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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어벤져스] 두꺼비집에서 나온 에너지 미터기

 

조금 오래된 집의 경우 '두꺼비집'으로 불리는 전기개폐기가 설치되어 있다. 100년 전에 개발된 이 개폐기는 납 합금으로 만든 퓨즈(fuse)가 있는데 이 ‘퓨즈’를 보호하기 위해 사기 재질의 보호 상자가 감싸있었다. 이 상자의 모양이 두꺼비를 닮아서 개폐기를 '두꺼비집'이라고 불렀었다. 이 두꺼비집에는 전력 소비량 상태를 알 수 있는 전기 계량기도 설치되어 있다. 두꺼비집은 전력선이 집으로 들어오는 어디쯤에 위치해 있는데 대개 구석지고 잘 안보이는 곳에 있었다.

 

1970년대 이후부터 에너지 연구자들은 이 두꺼비집안의 계량기 데이타를 활용하여 사용자의 에너지 소비패턴을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이를 에너지 피드백 효과라 한다. 지난 50년간 세계 곳곳에서 시행된 에너지 피드백 실증 연구들에 의하면 사용자들은 동기부여형 에너지 정보를 제공받는 것만으로 소비량을 5-15% 줄인 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투자비가 고가인 하드웨어 설치없이 정보 제공만으로 얻는 절감 효과여서 에너지 정책 입안자들에게 매력적인 수단이 되었다. 유럽은 2000년도 이후부터 인터넷 등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으로 모든 주거 건물에 스마트미터 설치를 의무화하였다.

 

스마트미터 인프라보다 더 중요한 것은 소비자 심리학적 측면을 고려한 동기부여 컨텐츠의 설계이다. 일례로 영국 바스(Bath) 시의 어느 마을에서 수행한 에너지 피드백 실증 사례가 있는데 콘텐츠의 종류에 따라 에너지 절감 효과가 다르게 나온 것이다. 한 그룹은 에너지소비량을 다른 유사한 집들의 소비량 평균과 비교하고 다른 한 그룹은 자신의 이전년도 같은 달의 소비량과 비교하였다. 결과는 다른 집들의 소비량과 비교한 그룹들의 에너지 절감효과가 상대적으로 높았다.

 

나 자신의 개선보다는 남보다 나은 나를 자극한 것이 더 효과적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 효과에는 반전이 있다. 한해 두해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효과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일부 사용자들은 비교하는 다른 집들의 평균 데이터 값을 믿지 않기 시작했고 절감률이 이미 높아진 집에서는 소비량이 다시 높아지는 역전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후에 에너지 피드백 효과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방법이 시도되었다. 초기에는 ‘해야 한다’는 계몽 방식이었으나 경제적 동기유발에서 최근에는 재미 자체를 위한 게임형이 등장하게 되었다. 게임형으로는 집단 참여로 전력 소비 절감 목표 달성을 하여 온라인 화폐를 취득하는 소셜네트웍 방식이 있고, 혹은 전기 계량기를 반려동물화 (온라인 펫(Pet))하여 전력 소비량 패턴이 좋을 때와 나쁠 때 이 반려동물의 상태를 변화시켜 사용자가 소비 패턴을 바꾸도록 유도하는 다마고치형 방식이 있다. 에너지와 사용자의 상호작용면에서 에너지 미터가 두꺼비집에서 다마고치형으로 진화한 셈이다.

 

한국은 전기 요금이 낮아서 경제적 동기 부여를 활용한 에너지 피드백 보다는 재미를 포인트로 하여 한류 문화 컨텐츠와 융합한다면 이전에 다른 어느 나라에서 이루지 못한 효과를 기대해 볼 만 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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