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위사 돌부처
/김경윤
어머니, 오늘 하루는 좀 쉬세요
헤진 옷 주름진 얼굴이지만
여기 와서 뵈니 참 보기 좋네요
낮이면 산바람도 쐬고
밤이면 월출산 달구경도 하세요
지친 어머니 얼굴 여기서 다시 뵈니
눈물보다 먼저 반가움이 앞서네요
가부좌로 앉아 계신 우리 어머니
사십년 행상길에 갈라진 발바닥
바셀린 바르고 비닐로 동여매어
양말도 제대로 못 신고
늘 누비보선에 절뚝이시던
어머니, 오늘 하루는 좀 쉬세요
말씀 없으셔도 어머니 살아온 세월
흰머리 주름진 얼굴에 가득하네요
금난가사 입지 않고 후광이 없어도
어머니 모습 참 거룩하네요
시인은 무위사 돌부처를 통해 어머니를 읽는다. 흔히 ‘부처’ 하면 거룩하고 신성한 존재를 떠올리지만, 여기에서는 삶의 신산고초를 다 겪고 살아가는 우리네 어머니와 동급이다. 따라서 무위사 돌부처는 ‘헤진 옷 주름진 얼굴’, ‘사십년 행상길에 갈라진 발바닥’, ‘금난가사 입지 않고 후광이 없’는 전형적인 서민 혹은 민중의 화신이나 다름없다. 하긴 부처가 별것이랴. 득도하기 위해 심심산골에 처박혀 불경이나 읽는 그런 존재보다 자식을 위해 평생 제 한 몸 부서지도록 말없이 헌신하신 어머니야말로 진정으로 살아있는 부처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김선태 시인·목포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