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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국민으로 산다는 것

[검찰개혁 민심 시리즈 ⑦ ] 이춘 전업주부

  • 이춘
  • 등록 2020.12.14 06:00:00
  • 1면

 

 

 

​“엄마 어디 가?”

자반고등어를 구워놓고 검찰청 앞으로 뛰어간다. 아침 일찍 집을 나서는 나를 보고 의아하게 묻는 아들은 항해사다. 코로나로 인해 일 년가량 배에서 내리지 못했다. 집으로 돌아온 아들은 2주 동안 자가격리 생활하더니 아예 집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 휴가 기간이라도 아들과 밥 먹으려는 계획이 어긋났다. 슬며시 짜증이 올라온다. 촛불정부가 들어섰어도 또 일인시위다. 대한민국 국민 노릇 하기 어렵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할 때 ‘이제는 불의한 꼴을 더는 안 보겠구나’ 싶었다. 돌이켜보면 그 ‘불의한 꼴’의 대부분은 법을 집행하는 검찰의 소행이었다. 검찰이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위해 헌신하고 희생한 적이 있었던가? 내 기억에는 없다. 일제강점기에서 현재까지 검찰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존재했다. 항일독립군에서 민족주의자, 학생, 야당 인사, 진보단체 등 시기에 따라 사냥감만 바꾸어 권력에 충성했다. 간첩 조작은 물론 유서 대필로 몰아 한 사람의 삶을 파괴하기도 했다. 편파 수사와 여론몰이로 전직 대통령을 죽음에 이르게 했던 악행도 똑똑히 보았다. 그런 검찰이 제 식구 감싸기에는 철저했다. 김학의 동영상에 맹인행세까지 하던 코미디도 기억한다. 그들의 정의는 검찰의 이익이었다.

 

촛불 정부가 들어서고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인물이 검찰총장이 됐다. 기대와 달리 그 역시도 국가가 아닌 검찰조직에 충성했다. 권위주의 정부 하에서 충견 노릇 하던 검찰은 민주 정부가 들어서면 물어뜯었다. 윤석열 총장의 검찰도 정권 주변의 의혹에 대해 모조리 표적으로 삼았다. 하지만 보수 야당의 의혹에 대해서는 관대했다. 정부 부처로서의 검찰이 아니라 보수 야당과 언론의 동맹군이었다.

 

지난해 여의도와 서초에서 공수처 설치를 목이 터져라 외쳤다. 창원에서 8번이나 천리길을 간 것은 공수처 설치 때문이 아니었다. 견딜 수 없어서였다. 검찰은 표창장을 빌미로 일가족 삶의 흔적을 모두 압수수색했다. 전대미문의 가족 인질극이었다. 세월호가 침몰하며 아이들이 죽어가는 것을 생생하게 지켜보았을 때만큼이나 슬프고 아팠다. 공포마저 느낄 정도였다. 게다가 언론은 검찰과 한 몸이 되어 노무현 정부 때처럼 인격살인을 저질렀다. 

 

돌이켜보면 검찰과 언론이 누리는 권력은 민주화운동의 수혜물이다. 학생과 시민이 피 흘려 이루어낸 민주주의로 검찰 독립과 언론의 자유가 보장되었다. 그것은 권력의 간섭 없이 법을 수행하고, 공명정대하게 보도하라고 부여한 것이었다. 시대는 변해도 검찰과 언론은 변하지 않았다. 검찰과 언론이 독재정권에 부역한 것은 그들의 이익을 위해서였다. 오늘날 검찰의 모습도 자신의 이익을 지켜내기 위한 것일 뿐이다. 이들이 스스로 개혁하지는 못한다. 룸살롱 접대비를 가지고 고차방정식으로 국민을 희롱하며 면죄부 주는 현실이 오늘날 검찰의 자화상이다. 한 번 속으면 속인 놈이 나쁘다. 두 번 속으면 속은 사람이 바보이다. 정의를 되찾으려면 국민이 나설 수밖에 없다.

 

공수처법 개정안이 통과되었다.

공수처가 출범한다고 해서 모든 불의가 사라지지 않음을 안다. 하지만 “이것이 시작이다”라고 말할 수는 있다. 검찰이 알아야 할 것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조항이다. 검찰이 충성해야 할 주인은 바로 국민이다. 고삐 풀린 망아지에게 재갈도 국민이 물려야 한다. 정치를 외면하면 불의한 권력이 주권자를 옭죈다는 것을 이미 충분히 경험했다. 그 교훈으로 머릿수 하나 보태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 휴가 중인 아들과 함께 밥도 먹고 싶지만 이 일이 먼저다. 아들이 다시 대양을 떠돌다가 한반도에 돌아왔을 때 검찰공화국이 아니라 조금 더 상식이 통하는 땅에서 맞이하고 싶다. 그러려면 검찰청 앞에서 피켓을 들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 국민으로 사는 것은 여전히 힘들다. 나 같은 아줌마마저 국난 극복을 취미로 삼고 살아가야 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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