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는 산업화에 따른 비약적인 경제성장 이후,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와 후 세대의 출산율 감소 등으로 고령화 사회로 진입했다. 그리고 전통적 가족구조의 해체로 1~2인 가구는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이러한 가구 및 인구구조의 변화와 달리 그간 주택공급정책은 여전히 획일적인 중대형 아파트 위주의 주택건설이 중심이 되어 왔던 게 사실이다. 또한 기성시가지 정비사업의 시행으로 소형주택의 멸실이 가속화 되고 있다. 이 같은 국민의 인구구조와 가구구성의 변화에 대응하고 소형주택의 멸실에 대한 정책적 고려를 위해 2009년 5월 주택법 개정으로 도시형생활주택이 법제화 됐다. 이는 늘어나는 1~2인 가구와 서민의 주거안정을 위하여 필요한 곳에 신속하고 저렴하게 주택을 공급할 수 있도록 각종 주택건설 기준과 부대시설 등의 설치 기준을 적용하지 않거나 완화한 주택 정책이다. 도시형생활주택은 단지형 연립과 다세대 전용면적 85㎡ 이하, 원룸형 12~50㎡ 이하 300가구 미만으로 구성된 초소형 주택을 의미한다. 일종의 소형 아파트라고 보면 이해가 쉽다. 단지형 연립/다세대 주택과 원룸형의 2종류로 세분화 되고 흔히 오피스텔과 혼동하는 경우가 있지만, 오피스텔에 비해
전국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버스조합)가 지난 20일 서울 버스회관에서 전국 17개 시·도 조합 이사장이 참석하는 긴급 비상총회를 열어 버스 전면 운행중단을 결의했었다. 국회 법사위 소속 여·야 의원들은 21일 법사위에 택시를 대중교통 수단으로 인정하는 ‘대중교통의 육성 및 이용 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상정하기로 최종 합의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개정안은 21일 국회 법사위에서 통과됐고, 버스조합은 22일 오전 4시30분 첫차부터 무기한 운행하지 않기로 했으나 이날 아침 운행을 재개했다. ‘국민 교통 불편 심화를 감내하기 힘들어 스스로 운행중단 방침을 해제한다’고 밝힌 것이다. 다행이다. 이번 사태에 대해 버스업계는 ‘개정법안 통과는 대선 표를 의식한 정치권의 포퓰리즘’이라고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 역시 택시가 대중교통수단에 포함되면 추가 재정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리는 만큼 법안 통과에 반대하고 있다. 이에 택시업계의 반응은 정반대다. 택시가 대중교통 수단임에도 다른 교통수단에 비해 차별받고 고유가 등으로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으므로 법 개정은 반드시 추진돼야 한다는 입장인 것이다. 사실 택시업계, 특히 택시기사들의 고단한 현실을 보
요즘 수원시 장안구 관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보고 있노라면 한마디로 어이가 없다. 구청 공무원들이 무슨 생각을 갖고 근무하고 있는지 의구심이 들 정도다. 구청 공무원이 본보 기자에게 했다는 말을 옮겨 본다. “기존 공영주차장의 노후로 이용시민에게 쾌적한 주차공간을 제공하기 위해 공사를 진행 중이다.” 현재 장안구가 5천만 원의 예산을 들여 아스콘 덧씌우기 공사를 하는 곳은 장안구 조원동 846번 일대로 60대를 주차할 수 있는 공영주차장으로 운영되고 있는 곳이다. 