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사의 고비를 넘기며 탈북하여 남한사회에 정착하며 살아온지도 이제 만 3년이 다 되어 갑니다. 패기있게 시작한 정착생활은 생각보다 만만치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 중에서도 가장 어려운 문제는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시작이 되더군요.
모든 부모의 마음이 그렇겠지만 살면서 가장 중요한 것이 자식의 미래인데 하나뿐인 아들이 작년 어느 날 학교에서 돌아와 하루 종일 우울해 있는 것입니다. 조용히 물어보니 특유의 말투 때문인지 같은 반 친구들이 ‘북한아이’라고 부르며 잘 어울려 놀아주지 않는다고 하였습니다. 그 말을 듣고 말로만 듣던 학교폭력의 피해자가 우리 아이라는 생각이 드니 사는 게 바빠 아이에게 너무 신경써주지 못한 것 같은 죄책감에 며칠간 잠도 잘 오지 않았습니다.
그 무렵 군포경찰서 신변보호관님의 전화를 받게 되었고 이 문제를 의논하게 되었습니다. 담당 신변보호관님은 청소년기 아이는 관심을 가지고 잘 지켜봐줘야 한다며 마침 탈북아이들을 위한 꿈자람교실이 운영되고 있는데 매주 일요일 오후에 경찰서로 아이를 보내줄 수 있겠냐고 물어보셨습니다. 일요일에도 가끔 일을 나가면 아이 혼자 집에 보내는 시간이 많은 터라 차라리 경찰서에 보내면 안심이 될 것 같아 올해 4월부터 매주 일요일 경찰서 꿈자람교실에 보내게 되었고 그 때부터 참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꿈자람교실을 통해 수학 교습을 받으며 학업에 대한 관심도 생기게 되었고 경찰관님들과 학교생활에 대한 지속적인 상담으로 친구들과의 관계에서도 자신감이 생겨 집으로 놀러오는 친한 친구도 생겼습니다. 무엇보다 예전에는 볼 수 없었던 밝은 미소를 보니 얼마나 감사한 마음이 들던지요.
이제 장래희망을 물어보면 서슴없이 경찰관이 되겠다고 말하는 아들을 보며 진심을 다해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