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가족학자 ‘스테파니 쿤츠’는 그의 저서 ‘진화하는 결혼’에서 사랑으로 배우자를 선택하는 건 18세기 유럽에서 생긴 현상이라고 했다. 이같은 말에 비추어 볼 때 그 이전에는 사랑이 결혼의 결과이지 이유로 보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쿤츠는 18세기 이전의 결혼은 성생활과 자녀 양육, 노동력 분담,재산 축적을 위한 거래이자 비즈니스였다는 고도 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자식이 어릴 때 부모들끼리 짝을 맺어주는 조혼 풍습이 대표적인 예라고 밝혔다. 그러나 결혼의 조건이야 어떻든 일단 하고 나면 거의 모든 부부가 번민에 휩싸이기는 마찬가지다. ‘발열로 시작해 오한으로 끝난다’ ‘해도 후회하고 안해도 후회한다’.‘결혼 전엔 공작, 결혼하면 당나귀’ ‘전쟁터에 나갈 땐 한 번, 바다에 갈 땐 두 번, 결혼할 땐 세 번 기도하라’ 등등 결혼에 관한 명(?) 문구들을 나열할 필요도 없다. 남남이 만나서 사는게 결혼인 만큼 크고 작은 문제가 발생하고 사소한 말다툼이 쌓이면서 애정도 자주 식는다. 덩달아 부부간의 의무, 가족에 대한 책임도 흔들리게 되고 결국은 하늘이 맺어준 인연을 깨버리기 일쑤다. 물론 슬기롭게 극복하는 부부들이 더 많다. 우리사회를 지탱하는 근간이
밤소나기 /신동집 황급히 달리는 구름뭉치 사이로 끝까지 반짝이던 것은 두엇낱 그 별이었다. 때리치는 드럼소리 번득이는 번개 배암 우르르 꽝 별은 시방 열매를 맺는 중이다 쏟아진 소낙비도 다 멎고 재빨리 걷힌 구름장 사이로 제일 미리 반짝이던 것은 두엇낱 또한 그 별이었다. 그중에도 큰 별은 나의 별이었다. 무서운 비와 시인의 회억을 들어 올린 작품이다. 하늘이 진동하고 찢어지는 큰 소리였다. 지나간 소리를 기억에 잡고 있는 시인의 무서운 전율이 느낀다. 시골 농가가 지붕까지 물에 잠겨 소, 돼지들의 가축이 떠내려가는 참혹한 장면이었다. 한발도 무섭지만 홍수도 그에 못지않게 무섭다. 참으로 고르지 못한 것이 세상이다. 과학자들은 사하라 사막의 황무지가 해마다 확대되고 있다고 한다. 이대로 가면 불원 아프리카도 황폐화하고 말 것이다. 더욱 우리를 우울케 하고 있는 것은 지구를 감싸 보호하고 있는 하늘의 오존층이 인간의 산업공해로 구멍이 뚫려 점점 확대되고 있다는 모골이 송연한 소리가 자주 들린다. /박병두 시인·수원영화예술협회장
지난 11월4일 홍준표 경상남도 지사는 내년도 도 예산에 무상급식 예산을 편성하지 않겠다고 발표하여 큰 논란이 일었다. 이와는 다른 맥락에서 전국 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는 11월6일 무상보육과 기초연금 재원을 더 이상 부담할 수 없다고 선언했다.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도 내년도 누리과정(3~5세 무상보육) 예산을 중앙정부가 책임지라며 동조했다. 지자체장과 교육감들이 복지재원의 부담문제를 놓고 중앙정부와 벼랑 끝 대치 국면을 이어가고 있는 양상이다. 급기야 11일에는 경남도의 18개 시군이 내년도 무상급식 예산을 편성하지 않기로 뜻을 모았다. 사태 전개에 따라서는 현재 시행되고 있는 복지의 중단이라는 파국적인 상황도 배제할 수 없는 지경이 되었다. 지방은 중앙정부가 대선 공약으로 제시한 노인기초연금과 무상보육을 시행하면서 그 부담을 지방정부에 떠맡겨 가뜩이나 옹색한 지방재정을 파탄지경으로 내몰고 있다고 아우성이고, 중앙정부는 지방정부가 당연히 떠맡아야 할 책임을 중앙정부에 전가하고 있다고 비난한다. 복지재원을 둘러싼 중앙과 지방정부 간 갈등은 빠르게 여야 정치권으로 옮겨 붙어 증세 논란으로 불거지고 있다. 여권이 지금껏 고수해 온 &ls
