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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개혁은 순리이자 당위

[검찰개혁 민심 시리즈 ⑤] 이건행 전 언론인, 작가
- 검찰, 기성 언론 말 속에 들어있다

 

검찰개혁은 국민주권의 문제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해온 검·경수사권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등의 검찰개혁이 방향을 잃었다. 벼랑 끝에 몰린 검찰개혁을 갈망하는 다양한 목소리를 시리즈로 싣는다. [편집자 주]

 

 '추윤 갈등'은 기성 언론과 국민의힘당 등이 만들어낸 잘못된 말이다. '윤석열 검찰총장의 항명'이라고 써야 쓰임새가 정확하다. '검사들 집단행동'은 좀 나은 편이지만 이것도 앞에 수식어 하나를 붙여야 맞다. '검사들의 불법적 집단행동'이라고.

 

촛불 정부 들어 수구 세력들(그들이 어찌 보수란 말인가? '보수'도 잘못 사용되고 있는 말 중 하나다.)의 우리말 비틀기가 일상이 되었다. 그들의 욕망이 적나라하게 말들에 박혀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의 말은 정반대로 읽어야 어떤 진실에 다다른다.

 

심지어는 문장 비틀기도 다반사여서 약간의 논리적 사고를 요한다. 그중 눈에 띄는 건 윤총장의 항명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깊어가고 있을 무렵 기성 언론에 보도된 문장 하나. "대통령이 나서서 추윤 갈등을 빨리 해결하고 민생에 나서라."

 

이 문장은 그럴듯하다. 민생 앞에서 그 누가 토를 달 수 있겠는가? 국민들에게 먹고 사는 문제보다 더 절실한 것이 어디에 있을까? 민생이란 말을 등장시킨 건 대단한 경지가 아닐 수 없다. 숭고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이 문장은 본말이 전도되었다. 나라를 시끌벅적하게 만들고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고위직 공무원인 검찰총장이기 때문이다. 그는 총장직에 임명되자마자 누구나 목도했다시피 대통령의 인사권에 정면으로 도전했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가족을 전방위적으로 수사했고, 기소했다. 재판 중이지만 상황은 검찰에게 불리한 형국 같다.

 

그런데 성역 없는 수사를 자신의 신조처럼 말하면서도 나경원 전 의원 등 국민의힘당에 대해서는 똑같은 강도로 수사는커녕 시간을 끌거나 유야무야 무혐의로 처리해 선택적, 정치적 수사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런 점을 지적하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합법적 지휘에 반기를 든 그의 항명은 검사들이 좋아하는 ‘법대로’ 처리해야 마땅한데 왜 뜬금없이 민생 운운하는가? 윤총장을 두둔하기 위해 동원한 말치고는 너무 무겁지 않은가?

 

말이 나온 김에 위 문장을 톺아보자. 저 문장은 '검찰 개혁은 민생과 하등 관계가 없다'는 것과 다름없다. 어떤가?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영화 제목 '거미의 계략'처럼 어떤 위험한 것이 숨겨져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가?

 

논점을 단순하게 할 필요가 있다. 검찰 개혁은 민생과 상관없는 것인가, 아니면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인가? 매우 좋은, 누구나 알고 있는 조어 하나가 이 문제를 풀 수 있는 단서가 될 것이다. '유전무죄, 무전유죄'. 서민들이 만든 이 말은 고사성어처럼 굳어져 일상어가 된지 오래다. 이처럼 강렬한 검찰의 선택적 수사, 선택적 기소에 대한 비판은 없을 것이다.

 

재벌 등 상류층이 천문학적 액수의 돈을 횡령하거나 크나큰 사건을 저지르고도 유유히 법망을 빠져 나간 사례는 차마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차고 넘친다. 지금 이 순간에도 현재진행형이다. 정반대로 노동3법을 준수하라고 엄동설한에 시위한 노동자들이 엄벌에 처해진 사례도 숱하다. 이 또한 현재진행형이다. 그런데도 법 잣대 불평등이 민생의 발원지인 고착화한 경제적 불평등과 상관없는가?

 

기왕이면 윤총장이 금과옥조로 여기는 법치주의라는 말도 살펴보자. 윤총장은 법무부 장관에게 항명하면서 이를 내세웠다. 무언가 어색하다. 반법치주의로 일관해온 사람이 ‘반’을 떼고 사용하니 자연스러울 리 없다. 사실 이 말은 그가 사용해서는 안된다.

 

누구나 알고 있듯이 법치주의는 곧 법 앞의 평등이다. 모든 사람에게 법을 공정하게 적용하자는 것인데 이 말을 선택적 수사-선택적 기소를 해온 사람이 써서야 되겠는가? 법치주의는 사실 약자들인 중산층과 서민들을 향한 것이다. 상류층의 기득권을 더욱 공고하게 했던 법을 누구에게나 똑같이 적용하자는 법치주의는 하루아침에 태어난 것이 아니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숱한 사람들이 피를 흘리며 성취한 민주주의 성과물이기에 자신의 이익을 위해 제멋대로 외투 걸치듯이 써서는 안된다.

 

검찰이나 기성 언론 등에서 날마다 쏟아내는 말들은 대부분 검찰 개혁을 강하게 반대하는 것들이다. 그러나 그 말들을 들여다보면 바로 그 속에 검찰 개혁이 순리이자 당위라는 게 깃들어 있다. 말을 비틀어봤자 손바닥 안에 있는 것이다. 이는 과연 어디에서 연유하는 것일까? 진실과 진실 아님의 크나큰 차이에서 오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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