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와 자매
/신영배
비와 길과 우산 하나
소녀와 소녀가 붙어서 간다
우산 밖으로 미는 장난을 한다
비와 나무와 우산 하나
동생이 나무속으로 들어간다
비와 장미와 우산 하나
언니가 장미 속에 빠진다
길과 우산 하나
소녀와 소녀가 보이지 않는다
언뜻 나타나
푸른
언뜻 나타나
붉은
물송이
소녀와 소녀가
우산을 높이 드는 장난을 한다
검은 하늘 속으로
나무와 장미와 새와
시를 읽어 내려가는 리듬이 명랑하다. 풍경이 눈에 잡힐 듯 사랑스럽다. 피아노의 건반을 두드리듯 비의 리듬을 타고 소녀와 소녀는 음악이 된다. 하나의 우산 속에서 다정하게 붙어서 가고 있다. 자매인 이들은 비를 놀이터 삼아 마냥 즐겁게 장난치고 있다. 비에 젖은 소녀의 모습이 칸나의 붉은 입술을 상기시키며 서로 떠밀어 비를 맞게도 하다가 다시 붙어가다가 이들의 깔깔 거리는 웃음소리가 빗줄기를 타고 들리는 듯 경쾌하다. 비와 나무와 우산이었으므로 언니는 장미 속으로 빠진다. 드디어 둘 다 우산을 버리고 더불어 빗줄기가 된다. 마치 언뜻 나타나 푸른 이었다가 붉은 물송이로 옮겨가는 장면 장면이 마냥 사랑스럽다. 비는 이들에게 즐거운 놀이터다 비 내리는 날 나도 소녀의 푸른과 붉은 사이에 있고 싶다. /정운희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