이곳에 주차를 하던 지역주민들조차도 돈을 들여 이런 공사를 왜 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멀쩡한 주차장에 덧씌우기를 왜 하느냐는 것이다. 구청공무원 말대로 노후한 주차장의 기준이 무엇인지 의아스러울 지경이다. 지난달 장안구청 주변 인도에 조성되어 있는 자전거도로라고 구획되어 있는 곳에 붉은 빛의 도료가 포장되었다. 구청은 기존 자전거도로의 파손으로 발생하는 주민불편과 도시미관 저해 등의 개선을 위해 총 1천700만 원의 예산을 들여 289m에 대해 포장공사를 마쳤다. 유명무실화 되어 있는 인도 위 자전거도로에 돈을 쏟아 붓는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행정의 표본이다. 상가
한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는 자궁 적출 수술을 받고 3일 만에 출근해야 했다. 다른 노동자가 아파서 출근하지 못했다가 잘린 경우를 봤기 때문이다.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조차 유급휴가가 보장되지 않아 연차를 써야 한다. 3개월, 6개월, 11개월 단위로 재계약을 할 때마다 불안하다. 그래봐야 최대가 합쳐서 20개월이다. 공기업인 안산도시공사 비정규직 노동자 이야기다. 인근 시·군에 비해서도 월등히 많은 비정규직을 채용하고 있는 안산도시공사는 3개월, 6개월, 11개월 단위로 계약을 한다. 1년 내내 일하고 당분간 없어질 일도 없는 상시 지속적 업무인 상수도 검침, 주차 관리, 운동장 관리 등 죄다 그렇다. 합쳐서 20개월. 실정법상 불법은 아니다. 2년이 안 됐기 때문에 그렇다. 그러나 상식과 법의 취지에 비춰서는 명백한 불법, 부도덕이다. 예산과 관리의 수월성을 이유로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것은 ‘잘리지 않게 조심해’라는 협박에 지나지 않는다. 실제로 안산도시공사 본부장은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단체 면담에서 이렇게 말했다. “2년이 넘으면 정규직으로 전환되기 때문에 2년이 되기 전에 교체하는 것이고, 합법
대한민국 검사는 대한민국에서 제일 힘이 셀 것이다. 국민들 뇌리에는 2003년 노무현 대통령과 현직 검사 간 대화장면이 깊이 각인돼 있다. 전후 맥락보다는 현직 대통령이 “이쯤하면 막가자는 거죠”라는 당혹감을 나타낼 정도로 검찰간부도 아닌 검사들의 기개는 대단했다. 대한민국 검사는 기소독점권을 갖는다. 즉 범죄자에 대한 기소는 오직 검사만이 할 수 있다는 말이다. 당연히 힘이 셀 수밖에 없고, 각종 정보보고와 수사, 내사를 통해 최고 권력을 향유한다. 또 검사동일체의 원칙에 따라 상명하복관계가 확실한 검찰에서 검찰총장부터 일선 검사까지 한식구라는 의식이 어떤 조직보다 강하다. 그러다보니 웬만한 검사의 비리는 기소되는 경우가 별로 없다. 소위 내부 징계를 통해 옷을 벗는 것으로 마무리되는 경우를 그동안 국민들은 지켜보기만 했다. 검사들의 비리가 대선정국의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현직 부장검사가 기업과 범죄자로부터 뇌물을 수수해 구속되는 사건이 발생하자 검찰총장이 대국민사과문을 발표하겠다는 등 야단법석이다. 그런데 검찰의 높은 분들이 모여 검찰개혁방안을 진지하게 논의했다는 소식이 귓가에 맴도는 가운데 정말로 어처구니없는 검사비리사건이 또 터졌다. 현직 검사가 피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수원월드컵경기장의 정식명칭은 ‘경기도수원월드컵경기장’이다. 