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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마부를 흔들지 마라!"

[검찰개혁 민심시리즈 ③] 최영 기관사
- 검찰개혁은 지금 추미애가 해야 한다.

  • 최영
  • 등록 2020.12.07 17:17:27
  • 1면

 

 

검찰개혁은 국민주권의 문제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해온 검·경수사권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등의 검찰개혁이 방향을 잃었다. 벼랑 끝에 몰린 검찰개혁을 갈망하는 다양한 목소리를 시리즈로 싣는다. [편집자 주]
 

연일 뉴스는 윤석열, 추미애의 아수라장 같은 이야기뿐이다. 채널마다 선정적인 기사는 물론이고 마치 이종격투기 중계하듯이 흥분된 해설에 추측을 더하니 이제는 뉴스가 아니라 거의 소음공해 수준인데.. 이렇다보니 올 한 해를 되돌아보면 코로나와 검찰 외에 딱히 기억날게 없지 싶다.

 

좀비 같은 전염병 코로나는 그래도 방역당국의 지침을 지키면 언젠가 백신과 치료제도 개발되어 극복되리라는 희망이라도 있는데, 대통령도 안중에 없는 듯이 여기는 작금의 검찰사태를 보노라면 “대한민국에서 호환마마보다 더 무서운 것이 검찰이구나”하는 두려움마저 들 정도이다. 오죽하면 며칠 전 추미애 장관조차 “검찰당이라 불릴만치 정치세력화된 검찰이 민주적 통제 제도마저 무력화시키고 있다. 이 백척간두에서 살 떨리는 무서움과 공포를 느낀다”고 말할 정도이니..

 

이런 공포는 코로나처럼 전염되고 증폭된다. 검찰이 백주대낮에 짜장시켜 먹으며 조국 전 장관 가족의 영혼까지 탈탈 털어낼 때부터.. 장관 입각 전부터 검찰개혁을 외쳐온 조국 전 장관이야 당연히 검찰의 제1호 기피인물이니 그랬다하더라도 검찰의 칼날은 딱히 그런 사람만 사냥감으로 삼은 것도 아니었다.

 

당장 올 한해만 해도 채널A 기자와 한동훈검사장의 유착으로 유시민 표적수사 의혹이 드러났고, 또 라임사태에서 청와대 강기정 전 정무수석을 엮기 위해 김봉현을 고리로 기획수사를 시도한 정황이 폭로되는 등 검찰은 현 정권에게 타격을 입힐 수 있는 인물이라면 누구라도 가리지 않고 “돈을 줬다고만 해라. 나머진 우리가 알아서 할게”라는 식으로 미끼를 풀고 공포의 통발을 놓았다.

 

예로부터 칼잡이라 불리길 즐기는 검찰은 칼로 정치를 해왔다. 칼춤을 춰 진상품을 잘 만들어 바치면 봉토에다 더 날서린 칼까지 하사 받았다. 2020년 들어 이런 칼의 정치는 더욱 경계를 넓혔다. 노후원전 폐기를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된 대통령의 정책을 실행한 산업부공무원들을 감사방해 혐의로 구속시켰다. 이제는 선거로 선출된 권력이 국정철학에 의거하여 행한 모든 정책을 시퍼렇게 벼린 칼날위에 올려놓고 난도질하겠다는 심사다. BBK를 덮어주고 4대강과 세월호에 침묵했던 그들의 정의는 여전히 선택적이고 편향적이다.

 

그들은 내심 어쩔 수 없다고 말할 것이다. 유치원들이나 의사들도 그랬듯이, 세상에 자기 밥그릇을 덜거나 뺏으려는데 가만있을 사람이 누가 있냐고? 검찰은 물론이고 사법부와 심지어 법조기자단까지 검찰가족으로 인드라망처럼 연결되어 퇴임 후 먹이사슬까지 얽혀있는데 왜 하필 지금 그 사슬을 끊어 쪽박을 깨려하느냐고 항변하고 싶을 것이다. 기득권이란 성채는 허물지 않는 한 스스로 무너지지 않는 법.

 

대한민국이 피에 젖은 군화발을 몰아내고 민주화를 이룩하며 법치의 나라로 들어선 순간, 싫든 좋든 통치 도구였던 검찰권력의 민주화는 반드시 거쳐야 할 관문이다. 현재의 검찰권력과 ‘모든 권력이 국민에게서 나오는 민주공화국’은 결코 양립할 수 없다. 하여 검찰의 조직적 저항도 결국은 극복될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언제’, ‘누가’하느냐다. 자신을 감찰한 감찰국을 수사하게끔 지시하고, 임명한 선출권력 자체를 거부하는 현재의 총장을 영웅으로 떠받드는 검찰조직이라면 일순간의 혼란을 두려워해서 개혁을 지체해서는 안된다. 이해가 충돌하는 관계에서 아름다운 이별은 없다. 더구나 검찰개혁은 대한민국을 바꿔내는 개혁의 분수령이다.

 

“개혁은 달리는 마차의 바퀴를 갈아 끼우는 것과 같다”고 했다. 1년 동안 달리는 마차바퀴에 매달려 피투성이가 되어가는 마부 추미애가 마차에서 내리는 순간 검찰개혁이란 수레바퀴는 당대에 다시 굴러가기는 어려울 것이다. 황산벌로 떠나기 전 식솔부터 정리해야했던 계백의 심장을 갖지 않은 다음에야 이제 누가 나서서 다시금 검찰의 수레바퀴를 갈아 끼우려 갑옷을 입으려 할 것인가? 12월 10일이면 세월호특조위 활동기간이 만료된다. 세월호사건의 공소시효도 내년 4월이다. 갈 길은 먼데 한 해가 속절없이 저물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또다시 수많은 진실들을 수장시키지 않으려면, 검찰개혁은 언제? 지금 해야한다. 누가? 추미애가 해야 한다. 더 이상 마부를 흔들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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