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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수의 시선]정쟁 실력

 

조선 시대의 당파 당쟁을 두고 상반된 주장을 한다. 조선이 당쟁의 폐해로 멸망했다는 설과 오늘날의 정당 같은 정치행태로서 기능을 훌륭히 수행했다는 설이 있다. 물론 역사를 보는 시각에 따라 얼마든지 해석을 달리할 수가 있다. 그런데 그 누가 생각하더라도 눈살이 찌푸려지는 당쟁이 있었다. 현종(조선 18대) 때의 일이다. 효종의 장례를 1년 상으로 하느냐 3년 상으로 하느냐로 싸웠다. 또 효종비 인선왕후의 서거로 시어머니인 조대비가 상복을 1년을 입어야 하느냐, 9개월을 입어야 하느냐로 싸웠다. 이를테면 장례의식을 빌미 삼아 권력다툼을 벌인 것이다.


요즈음이 딱 그 꼴이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 모친 장례식장에 대통령 명의의 조화를 보낸 것이 옳으니 마니로 시작했다. 그리고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이 세상을 떠나자 조문을 하니 마니로 시끄럽더니 백선엽 장군 장례 문제로 국론이 분열되고 있다. 고(故) 백선엽 장군은 보는 시각에 따라 평가가 극명하게 엇갈린다. 친일명부에 기록된 간도특설대 장교 출신으로 독립군 토벌의 전력이 있다. 또 해방 이후에는 6·25 전쟁에 참여하여 다부동 전투를 승리로 이끌어 전쟁영웅으로 칭송받고 있다. 그런 까닭으로 친일파는 국립묘지에 안장할 수가 없다는 주장이 있고 전쟁영웅이므로 대전현충원이 아닌 동작동 국립묘지에 안장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 국민은 죽을 맛이다. 인류 역사상 가장 큰 전쟁을 가장 불리한 상황으로 치르고 있다.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에 갇혀 있는 형국이다. 자칫하다가는 바이러스가 모든 것을 앗아갈 위기에 처해있다. 외환위기 이후 실업률이 가장 높아졌다는 보도다. 길거리를 가다 보면 빈 상가가 부지기수다. 주방기구 가게에는 폐업하여 쌓인 주방기구가 산더미를 이룬다. 우리만의 문제라면 어찌해볼 만한 여지라도 있을 것이다. 전 세계의 문제다. 우리의 경우 모범방역으로 그나마 형편이 좋은 편이지만 여타의 나라들은 심각하다. 그렇기에 마땅한 해결책이 없다.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현실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연대가 중요하다. 정보를 공유하고 지혜를 모으는 것 자체가 해결의 실마리가 된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정쟁거리로 날을 새고 있다. 그것도 얼토당토않은 문제를 빌미로 정치적 이득을 도모하고 있다.


물론 정당은 권력의 획득이 목적이다. 그렇기에 정쟁을 만들어 내 명분을 삼기도 한다. 그 명분을 앞세워 투쟁하고 그 과정에서 자신들의 주의 주장을 알리고 국민을 설득해 내기도 한다. 백선엽 장군의 장례를 정쟁으로 삼는 것도 그런 목적이라고 여겨진다. 하지만 국민이 공감할 수가 있어야 한다. 국민이 설득되어야 한다. 그도 아니면 국민을 감쪽같이 속이기라도 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은 부끄럽지 않다. 자존심이 상하지 않는다.
그런데 요즘 정쟁거리를 들여다보면 유치하기 짝이 없다. 21세기 대한민국에는 정쟁거리가 수두룩하다. 당면 문제인 북핵 문제를 비롯한 복지, 부동산, 부패, 남북, 외교, 일자리. 권력 구조 등을 문제로 삼아, 얼마든지 주도권을 틀어쥘 수가 있다. 그런데도 장례 문제로 나라가 시끄럽다. 마치 조선 시대로 돌아가는 느낌이다.     


차원 높은 정쟁을 벌일 수가 없는가, 이 정도가 우리 정치의 실력인가. 제발 국민의 입장을 헤아렸으면 좋겠다. 국민이 정쟁으로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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