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종록
대리석 바닥 위를 몰려왔다 몰려가는 사람들
플랫폼으로 들어오는 열차를 기다리는 사람들
뜨거운 입맞춤을 하고서는
모르는 사이처럼 다른 방향을 바라보는 사람들
초녀녁달처럼 싱싱한 이, 별
-심종록 시집 ‘쾌락의 분신자살자들’
시의 내용을 생각하면 ‘이, 별’은 이별(離別)을 의미하는 것일 게다. 그러니까 이 시는 ‘이, 별인 지구에서 수시로 이루어지고 있는 우리들의 이별(離別)’에 대한 이야기다. 어쩌면 우리는 뜨거운 입맞춤을 하면서도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른다. 우리는 하나라고, ‘나’가 ‘너’인 것처럼 하나가 된 마음이라고, 일심동체라고 서로에게 고백하면서도 정작 눈은 다른 방향을 보고 있는지도 모른다. 사실 ‘너’를 ‘나’로 받아들인다는 것은 소박한 믿음에 불과한 것 같다. 유행가 가사처럼 ‘내가 나를 모르는데’ 어찌 ‘너’가 ‘나’가 될 수 있겠는가. 그렇다면 우리 징징대지 않는 것도 좋겠다. ‘나’를 알아달라고, ‘나’좀 이해해달라고 애걸복걸하지 않는 것도 좋겠다. 있는 힘껏 사랑하고 싱싱하게 이별하는 것도 좋겠다. /김명철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