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한 슬픔에 싸인 봄
/우대식
오리五里만 더 걸으면 복사꽃 필 것 같은
좁다란 오솔길이 있고,
한 오리만 더 가면 술누룩 박꽃처럼 피던
향香이 박힌 성황당나무 등걸이 보인다
그곳에서 다시 오리,
봄이 거기 서 있을 것이다
오리만 가면 반달처럼 다사로운
무덤이 하나 있고 햇살에 겨운 종다리도
두메 위에 앉았고
오리만 가면
오리만 더 가면
어머니, 찔레꽃처럼 하얗게 서 계실 것이다
- 우대식 ‘오리’전문
천의무봉 같은 목소리를 가진 장사익은 악보를 보지 못한다고 한다. 악보를 보지는 못하지만 그의 노래는 흠결을 잡기 어려울 정도로 자연스럽다. ‘찔레꽃 향기는 너무 슬퍼요/ 그래서 울었지/ 밤새워 울었지// 하얀 꽃 찔레꽃/ 순박한 꽃 찔레꽃/ 별처럼 슬픈 찔레꽃/ 달처럼 슬픈 찔레꽃’이라 노래하는 그의 목소리를 듣고 있자면, 마음 속에서 찔레꽃이 환하게 피어나 슬퍼진다. 환한 슬픔이다. 이런 정서를 다시 느낀 것은 우대식의 ‘오리’를 읽으면서이다. ‘한 오리만 더 가면’ 보이는 건, ‘술누룩 박꽃처럼 피던/ 향이 박힌 성황당나무 등걸’이다. 그래, 그래 ‘오리만 가면/ 오리만 더 가면’ 그리운 ‘어머니, 찔레꽃처럼 하얗게 서 계실 것이다’ 하얗게, 순박하게, 별처럼, 달처럼 서 계실 어머니라는 찔레꽃. 미치게 좋다. 눈물나게 좋다. 징그럽게 좋은 노래다. /이대흠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