가을도 이제 막바지로 들어섰다. 단풍으로 울긋불긋 하던 산들은 어느새 갈색으로 변하고 소나무나 잣나무 같은 침엽수만 꿋꿋이 변치 않는 그 모습 그대로 산을 지킨다. 물론 남부 지방은 이제 단풍이 한창이라고도 하지만 중부산간 지방은 벌써 첫눈이 내렸고 고인 물은 얼고 밖에 세워 놓은 차는 하얗게 성에를 뒤집어쓰고 밤을 새운다. 한 때의 아름다움은 사라지고 앙상한 가지만 남은 은행나무는 다른 나무나 들풀처럼 마른 이파리 하나 지니지 못해 유난히 추워 보인다. 가을날에는 멀리서 보아도 금방 눈에 띄던 금빛 잎은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으나 아무것도 지닌 것이 없는 가장 초라한 몰골로 서 있다.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계절의 질서에서 비켜갈 수는 없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한다. 우리 삶에 있어서도 영화는 이렇게 짧게 지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그러나 이제는 짧았던 영화보다는 가을의 상징으로 여기던 은행나무가 가로수에서 퇴출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처음에는 시야를 가리고 은행잎의 특성상 미끄러운 성질 때문에 길에 떨어지면 지나가는 사람들도 그렇고 차도에 쌓이면 미끄러워 위험한 사태를 초래할 수 있다는 얘기였다. 그 후 은행나무는 윗부분이 잘려
한국과 뉴질랜드간 자유무역협정(FTA)이 65개월 만에 전격 타결됐다. ▶▶관련기사 4면 제9차 G20(주요20개국) 정상회의 참석차 호주 브리즈번을 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5일 존 키 뉴질랜드 총리와의 공식 기자회견을 갖고, 양국간 FTA 협상 타결을 선언했다. 뉴질랜드는 14번째 FTA 체결국으로 우리나라는 총 52개국과 FTA를 체결, FTA 네트워크를 북미와 유럽, 동북아에서 오세아니아까지 사실상 전 대륙으로 확장하게 됐다. 현재 양국은 협정 문안 작성 작업까지 완료한 상태로 법률 검토를 거쳐 올해 안에 가서명할 예정이며, 내년 중 정식 서명과 국회비준동의 절차를 거쳐 발효할 계획이다./임춘원기자 icw@
고대 로마에선 일정 연령 이상 미혼자에겐 별도의 세금을 내도록 했다. 특히 결혼 적령기를 넘긴 노총각에게 특별 세금을 부과했다. 만약 30세가 넘도록 미혼으로 남아있으면 고위직에 오르는 데도 불이익을 주었다. 심한 경우 선거권도 박탈했다. 이같은 사실은 로마 아우구스투스 황제가 일찍이 기원전 18년 ‘정식 혼인에 관한 율리우스법’을 제정,독신자들에게 세금을 물렸다는 기록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모두가 인구를 늘리려는 자구책의 일환이었다. 물론 이같은 자구책은 노동력의 확보 차원에서 였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현대에 와서도 결혼하지 않은 사람에게 특별히 걷는 세금 때문에 독신자들의 수난(?)은 계속됐다. 1927년 이탈리아 무솔리니 정부는 25세 이상 30세 이하의 처녀총각은 1년에 3파운드, 그 이상은 2파운드의 독신세를 납부하도록 강제했다. 독일의 히틀러 또한 1933년 집권하자마자 독신세를 신설 결혼권장을 최우선 정책으로 삼았다. 모두가 민족의 우월성을 전파시키려는 발상으로 일명 ‘나탈리즘(Natalism 출생을 늘려서 인간의 인구를 늘리겠다는 사상)’으로 불린다. 루마니아의 독재자 차우세스쿠도 1966년 피임을 불법화하는 법안을 만들었는데 이 법안에는
