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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봄학교 운영, 이대로 괜찮은가”...일선현장 업무분장 등 ‘혼선’

업무분장 명확하지 않아 방과후교실 부장교사가 굳은일 도맡아야
늘봄교실에 교실 내줘야 하는 1학년 정규반 학생은 밥도 서둘러 먹어야

늘봄교실 실효성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인천교사노조는 인천형 늘봄 모델학교 운영상황이 방과후교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며 현행 일선학교 내 운영방식 등 개선이 필요하다고 25일 밝혔다.

 

인천형 늘봄 모델학교는 다양한 방과후학교 프로그램 운영 및 확대 지원과 돌봄 유형 다양화를 통한 공백 없는 안정적 돌봄 지원을 목표로 특히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을 확대해 초1 맞춤형 프로그램과 미래형·맞춤형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기존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이 수익자 부담인데 반해 늘봄학교는 무료다.

 

학부모 입장에서는 하교 후 2시간 정도 무료로 운영되는 프로그램으로 인해 방과후학교나 학원 등으로 지출될 사교육비가 줄어들은 것은 맞다. 그러나 일선학교 현장 교사들은 현행 늘봄학교 운영 방식으로는 정부의 취지대로 정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인천형 늘봄 모델학교인 남동구 모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는 A교사는 “올해 1년만이라면 어떻게 견뎌 보겠지만, 내년에도 똑같은 방식으로 운영된다면 인내심이 바닥나고 말 것"이라는 말로 현재의 상황을 딱 잘라 말했다.

 

현재 초2 담임을 맡고 있는 A교사에 따르면 늘봄교실전담사가 있고 수업도 전문강사가 하지만 그 뒤치다꺼리는 여전히 저학년을 맡고 있는 교사들이나 방과후교실 부장교사가 맡고 있는 실정이다.

 

A교사가 옆에서 지켜보기 안쓰러울 정도로 방과후교실 부장교사는 현행 ‘누구나’ 신청이 가능한 늘봄교실에 우리애가 왜 입반이 안 됐냐는 학부모 민원부터 시작해 늘봄교실에서 발생하는 학폭 소환 및 강사들이 수업을 마치고 떠난 교실 청소까지 도맡아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일이 벌어지는 이유는 업무분장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늘봄교실전담사가 있지만 민원응대나 청소 등은 빠져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업무분장이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귀찮고 번거로운 일은 모두 부장교사의 몫이 되는 식이다 보니, 부장교사 가까이에서 이러한 모습을 지켜봐야 하는 동료 교사들도 울며겨자먹기로 도와줘야 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A교사는 "도와주면서도 이러한 상황 자체를 만든 정부의 졸속 정책에 화가 치민다"며 "부장교사 부탁으로 일주일에 2번 미래형·맞춤형 프로그램 강사를 하는데, 수업 중간에 '학원에 간다'거나 '엄마가 데리러 왔다'며 교실을 이탈하는 학생들을 볼 때마다 정부가 말하는 사교육비 절감과 돌봄공백 해소 목적에 부합하는 것이 맞는지 의문이다"고 토로했다.

 

더 큰 문제는 부족한 교실이다.

 

하교가 빠른 1학년 등 저학년 교실을 내줘야 하는데, 교실을 내줘야 하는 1학년 담임교사의 경우, 늘봄교실 시간표에 쫓겨서 정작 정규반 아이들이 서둘러 밥을 먹도록 독려해야 하는 일이 매일같이 벌어진다.

 

가뜩이나 챙길 것이 많은 어린 친구들임에도 서둘러 하교부터 시켜야 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다음날 수업준비는 교무실에서 해야 한다.

 

인천교사노조는 “우려했던 일들이 하나씩 현실로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제대로 된 준비도 없이 밀어붙인 정책으로 인해 오히려 정규반 아이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점이다”며 “늘봄교실이 제대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시설과 인력 등 준비과정을 철저하게 거치는 것이 우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시행 단계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델학교를 운영하는 것이고, 이러한 문제들을 면밀히 파악해서 2학기부터 전면도입되는 늘봄교실이 인천에서 성공적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부족한 교실과 업무 분장, 양질의 프로그램 등도 지역 내 대학과 유관기관 등과 협력체제를 구축 중이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인천 = 이연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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