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기준 우리나라 평균 기대수명은 82.1세라고 한다. OECD 평균인 80.8년보다 1.4년 길다. 오래 사는 것만큼 직장에서의 정년이 길어지면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중장년의 은퇴 시기는 빨라지고 있다. 법정 정년이 60세로 늘어났지만 2015년 기준 우리나라 직장인들의 평균 퇴직연령은 52.8세다.
산술적으로 계산해도 퇴직 이후 약 30~40년을 더 살아야 한다. 구체적인 준비 없이 은퇴를 하게 되면 곧 불행의 시작이 되고 만다. 실제 65세 이상 노인 인구의 절반 가까이가 절대 빈곤에 빠져 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인생 2막에 경제적인 이유로 새로운 일자리를 희망하는 중장년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중장년을 위한 일자리는 많지 않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중장년층의 일자리 질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경비 및 청소 관련직이 가장 높고, 다음으로 보건의료 관련직, 음식 서비스 관련직 순으로 단순 기능직의 비중이 높은 것이 현실이다. 퇴직 이전에 미리 자신의 경력설계를 해놓고 체계적으로 준비했었다면 묻지마 취업이 아닌 자신이 희망하는 일자리를 얻을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 현실에서는 회사 생활을 하면서 제 2의 경력준비를 한다는 것이 쉽지가 않다.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근무시간을 자랑하는 현실에서 근로자들이 여유를 가지고 자신의 퇴직 이후의 경력설계에 대한 고민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는다. 기업들의 인식전환이 필요한 시점이고 정부차원에서도 근로자들이 재직 중 자신의 생애경력설계를 의무적으로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
불황, 구조조정, 제4차산업혁명 등 언제 준비되지 않는 퇴직이 나에게 닥칠지 모른다. 기업과 정부의 인식 전환만 기다릴 순 없는 노릇이기 때문에 스스로의 힘으로 자신의 인생 2막을 고민해봐야 한다. 인생 2막을 시작할 때는 과거와의 이별이 필요하다. 다시 신입사원이 되었다는 생각으로 처음부터 새로 배운다는 각오가 필요하다.
그럼 인생 2막 경력설계를 위해 고려해야 할 사항이 무엇이 있을까? 필자는 3가지를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첫째, 언제까지 일을 할 것인가? 인생 2막에서도 퇴직시점을 생각해보는 것이 좋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계속 일을 하겠다는 막연한 생각보다는 나의 건강, 재정상태, 열정과 에너지 등을 고려해서 언제까지 일하겠다는 시한을 정하는 것이 좋다. 또한 1년 단위로 경력계획을 수립하고 진행상황에 따라 수시로 업데이트를 해야 한다.
둘째, 어떤 일을 할 것인가? 취업문턱이 높다고 무조건 눈높이를 낮쳐서 묻지마 취업을 하는 것도 장기적으론 노년의 삶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다. 어떤 일을 할 것인지를 선택할 경우에는 우선 자기 분석이 선행되어야 한다. 나의 경력과 경험 측면, 나의 미래 재정흐름을 감안한 기대수입, 나의 비전과 가치관, 적성과 흥미 등을 고려해야 한다.
그 다음에는 노동시장에 대한 분석이다. 중장년을 선호하는 산업 분야, 중장년 채용시장 현황 등이다. 이러한 자기 분석과 노동시장 분석을 진행하다 보면 교집합이 무엇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어떤 조건에서 일할 것인가? 근무조건과 관련된 요소들도 고려를 해야 한다. 취업을 위한 취업을 하게 되면 일에 대한 만족도가 떨어지게 되고 결과적으로 잦은 입, 퇴사가 반복될 가능성이 많다. 출퇴근 거리, 연봉수준, 기업문화, 동료관계, 근무형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인생 2막 경력설계 시 3가지 측면에서 어떤 직업을 가질지를 고민해야 한다. 목표가 설정되면 정말 이 직업이 나랑 맞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검증기간을 갖는 게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 검증은 짧은 기간이라도 체험을 해보는 것이 가장 좋지만 여의치 않을 경우 현재 그 일을 하고 있는 현직자와의 충분한 대화를 통해 나와 적합여부를 심사 숙고하는 과정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