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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선일의 오지랖] 범X 스님에게

 

 

스님, 우리가 마지막으로 만났던 게 4년 전쯤으로 기억하고 있어요. 내 연구실이 있는 수원으로 찾아와 저녁을 같이 먹으면서 지난 얘기를 했었지요. 얼마 전 갑자기 안부가 궁금해 전화를 했더니 번호가 바뀌었길래 무슨 연유가 있겠거니 하고 지내고 있습니다.

 

범X 스님.

우리가 처음 만난 날을 혹시 기억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나는 어제 일처럼 그날이 기억납니다. 2008년 일겁니다. 광우병 소고기 사태가 우리나라의 모든 이슈를 선점하고 있을 때였지요. 나는 그 당시 한 대학에서 비정규직으로 강의를 하고 있었고 광우병 소고기 사태로 촉발된 시민들의 집단적 저항은 뉴라이트 운동의 실체를 알리는 시민강좌로 이어지고 있었지요. 나 역시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기에 내가 몸을 담고 있던 대학에 시민강좌를 개설하였고 소문을 듣고 참석했던 스님과 처음 만났습니다.

 

이후 서로의 지나온 이야기까지 나누게 되면서 스님이 겪어왔던 그리고 감내하고 있는 수행과 현실 참여의 이중적 상황에 대한 혼란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혹시 기억날지 모르지만 광주의 어느 사찰에 기도승으로 계실 때, 문득 와인 두 병을 들고 찾아갔던 날이 있었습니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와인도 떨어지고 거의 새벽에 잠이 들었는데 난데없는 목탁소리에 잠이 깨었지요. 나중에 알고 보니 스님이 잠자리에 들자마자 일어나 아침 예불을 드리던 소리였습니다. 괜히 수행 잘하는 사람을 찾아와 술을 마셨나보다 하는 미안함이 컸었습니다. 그런데 요즘 신문 기사를 보니 우리가 마신 와인 두 병은 그리 부끄럽지도 않은 일이더군요. 천년 고찰인 해인사 스님들의 성추문 의혹과 태국으로의 골프 여행, 판돈 천 만 원 짜리 윷놀이 등 기가 막힌 일들을 만들어 내더군요. 아직도 궁금한 건 경제 활동을 하지 않는 스님들이 도대체 무슨 돈으로 골프를 치고 모텔을 갔는지 모르겠다는 겁니다. 우리 어머니는 독실한 불교 신자신데 아직도 이 같은 사실을 믿지 않으십니다. 우리 어머니 같은 분들은 스님들의 말씀 한 마디가 삶의 태도까지 변화시킬 수 있을 정도로 귀하다고 생각하고 사십니다.

 

범X 스님.

연락이 끊어져 매우 아쉽고 소식이 궁금합니다. 다만, 내가 알고 있는 스님은 해인사의 스님들처럼 그렇게 살고 있지 않으리라는 믿음이 있습니다. 부디 더 용맹정진 하시기를 바랍니다. 그리하여 불교계의 높으신 선배 스님들처럼 되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아마 범X스님이 처음 출가했다가 어머님의 출가 반대로 서둘러 도망쳤던 절이 해인사였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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