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
/고경숙
엄마가 벗어놓고 간 치맛자락에서
내 울음 몇 조각 주워들고
이모 손에 이끌려 유치원에 갑니다
주머니에 넣어 온 그 울음조각 만지작거리는데
이모가 손을 잡아끌며 재촉합니다
우리들은 종일 놉니다
해가 뉘엿해질 때까지
엄마와 닮지 않은 이모들이
데리러 오나 내다보며
저녁이면 퇴근하는 이모
내 빠이빠이가 이모를 보내고
소파에 앉으면
이모가 벗어놓고 간 앞치마에
내 울음조각 또 몇 개 묻어 있습니다
- 고경숙 시집 ‘혈穴을 짚다’
기존 남성중심의 사회에서 이제는 여성 참여도가 높은 시대가 되었다. 이러한 의식변화로 우리네 삶의 방식도 많이 달라졌다. 젊은 부부들의 맞벌이가 늘었다. 하지만 태어난 아이들을 위한 육아법은 아직 속 시원히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우리 주변에서 늙은 부모가 손주를 돌보는 모습이나 출근을 하는 엄마 대신 이모라는 이름의 육아도우미의 손을 잡고 유치원에 가는 아이를 보는 일은 흔하다. 날마다 엄마가 벗어놓고 간 치맛자락에서 주워온 내 울음 몇 조각 만지작거리며 해가 뉘엿해질 때까지 이모를 기다리는 아이, 엄마와 닮지 않은 그 이모를 따라 돌아온 집에서 저녁이면 퇴근하는 이모에게 손을 흔들고 소파에 앉아 홀로 엄마를 기다리는 아이, 우리는 이러한 아이의 마음을 헤아려 본 적 있는지, 그 허전함의 깊이를 가늠해 본 적 있는지, 엄마가 아이의 손을 잡고 출근한 직장에서 언제든지 내 아이가 놀고 있는 모습을 보는 그런 육아시설이 절실히 필요해지고 있는 때다.
/서정임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