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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그림자 금융’의 이해

 

그림자는 홀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실체와 빛이 있어야 그림자가 생긴다. 실체는 금융이고 빛은 규제다. 그림자 금융(shadow banking)은 금융규제가 적용되지 않는 금융이다. 구체적으로는 은행 이외의 기관에 의한 대출이다. 은행은 불특정 다수인으로부터 예금 등의 채무를 부담하여 조달한 자금을 대출하는 것을 주 업무로 한다.

여기서 중요한 개념은 예금과 대출의 차이다. 은행 예금은 주식을 사는 것과 같은 투자가 아니다. 은행은 원금을 돌려줘야 한다. 반면에 대출은 투자이며 떼일 수도 있다. 또한 예금은 언제든지 즉시 돌려줘야 하지만 대출은 일정 계약기간이 있다. 은행은 자본금이 있지만 예금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예금을 한꺼번에 달라고 요구하는 뱅크런이 발생하면 대출의 즉시 회수가 불가능하고 자본금도 턱없이 부족해 당장 부도가 난다.

뿐만 아니라 은행은 다른 은행과 돈을 매개로 복잡하게 얽혀있다. 하나가 흔들리면 전체가 흔들리는 것이다. 금융이 흔들리면 경제가 자빠질 수 있으며 세금이 투입되어야 한다. 그래서 은행은 일반적인 기업에게 적용되는 규제 외에 그들에게만 적용되는 규제로 둘러싸여 있다.

그림자 금융은 규제를 피해 틈새를 파고든 유사 금융이다. 문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세계 그림자 금융의 규모가 엄청나게 커졌다는 점이다. 금융안정위원회(FSB)에 의하면 10년전 26조달러였던 것이 작년 초에는 71조달러로 늘어났으며 글로벌 금융시스템의 1/4이나 차지한다.

특히 중국에서는 2012년 한 해에만 거의 50% 가까이 늘었다.

이렇게 그림자가 득세한 이유는 은행에 대한 규제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더욱 강화된 데 있다. 사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원인도 그림자 금융의 일종인 주택대출채권(모기지증권)의 부실에 있었다. 그림자 금융에 은행이 연루되어 있었고 당국이 이를 방치 또는 무지했던 것이 문제였다. 이를 교훈삼아 각국은 은행에 대해 더 많은 규제를 가하고 있다.

자본금도 더 늘릴 것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투자은행들이 자기계정으로는 더이상 거래하지 못하며 고객을 대신한 거래만 가능하도록 규제가 강화되었다. 이러다 보니 은행들은 대출을 축소하고 있다. 이 틈을 그림자 금융이 파고들어 몸집을 불리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그림자 금융은 2011년 말 기준 1.3조 달러 정도이다. 명목 국내총생산(GDP)과 비슷한 규모인데 미국(1.6배), 유로지역(1.8배), 영국(4.8배)와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규모가 크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세계 경제가 서로 얽혀 있으며 금융은 자본시장 자유화의 확대로 노출의 정도가 커졌고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자본이동의 속도도 매우 빨라졌다. 특히 우리나라는 1990년대 말 외환위기를 계기로 자본시장이 거의 다 개방되었다. 우리만 조심해서 될 일이 아니라는 뜻이다.

각국은 그림자 금융과 은행과의 고리를 끊으려는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그렇지만 아직도 완벽하지는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미국은 아직도 투자자들로 하여금 MMF가 손실 가능성이 없는 것처럼 보일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우리는 그림자 금융의 글로벌 안정성에 대한 주의를 기울이는 데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 국내에서도 어느 자금이 어느 정도의 위험에 처해있는지 늘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한국은행에 부여된 물가안정 외에 금융안정이라는 또 다른 의무이기도 하다.

장자에는 어떤 사람이 그림자를 떼어버리려고 도망치다가 지쳐 죽었다는 얘기가 나온다. 그러면서 그늘 속에서 쉬면 그림자가 없어지는 것을 모르는 어리석음을 말한다.

취지야 다르겠지만 그늘도 또 다른 그림자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이는 그림자 금융에 대한 올바른 대처는 아닐 것이다. 금융위기 이전의 금융자유화라는 조치를 빛을 줄이는 방안에 비유할 수 있다. 이미 실패작임이 드러났다. 현재로서는 금융에 대한 건전성규제는 강화가 대세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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