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시를 지나오면서 술 마실 기회가 많다. 송년모임, 신년회를 통해 화합과 우의를 위해 다양한 건배사를 구사하면서 술을 마신다. 술 잘 마시는 것도 능력이라는 마인드도 있어 바쁘고, 책임이 큰 사람들일수록 더 많이 마신다. 연말에 술을 많이 마셔야 하는 어떤 CEO는 내가 이러다 죽지 않고 새해를 볼 수 있을까 걱정했다고 한다.
우리가 이렇게 즐겨 마시는 소주·맥주 등에는 우리가 잘 의식하지 못하지만 지불하는 가격의 절반 이상이 세금이다. 우리나라 정부가 주세로 거두어 들이는 세수가 3조원이 넘는다. 술에는 주세뿐만 아니라 교육세, 부가가치세도 부과된다.
주세는 공장출고시의 원가에 10~72%의 세율을 곱해 부과한다. 소주·맥주·위스키에는 72%의 세율, 와인에는 30%의 세율, 막걸리에는 5%의 세율이 부과된다. 교육세는 주세에 부가되는 세금으로 주세세율이 70%를 초과하는 술에 대해서는 주세의 30%, 70% 이하인 술에 대해서는 10%가 부과된다.
소주의 공장출고가가 990원이라고 할 때 부가가치세는 90원이다. 그리고 공급가액 900원에는 공장제조원가와 원가의 72%인 주세, 주세의 30%에 해당하는 교육세가 포함되어 있다. 공장출고가에서 역산 해보면 소주의 공장원가는 465원이고, 주세 335원, 교육세 100원, 부가가치세 90원 합하여 세금이 525원이 된다. 공장 제조원가가 공장출고가의 47%이고, 각종 세금이 공장 제조원가를 넘는 53%를 차지한다. 맥주도 거의 같은 세금 구조를 가지고 있다.
수입주류에는 최저 5%에서 최대 30%에 이르는 관세가 부과된다. 똑같은 와인이라도 칠레산은 관세율이 9.5%, 미국이나 유럽산은 30%의 관세율이 부과되므로, 관세 차이가 주세와 교육세, 부가가치세에 고스란히 전가된다. 가령 프랑스산 와인과 칠레산 와인의 수입원가가 똑같이 4천500원이라면 관세율 차이에 의해 세관 출고가는 1천200원 차이가 난다.
술에 대한 과세는 성경에도 나올 정도로 그 역사가 오래 되었고, 전통적으로 국민건강을 위해 억제해야 하는 것으로 인식되어 선진국에서도 비교적 높은 세율로 과세를 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그 예외는 아니다. 그러나 담배와는 달리 술은 적당량 마시면 건강에 좋다는 연구결과도 있고 화목한 인간관계 유지를 위해 어느 정도 생활 필수품적 성격도 가지고 있다.
와인 소비와 생산이 많은 이탈리아, 스페인 등 남유럽 국가에는 와인에 대한 주세가 없고, 맥주 소비와 생산이 많은 독일, 체코, 룩셈부르크 등 유럽국가에는 맥주에 대한 주세가 매우 낮다. 우리나라 주류산업의 국제적 발전과 국민건강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하여 우리나라의 억제일변도의 과세 체계의 수정을 전반적으로 재검토 할 시점이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종가세를 기준으로 하는 우리나라 주세 체계를 대부분 선진국이 시행하고 있듯이 알코올 양을 기준으로 하는 종량세 체계로 전환하는 것이 알코올 소비 억제 목적에는 보다 부합한다고 본다. 대부분 국민이 음료수처럼 즐기는 도수가 낮은 맥주나 와인 등에 대한 높은 세금은 과세 근거가 미약하다.
세수 확보 측면도 무시할 수 없겠지만, 국민건강 보호와 우리나라 주류산업의 국제경쟁력 강화 등을 함께 아우를 수 있는 주세제도 개편이 필요하다. 합리적 방안 마련을 위해 널리 국민적 지혜를 모을 때가 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