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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산책]오지의 봄

 

오지의 봄

/박경숙


내설악 오지에도 봄은 오는지

계곡의 돌무더기에도 봄은 왔는지 얼음장 위로

솜털 뽀얀 날다람쥐 비추고

산꽃 야리야리한 숨골 언저리

스치는 바람에도 신열은 오는지

묵은 가지에 새 순이 오듯

이미 지나 와 버렸다고 믿었던

나의 봄

아흔아홉 굽이쳐

백담

산중에서 만났다.


 

 

 

시 단평을 쓰는데 봄비의 정겨움이 내린다. 저 부드러운 빗물이 대지의 살갗 실핏줄을 타고 두루두루 스며들어 일어나면, 언 땅에 응어러진 것들은 녹아질 것이다. 온 세상에 봄소식을 전해주는데 시인은 아흔아홉의 생의 순간을 어딘가 가슴 한쪽이 비어 있는 듯한, 마음을 둘데 없이 가난한 심사를 느끼게 된다. 불혹을 넘어 이순을 맞아 자족한다면 외로움이요 쓸쓸함 같은 상련의 마음이다. 삶이 주조를 이루는 이 시는 독립된 한 수이면서 동시에 세수가 연결되는 연시로 본다. 詩人은 산중에서 만난 백담에 어떤 대화를 가졌을까? 우리들의 생애도 저물어가고 있다는 것을 절감하면서 허전하고 애잔한 그림움들로 뒤를 돌아보게 된다. 봄의 敍景(서경)에 抒情(서정)을 담은 슬쓸한 바람의 여인이여! 이슬인 듯 안개인 듯 보슬보슬 내리는 것이 새순을 싹을 피우는 출발점이지 않겠는가? 어머님의 병고를 묻는 때 늦은 안부가 슬프다.

/박병두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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