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 오전
/김명수
배추벌레 무덤은 배추밭
배추벌레 요람은 배추밭
나비 한 마리 날아간다
햇살 잔조로운 봄날 오전
- 김명수 시집 ‘곡옥’
짧지만 참으로 함축성이 있는 단단하고 알이 꽉 찬 시다. 4줄의 행간에 한평생을 살아 온 인간의 삶이 함축되어 있으니 말이다. 화자의 말대로 배추벌레의 요람과 무덤은 배추밭이다. 우리의 인생 역시 은하계와 태양계, 그리고 그 안에서 생성된 지구라는 혹성 안에서 다투고 경쟁하며 한 생애를 마감한다. 이러한 과정이 어쩌면 우리 인간에게는 요람과 무덤일 것이다. 어지럽고 복잡 미묘한 푸른 혹성을 가로 질러 넓디넓은 우주 속으로 나비 한 마리 날아간다. 푸른 배추밭에서 푸른 물감으로 온 몸을 색칠하고 푸르게 한 생을 마감한다는 것, 배추벌레가 갑자기 부럽기만 하다. 햇살 따뜻한 봄날, 그것도 바람 한 점 없고 잔잔한 봄날 오전에 평화의 여신 이레인(Irene)이 사뿐히 이 지구상에 내려앉았으면 좋겠다. /정겸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