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렴은 공조직의 근본이다. 건전한 사회는 정직과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하듯이 청렴이 없으면 공직사회가 유지될 수 없다. 공조직이 깨끗하고 청렴해야 시민이 안심하고 계약, 인허가 등 각종 행정업무를 신뢰할 수 있고 사회도 발전할 수 있다. 과거 부패로 패망한 중국의 장개석 정부의 사례에서 보듯이 청렴은 공직사회를 지탱하는 근본이고 청렴하지 않으면 국가마저 패망의 길을 걷게 된다.
청렴의 사전적 개념을 살펴보면 성품과 행실이 높고 맑으며 탐욕이 없다는 의미를 갖는다. 문제는 탐욕이 없다는 말에 있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어느 정도 탐욕이 있는데 청렴은 개념적으로 이를 부정하니 문제가 생긴다. 맑은 물에 물고기가 살지 않는 것처럼 청렴을 너무 강조하면 사회가 발전하지 않는 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국부론으로 유명한 아담 스미스는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행동이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에 이끌려 국부가 창출된다고 했다. 인간의 이기적 행위, 즉 탐욕을 발전의 원동력으로 본 것이다. 유명한 경제학자 케인즈도 이윤추구를 위한 동물적 야성(Animal Spirit)이 경제활동의 원동력라고 보았다. 이처럼 서구의 경제학자들은 탐욕의 긍정적 측면을 강조하는데, 우리는 탐욕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한다.
이처럼 청렴은 가치적이며 논쟁을 유발하는 개념이다. 그러면 우리는 이런 관점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필자는 동양의 음양사상으로 이들 관점을 모두 포용할 수 있다고 본다. 양은 낮, 밝게 비춤, 공명정대 등을 의미한다. 양이 극에 이르는 정오가 되면 해가 중천에 떠서 모든 세상의 것들이 숨김없이 명백하게 드러나므로 비밀이 없고 공명정대하게 일이 처리된다. 때문에 우리 선조들은 결혼식을 정오에 거행했다.
결혼 사실을 숨김없이 널리 알림으로써 결혼생활이 오래 지속되도록 염원하였던 것이다. 국가의 중요한 정책을 발표할 때도 밝음을 대표하는 오날 오시를 선택했다. 이와 같이 공공부문은 양의 성격을 갖는 것으로서 바깥으로 보여져야 하고 공명정대, 투명해야 한다. 바꾸어 말하면 모든 것이 명명백백하여 탐욕이 전혀 개입되지 않아야 한다.
음은 밤, 어둠, 비밀, 프라이버시, 사적 영역, 휴식 등을 의미한다. 음의 영역에서는 인간의 비밀사가 이뤄지고, 탐욕이나 이기적 행동이 인정되고 이러한 것들을 숨길 수 있다.
결국 음양의 관점에서 보면 공공부분은 철저히 공개가 되고 그 과정이나 절차에 있어서 개인의 탐욕이 철저히 차단되도록 설계돼야 한다. 반면 사적 또는 내면의 영역에서는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 그 이기적, 탐욕적 욕망이나 행동이 철저히 보장되어야 한다. 아담 스미스나 케인즈는 이러한 인간 내면에 있는 이기적 충동과 욕망을 발전의 원동력으로 보았을 것이다.
결국 청렴한 공직자가 되자는 것은 탐욕을 버리라는 것이 아니다. 개인적, 내면적인 면에서는 이기심과 탐욕을 갖되, 공공의 일을 처리할 때에는 철저히 탐욕을 버려야 한다고 이해하면 된다. 공공부문은 양의 영역이니 대낮과 같이 모든 것이 드러나고 공평해야 한다. 의사결정과정에서 특정인의 이기심이나 탐욕이 개입되지 않도록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 조금이라도 어두운 곳, 은밀한 곳이 없도록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이렇게 동양의 음양사상에 비추어 보면 청렴이라는 개념에 반감을 갖거나 반발할 일은 아니다. 동양의 음양사상은 낮과 밤은 완전히 다르니 공공의 일은 대낮처럼 철저히 처리하고 조금이라도 어둠이 없도록 함으로써 사적 영역인 어두운 밤과는 완전히 다르게 구분하여야 한다는 교훈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