망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그리고 나에게도 그런 시절이 있었던가 하면서 한번쯤은 반추해 보게 된다.

70년대 중반, 여성 신분으로서 공무원시험에 합격한 기쁨, 대견하게 바라보는 부모님과 지인들, 두려움과 설렘으로 가득한 첫 출근, 그리고 어느 곳에 시선을 둘 수가 없어 그저 벽면을 바라보는 순간, 가장 먼저 눈에 들어 온 네 글자, ‘公明正大(공명정대)’라는 휘호는 당시 모든 것이 낯설었던 나를 가장 반겨주는 상사이자 조언자였다.

물론 당시에는 새마을 운동이 한참이어서 자조, 자립, 협동이라는 액자가 여기저기 걸려 있었지만, 사실 그 문구는 학교 다닐 때나 공무원 시험을 볼 때마다 단골 메뉴로 등장한 터에 식상해 있었다. 그러나 오래된 화선지에 누구의 글씨인지는 모르지만 정갈하게 적혀진 ‘公明正大’ 라는 문구는 가슴속에서 긴 여운을 남겼으며 지금도 눈앞에서 아른거리고 있다. ‘하는 일이나 태도가 사사로움이나 그릇됨이 없이 아주 정당하고 떳떳하다’라는 뜻에는 공무원으로서 걸어야 할 윤리와 도덕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 이후 나의 좌우명이 되어버린 이 문구는 39년이 넘는 긴 공직생활을 하는 동안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 올바른 판단의 기준이 되었고 정도를 걷게 하는 반려자가 되었다.

‘公明正大’라 함은 공무를 집행하고 있는 공직자들이라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누구나 가슴속 깊이 되새기며 정직과 절제, 책임과 공정, 준법과 배려 등의 덕목을 포괄적으로 함축한 매우 중요하고 의미가 있는 잠언이라 할 수 있다. 우리는 흔히 지방관리가 갖추어야 할 덕목을 배양하기 위한 필독서의 하나로 조선 말기 학자 정약용(丁若鏞)이 지은 목민심서(牧民心書)를 추천한다. ‘지방관을 각성시키고 백성의 생활 안정을 이루려는 목적으로 쓰였다.’는 이 지침서는 백성을 다스리는 마음의 글로서, 명심보감(明心寶鑑)처럼 공직자의 ‘마음’을 새롭게 하는 글이라고 할 것이다. 그런 연유로 한때 신규 공무원의 교육 교재로써 채택 될 만큼 인기가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한낱 이론적으로 기술된 고서적에 불과 했다. 그동안 공무원들의 근무여건과 행정요건, 그리고 환경적 요소도 많이 변모했지만 공직자의 마음이 그리고 공직자의 몸가짐이 겉과 속이 다르면 아무리 좋은 책, 좋은 명약도 나쁜 피가 흐르는 공직자의 몸에는 백약이 무효인 것이다.

뿐만 아니라 목민심서는 총 12편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편은 다시 6조로 세분되어 있는 등 어렵게 서술되어 있다. 그런 의미에서 ‘公明正大’라는 문구는 간결하면서도 단아하여 나에게 쉽게 접근해 왔던 것이다.

‘公明正大’는 어떤 특정업무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일상의 행정 행위, 즉 각종 인·허가업무를 처리함에 있어 어떤 편견의식과 물리적 청탁, 추상적 해석에서 벗어나 제도적 테두리 안에서 소신과 기준을 가지고 신속 정확하게 처리함이 곧 ‘公明正大’인 것이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늘 처음의 마음가짐으로 살아 갈수는 없는 것이다. 공무를 수행함에 있어 가끔은 본인도 모르게 궤도를 이탈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일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다 저지른 실수에 대하여는 관용을 베풀기도 한다. 그렇지만 공무를 처리함에 있어 ‘公明正大’라는 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요즘 ‘공정사회’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져가고 있다. 평등과 원칙을 달리하는 행정, 사회적 약자에게 차별성을 두는 행위, 공정성을 훼손하는 편법과 특혜, 그리고 도덕적 해이 등을 불공정한 행정행위로 규정하고 관행처럼 이뤄진 불합리한 제도를 타파하자는 일종의 범국민적 운동이다.

‘공정사회’를 이룩하기 위해서는 공직자 모두가 모든 일을 ‘公明正大’하게 처리하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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