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 공작소
/나혜경
가장 가까운 별과의 불화로 알레르기꽃이 심장에 활짝 폈으니
어깨를 누르는 당신 짐의 무게가 내 손끝까지 저릿저릿 내려왔으니
태풍에 지붕이 날아가 너의 바닥이 다 드러났으니
저녁상에 비늘을 다듬은 날 통째로 올렸으니
사과가 바삭거려서 팬지꽃이 느끼해서 리모컨이 아이를 낳아서
빵이 귀여워서 이불이 못생겨서 물건 값이 네모나서 손잡이가 살아있어서
불투명옆구리공소시효노동조합위선구역질소심능글능글손아귀상상용서의심열쇠, 때문에
삼년 전부터 꽃은 피지 않았어
-계간 아라문학 겨울호에서
살면서 우리는 온갖 불화에 휩싸이지만 그 불화의 어떤 이유이든 따지고 보면 별것도 아닌 이유들임을 나중에야 알게 된다. 그러나 실제 상황이 벌어지면 막무가내로 따지고 싶은 것도 인지상정이다. 우리는 가까운 관계일수록 별 것 아닌 감정에도 쉽게 흔들리곤 한다. 기대감 때문이기도 할 것이고, 믿음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시인의 가슴에 삼년 전부터 꽃이 피지 않은 이유로는 가장 가까운 별과의 불화로 알레르기꽃이 피어서가 가장 커보인다. 그러나 알고 보면 알레르기꽃도 꽃이 아닐까. /장종권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