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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장

                           /장인수


순대집 아저씨가

돼지의 긴 내장을 뒤집어

내용물을 채운다

환장이라는 말을 떠올린다

환장하겠네

연애하고 싶어서 환장했네

놀고 싶어서 환장했네

내장이 뒤집힐 정도로 미쳐버릴 것 같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살면서

환장할 일이 많으면 좋은 것인가

선지가 잔뜩 들어간

맛있는 순대를 먹으면서

환장이라는 말을 떠올린다

환장하겠네

좀 더 멋지게 살고 싶어라

- 시와 문화 / 2017년 여름호


 

정말로 환장할 노릇입니다. 국정농단으로 나라꼴을 개판으로 만든 일파들도 그렇고 법조계에 이어 학계, 문화예술계, 종교계에 이르기까지 전 방위적으로 자행되어온 이 나라 꼰대들의 비틀린 성의식에 창자가 뒤집힐 지경입니다. 돼지는 제 가장 소중한 소화기관을 뒤집어 인간들에게 맛이라도 제공하지만 우리 인간 사회에서의 뒤집힌 내장은 독한 알코올만을 들이붓게 하는군요. 시인은 연애하고 싶고 놀고 싶어 환장하겠다고 했지만 세상사가 다 그렇듯이 살면서 환장할 일이 많으면 좋은 것일까,란 자조 섞인 질문으로 살짝 비틀어봅니다. 이 봄엔 환장하게 멋진 일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얼마 전 끝난 동계 올림픽에서 갈릭 걸스의 짜릿한 승승장구가 그렇고 배추보이의 스토리가 그렇고 남북단일팀의 끈끈한 우정이 그러하니 환장할 일 많아 좋은 날들 계속되기를 빌어봅니다. /이정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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