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대산의 봄
/윤병주
봄이 왔다
햇살들이 왔고
산역을 마친 봄 꿩들의 짝짓기 소리가 내려왔다
나는 비탈진 산밭이 푸른 유전자로 깨어날
늦봄의 약초 씨앗들을 떠올리며
오래 전 멈춘 한낮의 침침한 마루 속 벽시계를
눈이 뚫어져라 들여다보곤 했다
- 윤병주 시집 ‘바람의 상처를 당기다’에서
봄의 힘은 강력하다. 산역을 마치자마자 산꿩들은 다시 짝짓기에 몰입한다. 어떤 죽음이 있다 해도 다시 새로운 생명은 이 땅에 살아남아야 한다. 때를 기억하지 않아도 봄은 때를 스스로 만들어 온다. 눈 감은 생명들에게 눈을 뜨라, 일어나라, 한다. 이미 목숨이 다한 시계조차도 봄의 기운을 받아 다시 회생할지도 모르겠다. 봄은 그만큼 신비롭고 전능하다.
/장종권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