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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성 칼럼]민낯은 가면을 벗어야만 드러난다

 

‘가면 속의 아리아(원제: The Music Teacher)’. 1988년 만들어진 영화다. 우리에게도 소개되어 흥행에 성공했다. 변성기가 되기 전에 거세를 해서 성인이 된 후에도 여성의 높은 음역을 내는 남성 소프라노 카스트라토의 삶을 다룬 영화 파리넬리의 제라드 코르비오 감독 데뷔작이기도 하다. 세계적 바리톤 호세 반 담이 주연을 맡아서 더욱 유명해졌는데 줄거리는 대략 이렇다.

‘은퇴한 성악가 조아킴은 시장에서 만난 도둑 장에게 노래를 가르치기 시작하고 우여곡절 끝에 테너로 키워낸다. 그러던 어느 날 조아킴의 친구가 방문하여 스코티가 주최하는 오페라 가수 경연대회 초청장을 전한다. 경연대회의 주최자 스코티는 사실 조아킴과 원수처럼 지내는 사이다. 20여 년 전 조아킴과 노래 대결을 해서 진 경험을 갖고 있다. 그는 복수를 위해 아르카스라는 제자를 키워서 조아킴에게 도전하고자 초청장을 보낸 것이다. 스승은 만류하지만 그 둘은 대결장소로 떠난다. 그런데 경연대회에 도착하여 알게 된 사실은 아르카스와 장의 목소리가 놀라울 정도로 똑같다는 것이었다. 이를 알게 된 청중들은 가면을 씌우고 같은 노래를 나누어 불러서 대결할 것을 제의한다. 결과는 마지막 고음부분을 완벽하게 불러낸 장의 승리였다.’

영화 속 장면처럼 가면을 쓰고 노래한다는 것, 편견 없이 바라보라는 이야기다. 요즘 이런 콘셉트의 주말 예능 프로그램 ‘복면가왕’이 인기다. 우스꽝스런 복면을 쓴 가수들이 토너먼트 형식으로 노래 대결을 벌이고, 진 사람은 가면을 벗어서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게 하는 방식이다. 인기의 비결은 아마 외모가 아닌 목소리만으로 진검승부를 펼치기 때문 아닌가 싶다.

가면은 이처럼 편견을 버리게 하면서 신비감을 준다. 그러나 가면은 이러한 순기능만 있는 것은 아니다. 드러내고 싶지 않은 자신의 치부나 진면목을 감추려는 의지가 더 많이 담겨 있어서다. 해서 가면은 ‘인간의 외면과 내면을 분리한다’고도 이야기 한다. 우리사회엔 이처럼 실제 자신을 숨기고 가면을 쓴 채 살아가는 인간들이 너무도 많다.

‘페르소나(persona)라는 말이 있다. 사회생활에서 가면을 쓰고 다양한 모습으로 드러나는 외적인 인격이란 뜻이다. 본래는 로마시대 배우가 자기 배역 가면을 쓰고 연기를 한 데서 유래된 말이었으나, 그것이 점차 인간 개인을 가리키는 말로 쓰이게 된 것이다. 현대인이 여러 가지 일상생활 속에서 상황에 따라 인격을 구분해서 사용한다는 비유적인 의미로 쓰이기도 한다.

사실 이러한 페르소나, 즉 가면이 있기에 개인은 생활 속에서 자신의 역할을 반영할 수 있으며, 자기 주변 세계와 상호관계도 맺을 수 있다. 또한 자신이 원하는 것과 사회적 요구 간의 타협점도 찾을 수 있다.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가면을 바꿔 쓰지 않으면 생활에 적응할 수 없어 더욱 그렇다. 그래서 심리학자들은 ‘세상을 페르소나만 갖고 살 수 없고, 맨 얼굴로 만도 살 수 없다. 두 가지 얼굴을 적절하고 조화롭게 구분하면서 살아가야 한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심각한 문제도 발생한다. 가면을 자신의 본성과 동일한 것으로 착각하는 게 그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성공이나 권력, 자신의 탁월한 외모를 자기 자신으로 오인하고 있다가, 권력을 잃게 되고 사업에 실패하면 곧 자기 자신이 무너지고 사라진 것으로 인식한다는 것이다. 이것을 페르소나의 팽창이라고 말하는데, 대부분 열등감에 빠지거나 사회에 적응을 하지 못하기 일쑤다. 이들은 ‘사람들은 내 본모습을 모른 채 점점 더 내게 실제 이상의 기대를 하는데, 언젠가는 저들을 실망시킬 게 틀림없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린다고 한다. 그리고 성공한 사람들 사이에 이런 감정에서 자유롭지 못한 사람이 의외로 많다고 한다. 사회에 첫발을 디뎠을 때부터 누구에게나 인정받는 자리에 올라섰을 때까지, 항상 자신의 원래 모습인 무능력함이 드러날까 봐 전전긍긍하고 성공을 거두고도 멈추지 않는 것 또한 일반적이다. 이렇듯 자신은 원래 자격이 없는데 주변 사람들을 기만하여 이 자리에까지 오게 되었다는 불안 심리를 ‘가면 증후군’이라고도 하는데 이런 사람들일수록 자신의 위치나 자리에 지나칠 정도로 집착한다는 것이다. 최근 경영권 승계 문제로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는 롯데그룹의 삼부자가 혹 이런 증후군을 겪고 있는 것은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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