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시장·군수협의회(이하 도협의회)가 지난달 31일 화성시 전곡항에서 민선6기 제5차 정기회의를 개최했다. 도협의회는 경기도내 31개 지역 시장·군수들이 참여하는 협의회로 자치단체 간 효율적인 행정을 추진하기 위해 지난 1996년 구성됐으며 정기 분기별 회의를 열고 있다. 이번 정기회의에서는 행자부 권고안인 ‘1만원 주민세 일괄 인상’을 합의했다. 그런데 시쳇말로 무늬만 ‘권고’다.
행정자치부는 주민세 1만원 미만인 지방자치단체에 보통교부세 감액 등의 불이익을 주기로 했기 때문에 지자체들은 울며겨자먹기로 인상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밖에 없었다. 정부는 현재 증가하는 복지비용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세수확보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주민세 인상 압박은 정부가 재정 부담을 떠넘기려는 것이라는 게 지자체들의 인식이다. 따라서 현행 교부금 산정기준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소리가 높다.
또 이날 회의에서는 최근 ‘긴급재정 관리제도’ 반대 입장을 행자부에 제출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 제도는 채무비율이 높은 기초자치단체에 대해 정부가 재정자주권을 제한하겠다는 것이다. 행자부는 지난달 21일 ‘긴급재정관리제도’ 도입을 위한 ‘지방재정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한바 있는데, 지방재정 위기에 대비해 주요 지표 관리를 강화하는 한편 디폴트 위기가 닥치면 중앙정부가 직접 개입해 재정건전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라는 것이다. 하지만 도협의회는 지방자치제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며 강력반대 입장을 밝혔다. 염태영 협의회장(수원시장)은 이날 정기회의에서 “기초연금, 무상보육 등 과도한 복지비로 가뜩이나 어려운 지자체의 재정을 더욱 악화 시킨 상황에서 재정난의 모든 책임을 지자체에 지우려는 것은 어불성설이며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몰론 빚더미에 올라앉은 지자체들도 많다. 그러나 지금 지자체들을 힘들게 하는 것은 중앙정부의 복지비 부담 떠넘기기이다. 현재 지자체의 재정자립도와 재정자주도는 각각 45.1%, 68.0%로 2013년 이후 계속 하락세지만 사회복지예산(보건예산 포함)은 꾸준히 증가, 전체 지방자치단체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역대 최고치인 27.8%(46조 8천152억원)를 기록했다. 이 제도가 지자체 재정 위기의 안전장치라는 행자부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제도를 만들기 전에 지자체의 자율적 판단을 존중하고 중앙정부 권한·책임을 과감하게 지방으로 이양하는 지방분권이 이뤄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