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8.24 (일)

  • 구름많음동두천 29.3℃
  • 맑음강릉 33.1℃
  • 구름많음서울 29.7℃
  • 구름조금대전 30.6℃
  • 구름조금대구 30.8℃
  • 맑음울산 31.3℃
  • 구름조금광주 30.5℃
  • 맑음부산 31.2℃
  • 맑음고창 31.0℃
  • 맑음제주 31.5℃
  • 구름많음강화 28.8℃
  • 구름조금보은 27.9℃
  • 맑음금산 29.4℃
  • 구름조금강진군 30.8℃
  • 맑음경주시 31.7℃
  • 구름조금거제 30.6℃
기상청 제공

[아침시산책]중고인간

중고인간

/허정

-1급 자동차정비소



일그러진 놈들만 꾸역꾸역 몰려 들었다

멸치대가리가 떨어진 것 같은 앞이 묵사발 난 놈

옆구리가 쿵 쥐어박혀 쑤욱 몸체가 밀려들어간 놈

네 바퀴가 다 달아나 거꾸로 누운 채 버둥거리는 놈

한바탕 격전을 치룬 환자들이 이송된 야전병원 같다

고통에 찬 신음소리가 곳곳에 들려온다

중환자 수술실 바닥에는 검은 혈흔이 가득하다

터져버린 장기는 정품 인공장기로 이식하고

찌그러진 몸뚱이들은 땅땅 망치로 두드려 펴서

성형수술을 해버리니

죽을 고비는 간신히 넘겼지만

아직 몇 년은 거뜬히 더 굴릴 수 있는,

겉은 멀쩡하지만 사고 경력이 있는 중고인간이

정비소를 뚜벅뚜벅 걸어 나온다

- 허정 시집 ‘중고인간’

 

 

 

세상은 참으로 만만치가 않다. 길 위를 잘 달리던 자동차가 어느 순간 돌발한 사고를 피하지 못해 정비소로 실려 간다. ‘멸치 대가리가 떨어진 것 같은 앞이 묵사발’ 나거나 ‘옆구리가 쿵 쥐어박혀 쑤욱 몸체가 밀려들어’ 가거나, 자동차 정비소는 그렇게 상처 나고 피 흘리는 것들의 집합소다. ‘한바탕 격전을 치른 환자들이 이송된 야전병원 같은,’ 그곳에서 들려오는 ‘고통에 찬 신음,’ 우리도 그와 별반 다르지 않다. 어느 날 잘 다니고 있는 직장에서 내쳐지고 나뒹굴어 지고 심지어 다시는 일어설 수 없이 뭉개지는 그런 처참함은 고비다. 내가 넘어서고 이겨내야 할 인내의 시간이다. 하여 아직은 더 굴러갈 수 있는 나는 나를 재정비해야 한다. 터져버린 장기를 이식하고 찌그러진 몸뚱이는 망치로 두드려야 한다. 그리하여 뚜벅뚜벅 정비소를 걸어 나와 길 위에 다시 서는 중고 인간, 그들은 모두 내 아버지며 내 이웃이고 내 아들딸들이다.

/서정임 시인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