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경기도내 6개 지자체(부천·화성·김포·의정부·양주·광주시)를 비롯한 전국 9개 지자체를 선정해 내년부터 책임 읍·면·동제도를 실시하기로 했다. 이 제도는 읍·면·동장이 권한과 책임을 가지고 본래 기능에 더해 본청의 주민밀착형 기능까지 함께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읍·면·동장은 5급직이지만 책임 읍·면·동장은 4급으로 직급이 상향 조정된다. 이 제도의 기본 취지는 행정동 2~3개를 1개 동으로 통·폐합해서 구청과 기존 동과의 중간 기능을 수행하고 지자체 본청의 권한 일부를 동에 이양, 수준 높은 행정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대동제(大洞制)’라고도 불린다.
이 제도는 지난 1997년 7월14일 경남 창원시가 전국 최초로 실시했다. 당시 창원시는 인구 50만 명을 채워 행정구를 설치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전자주민카드나 사무 전산화로 인한 동의 업무량 감소, 행정 조직 및 계층 구조 감축 예상, 동의 새로운 기능 설정과 강화 요구’ 등의 사유로 대동제를 시행하게 됐다. 하지만 이 제도는 곧 사장됐다. 거대동 탄생에 따른 행정비효율 및 최일선 주민복지행정의 차질이 발생함에 따라 폐지한 제도인 것이다. 2008년에도 행안부가 도입을 검토하다 지자체 반발로 무산되면서 사실상 사장됐었다.
그런데 정부는 다시 이 제도를 도입했다. 지난 5월13일 시흥시가 구도심인 대야동과 신천동을 하나로 통합한 ‘대야·신천 대동 행정센터’를 전국 최초로 개청한 데 이어 군포, 원주에도 시범 도입했다. 이어 도내 부천·화성·김포·의정부·양주·광주시와 전남 순천·광양시, 경북 경주시 등도 내년부터 시행하기로 한 것이다. 행자부는 ‘본청 권한을 동주민센터로 이양, 주민이 행정업무를 처리할 때 시청과 구청, 주민센터 3곳을 찾아야 하는 번거로움을 없애기 위해 책임 읍·면·동제를 추진 한다’고 밝히고 있지만 문제가 있다.
부천시는 일반구를 해소하고 10개의 책임동을 도입한다. 그러나 행정업무는 늘어나는 반면 인력 충원은 사실상 전무하다. 업무 과부하가 불 보듯 뻔하다. 행자부가 책임 읍·면·동제를 내세우며 지자체를 길들이려 한다는 비판도 있다. 일반구 신설이 가능해진 50만 도시들에게 도입을 사실상 강요하고 있다는 불만의 소리도 들린다. 수원·고양·성남·용인 등 ‘100만 이상 특례시 요구를 막으려는 꼼수’라는 혹평도 있다. 물론 대동제가 필요한 곳도 있으므로 일괄적 추진보다는 철저하게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