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야 날아라
/김영주
모처럼 오리들이 넓은 마당으로 나왔다
축축하고 좁아터진 사육장을 벗어나
제 발로 이렇게까지 멀리 걸어 나왔다
코를 찌르는 소독비를 온몸에 뒤집어쓰고
행여 줄 놓칠까봐
뒤엣놈은
앞엣놈을
어디로 가는 줄도 모르고
설레며 설레며
따라간다
차고 맑은 겨울 공기 하도 달고 맛나서
병든 오리도
꽥꽥-
성한 오리도
꽥꽥-
커다란 포클레인 구덩이로
뒤뚱뒤뚱
몰려간다
- 김영주 시집 ‘오리야 날아라’
하얀 오리 떼가 꽥꽥 대는 노란 부리가 소풍을 나간 듯 가볍다. 좁은 사육장에서 넓은 마당으로 나왔는데 비가 내린다. 소독비가 내린다. 소독비면 어떠냐 겨울 공기는 차지만 맑고 달고 맛나는데 꽥꽥 흰 엉덩이를 이리저리 흔들며 걸어간다. 앞만 보며 달린다. 입을 벌리고 있는 포클레인 구덩이를 향해 몰려간다. 제 발로 뒤뚱뒤뚱 죽음 속으로 간다. 조류인플루엔자(AI) 바이러스에 감염된 병든 놈이나 성한 놈이나 살처분할 오리뿐인가 소 돼지 염소 사슴은 어떤가. 비상이다. 비상이 일상이 됐다. 열악한 농장 주인이 쓴 마스크가 하얗게 질린다. 오리야 날아라 높이 날아라. /김명은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