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끝에 국민의힘 새 지도부가 출범했다. 찬탄이냐 반탄이냐, 누가 더 윤어게인을 강하게 밀어부칠 수 있냐, 여기에 더 해 극우유튜버 전한길 문제까지 시대착오적이고 볼썽사나운 논란만 거듭됐지만, 전당대회 내내 거친 언사로 선명성 경쟁을 주도한 장동혁 후보가 선택됐다. 국민의힘 당대표 선출제도 때문에 가능한 결과다. 국민의힘은 2022년까지 당대표 선출시 국민여론 30%를 반영해왔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자 돌연 국민 참여를 원천적으로 배제하고 당원만 참여 가능한 것으로 바꿨다. 국민여론은 무시되고, 극우유튜버와 특정종교집단을 기반으로 한 극렬당원들의 영향력이 커졌다. 당연히 누구나 반탄 후보의 승리를 예상했고 결과도 같았다.
국민의힘 새지도부는 이제 시선을 돌려야한다. 대한민국 보수정당 역사상 최악의 위기를 겪고 있는 국민의힘이 살 길은 시선을 돌리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국민의힘 전당대회 유권자와 일반 국민의 시각차이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정치는 최종적으로 국민여론과 투표로 완성된다. 역설적이게도 극렬당원들의 지지를 얻어 당선된 장동혁 대표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그들을 버려야 가능한 일이다. 이미 12.3 비상계엄의 위헌·위법성은 헌법재판관 만장일치로 결론난지 오래고, 3대 특검은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의 불법적 국정농단 증거를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다. 이 상황에서도 장동혁 대표가 전당대회와 같은 기조로 당을 이끌어간다면 필패다. 특히 국민의힘 핵심관계자들이 특검 주요피의자로 조사를 받고 있는 것은 장동혁 대표가 쉽게 볼 일이 아니다.
지난 27일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이 민중기 특별검사팀에 소환돼 13시간 넘는 조사를 받았다. 권 의원은 2022년 1월 통일교 윤영호 전 세계본부장으로부터 1억원을 받고, 같은 해 2~3월 한학자 통일교 총재를 방문해 큰절을 하며 쇼핑백을 두차례 받아 갔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또한 2022년 대선을 앞두고 통일교 자금 2억여원이 국민의힘으로 흘러간 정황과 2022년 11월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통일교 신도를 대거 입당시킨 정황을 특검이 확보해 권 의원의 개입 여부를 수사중이다. 만약 사실로 드러난다면 단순 개인비위를 넘어 위헌적인 범죄다. 권 의원은 한학자 총재 및 통일교 간부들을 만난 것은 맞지만 돈은 받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검찰이 ‘건진법사’ 전성배씨와 통일교의 검은 거래를 수사하면서 통일교 신도 동원 의혹이 드러났고, 특검이 권 의원의 구체적 혐의를 발견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특히 권 의원이 비상계엄 이후 차명폰으로 윤영호 전 통일교 본부장과 여러차례 연락한 정황을 특검이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구속기소된 윤 전 본부장의 혐의 중에는 금품 전달 대가로 권 의원으로부터 한 총재의 원정도박 의혹 관련 경찰 수사 정보를 전달받았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윤 전 본부장은 특검에 ‘권 의원 주선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을 독대해 통일교 현안을 전달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구체적인 정황과 진술, 증거가 속속 드러남에도 불구하고 권 의원은 부인하고 있고, 국민의힘은 야당탄압이라는 주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권 의원 외에도 국민의힘 여러 의원들이 피의자로 특검 수사대상에 올라 있다. 윤상현 의원은 김건희씨 공천 개입 의혹, 양평군수를 지낸 김선교 의원은 김건희씨 일가의 개발 특혜 의혹, 추경호 전 원내대표는 비상계엄 해제 의결 방해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특히 국민의힘은 법원에서 정상적으로 발급받은 압수수색 조차 거듭 물리력을 동원해 막고 있다. 온당치 않은 일이다. 만약 여러 가지 중대한 의혹들이 사실이 아니라면 압수수색에 당당히 임하는 것이 공당의 자세다.
새로운 진용이 들어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가 성공하는 길은 국민의 공감을 얻는 방법 뿐이다. 윤석열 정부 당시의 위헌·불법적인 일들과 절연해야한다. 최우선적으로 특검 수사에 당당하게 적극 협조하는 모습부터 보여야 할 것이다. 그래야 오늘 맞이하고 있는 대한민국 보수정당 역사상 최악의 위기를 모면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