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길
/문정영
나무와 나무 사이에도 길이 있다
바람이 건너다니는 길이다
새가 날개를 접었다 펴면서 건너면
길은 수많은 의문의 잎을 달고 생각에 잠긴다
그 옆으로 열열이 달려가는 전봇대가 보인다
그 길은 묶여서 자유롭지 못하다
흔들리지 않으려고 서로를 붙잡을수록
지독한 가슴앓이를 한다
서로를 묶는 일 나무들은 하지 않는다
놓아둘수록 길은 수많은 갈래를 만든다
어디든지 나무만 있으면 갈 수 있다
늦은 봄까지 초록이 전염되는 것을 보면 안다
가을이 깊을수록 의문을 떨구어
길을 환하게 한다
어렵게 어렵게 살려하지 않는다
가고 오지 못한 길 사람만이 만든다
- 문정영 시집 ‘잉크’中
길에 대한 정의를 사람이 다니는 것으로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길은 다양하다. 동물이 다니는 길, 바람이 다니는 길, 햇빛이 다니는 길, 달빛이 다니는 길… 등등. 이 시에서 나무는 자연을 비유하고 전봇대는 인간이 만든 구조물이다. 나무의 길은 자유롭지만 선으로 이어진 전봇대는 자유를 억압하는 굴레라고 할 수 있다. 전선줄로 묶이지 않는 자유로운 길, 자연이 늘 살아 숨쉬는 자유로운 길초록물이 가득한 그 나무 길을 가고 싶은 충동이 드는 7월이다. /정겸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