경기장 관리를 담당하는 경기도수원월드컵경기장관리재단(재단)에도 ‘경기도’의 명칭이 들어있다. 그리고 수원월드컵경기장 사무총장과 관리본부장 또한 경기도 출신 공무원이나 김문수 지사의 측근들이 도맡아 왔다. 수원월드컵경기장은 전주시와 서귀포시를 포함해 전국 3개뿐인 기초지자체에 지어진 월드컵경기장이지만, 3곳의 월드컵경기장과는 달리 도(道)에서 관리·운영권을 가진 유일한 월드컵경기장이다. 대다수의 시민들은 수원월드컵경기장이 수원에 있다는 이유로 수원시가 모든 것을 관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월드컵경기장 운영과 관련한 거의 모든 권한은 경기도에 있다. 재단의 당연직 이사 7명 중 이사장인 김문수 도지사를 포함 도가 4명, 수원시는 부이사장인 염태영 수원시장을 포함 3명이 맡고 있으며, 총 15명의 이사 중 경기도 인사가 10명을 차지한다. 수원월드컵경기장 운영과 관련 이사회 결정에 따라야 하는 점을 감안한다면 사실상 경기도가 3분의 2의 이사를 쥐고 있는 이상 도의 마음대로 월드컵경기장 관리&middo
이솝우화에 아빠 개구리가 “이만큼 커? 이만큼 커?” 하고 계속 배를 부풀리다가 배가 터져서 죽는다는 이야기가 있다. 교훈적 줄거리를 다룬 이 허세의 사전적 의미는 실상이 없는 기세, 허위라고 정의하고 있다. 속된말로 쥐뿔도 없으면서 마치 대단한 양 자신을 과대 포장한다는 소리다. 그럼 허세를 부리는 것은 나쁜 것인가? 허세는 자아를 표현하고 싶어 하는 하나의 증상이다. 자아란 말도 사실 거창하고 심오한 철학적 용어가 아니다. 자기 자신과 세상의 모든 것을 분리시키는 심리적 현상일 뿐이다. 쉽게 풀이하자면 나는 특별하단 사실을 스스로 인식하는 것이다. 사람은 어려서부터 자아를 쉼 없이 들어왔고 이야기 하지만 정작 자아의 기본 뜻을 잘 모르고 있는 듯하다. 나 자신의 특별함을 인식하고, 자신을 특별하다고 생각하고, 그것이 삶의 궁극적 목적이라 생각하고, 그러한 생각이 옳다고 여겼다면 아마 우리 사회처럼 허세라는 말로 진지하게 자신을 추구하고자 하는 행동을 폄훼하거나 치부하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실제 자신감 있는 사람은 우기지 않을 것이며, 약하고 부족하기 때문에 강한 척하고 자신조차 속이는 것이라 여겨진다. 진취적으로 살아가는 방법 가운데
베란다에 서서 들녘을 본다. 가을걷이를 마친 들녘은 한가롭다 못해 스산하다. 멀리서 개짖는 소리 들리고 굴뚝에서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것이 한 폭의 풍경화를 보는 듯하다. 어릴 적 우리 집 풍경 같다. 생솔가지를 태워 밥을 지으면 굴뚝으로 거뭇한 연기가 빠져나오고 눈이 매운 어머니는 행주치마로 연실 눈물을 닦아내며 밥물이 끓어 넘치는 솥뚜껑에 행주질을 했다. 쇠죽을 끓이고 난 잔불을 밥솥 아궁이에 넣어 뜸을 들이면 마당까지 번지는 밥 냄새가 얼마나 좋던지. 가마솥을 열 때 피어오르던 뽀얀 김과 구수한 쌀밥 냄새 그리고 적당히 눌은 누룽지 맛은 정말 일품이었다. 지금은 먹거리가 흔하고 간식도 많지만 예전에는 먹거리가 그렇게 흔치 않았다. 된서리가 내리고 나면 밭둑에 있는 고욤을 털었다. 바닥에 멍석을 깔고 장대로 두드리면 다닥다닥 붙어있던 고욤이 우두둑 쏟아졌다. 가지째 꺾이거나 터진 것도 있지만 어머니는 고욤을 항아리에 꾹꾹 눌러 담아 장독대에 두었다. 동지섣달, 어둡기 전에 저녁을 먹고 나면 밤은 왜 그리도 길고 배는 빨리 고파 오는지. 그런 날 어머니는 눈이 허옇게 쌓인 장독대를 손으로 쓱쓱 쓸어내고 고욤 한 대접에 수저를 식구수대로 꼽아 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