꽃의 출처를 묻다 /홍순영 안산시 원곡동에서 태어난 동규 엄마는 파키스탄인 어린이집 햇살방에서 장난감 갖고 실랑이하던 철희가 동규를 떠밀며 대뜸 -니네 나라 가, 하며 쏘아본다 아직 어린 봄의 손을 잡고 멀리서 온 꽃들과 사람들에 대해 생각한다 그들의 뒷잔등에 묻어 있는 먼 나라의 바람 냄새를 맡는다 -홍순영 시집 〈우산을 새라고 불러보는 정류장의 오후〉, 문학의 전당 장난감을 갖고 실랑이하는 어린 아이가 ‘-니네 나라 가’라고 말했다면 누구의 책임인가. 아이들은 어른을 모방하며 자란다. 이것은 무서운 진실이다. 어디든 살고 있는 그곳이 실존의 주소일 것이다. 우리는 태초에 지금 이 곳에 있었다고 말할 수 없다. 눈앞에 모르는 꽃 한 송이 피었다면 웃으며 반길 것이다. 우리는 모두 어디로부터 흘러온 꽃이다. 다문화시대를 살면서 서로 어울려 공존하는 아름다운 세상을 기대해본다.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고 서로의 문화를 존중하는 삶, 모두 아름다운 꽃의 시절을 살다가길. /이미산 시인
견지망월(見指忘月)이라는 말이 있다. 가리키는 달은 등한시하고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만을 본다는 뜻으로 핵심을 읽지 못하고 눈앞의 작은 이익에만 급급한 나머지 더 큰 이익을 잃어버리는 근시안적 행태를 지칭하는 말이다. 우리 주변에는 행정편의주의로 인하여 이러한 일들이 자주 발생하고 이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 행정 행위를 함에 있어 어떤 것이 대의적이고 소탐대실(小貪大失)인가. 조금만 검토하고 분석하면 좋은 대안이 있음에도 이를 간과하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경기도 교육청이 지난 8월31일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명예퇴직대상자로 선정된 교원은 1천558명의 신청자 중 25.5%인 398명이라고 한다. 특히 이들 중 다수의 선정 대상자가 재수 또는 삼수를 해서 선정되었다는 소식은 참으로 씁슬한 미소를 짓게 한다. 교원고등고시라 할 만큼 치열한 경쟁을 뚫고 재수와 삼수를 거듭하여 합격한 교원임용고시를 합격해 평생을 교직에 머물다 몇 년 앞당겨 명예퇴직을 하려해도 재수와 삼수를 거쳐 퇴직하는 현실이 참으로 아이러니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은 정작 없는 것일까? 그러나 조금만 생각을 바꾸면 해답이 없는 것이 아니다
커피 한잔 들고 창밖을 내다본다. 바람의 속도로 제 몸을 벗는 은행나무의 샛노란 잎이 그리움으로 다가온다. 지난 겨울 가지치기로 몽당 나무가 되었을 땐 나무에 미안한 생각이었는데 여름내 제법 가지도 늘였고 은행잎도 실하게 매달았다. 슬그머니 은행나무를 안아본다. 한 아름이 되고도 남는다. 십여 년 넘게 나를 지켜온 나무이기도 하다. 우울할 때나 무료할 때 그리고 누군가가 그리워질 때 은행나무에 심통을 부리곤 했다. 발로 걷어차기도 하고 등을 기대기도 하고 타박하면서 투덜대곤 했다. 현이란 친구였다. 은행나무를 무척이나 좋아했던 친구다. 순수하고 착했다. 스산한 가을에 마시는 유자차처럼 싱그럽고 새콤한 향기를 지닌 그는 은행잎이 떨어지면 책갈피마다 은행잎을 끼웠다. 대학진학에 실패해서 두 번씩이나 재수를 하면서도 늘 웃음을 잃지 않던 긍정적인 사고를 하는 그 친구와 보낸 가을이 오늘은 한편의 영상처럼 스친다. 긴 만남은 아니었지만, 서로를 보살피면서 서로에게 희망과 이상을 심어주었고 소중한 기억을 남겼다. 자그마한 키에 검은 뿔테 안경을 썼고 조금은 마른 편이었다. 검은색 가죽 재킷을 늘 입었고 가죽장갑을 끼고 다녔다. 공원 벤치에 앉아 하모니카를 불거나 찻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