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시중은행들이 스테이블코인 관련 법 제정을 앞두고 발행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국내 핀테크·빅테크 기업뿐 아니라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인 해외 업체와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한편, 일부 은행은 자체 실거래 기술 검증까지 추진하고 있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은행은 이달 방한 예정인 히스 타버트 서클(Circle·스테이블코인 USDC 발행사) 사장과 면담을 검토하고 있다. 서클은 최근 각 은행 측에 회동을 제안했으며, 은행들은 “누가, 언제, 어떤 방식으로 만날지는 확정되지 않았다”면서도 “NDA(비밀유지협약) 체결 요구로 일정을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개별 면담뿐 아니라 복수 은행이 함께 만나거나, 금융지주 고위 임원이 동석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논의 주제는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국내 유통·송금 등 국제 거래 활용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발행 가능성 등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국내외 가상자산 규제가 빠르게 바뀌고 있어 정책·환경 변화에 대한 의견을 교환할 것”이라고 말했다. ◇ KB·신한·하나·우리銀, ‘스테이블코인 TF’ 가동 KB금융은 지난 6월부터 그룹 차원에서 ‘가상자산 대응 협의체’를 운영 중이다. 은행을 비롯해 손보·카드·증권·자산운용 등 계열사가 참여해 사업 전략과 정책 대응 시나리오를 논의한다. 최근에는 ‘스테이블코인 분과’를 상설 조직으로 전환, 발행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신한은행은 개별 발행보다 은행연합회 차원의 공동 발행을 염두에 두고 논의에 참여 중이다. 동시에 원화 스테이블코인 기반 결제 시스템의 기술 검증을 자체 추진하고 있다. 자사 배달 플랫폼 ‘땡겨요’에서 스테이블코인을 결제 수단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사전 검토 중이다. 또 특정 가맹점이나 소상공인 지원에만 쓰이도록 블록체인 기반 ‘프로그래머블 머니(Programmable Money)’ 기술도 연구할 계획이다. 하나금융은 제도·사업·인프라 분석을 통해 국가 간 지급결제와 해외송금 수단으로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집중 연구하고 있다. 그룹 내 워킹그룹을 통해 커스터디(디지털자산 관리·보관)와 토큰증권·스테이블코인 등을 함께 다루며, 글로벌 커스터디 기업과 합작 설립한 ‘비트고코리아’의 수탁업 인허가도 준비 중이다. 우리은행은 일찍부터 ‘디지털자산 팀’을 운영하며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원화 연동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준비해 관련 상표권 20여 건을 출원했으며, 은행권 공동 협의체인 ‘오픈블록체인·DID 협회’에 참여해 공동 발행·유통 및 기술 검증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 스테이블코인 법제화 ‘임박’…은행·빅테크 경쟁 가열 국내 스테이블코인 법제화 논의가 다소 주춤한 상태지만, 금융권은 제도화 시점이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발행 주체가 은행에 국한되지 않고 빅테크·핀테크 기업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커, 은행들이 서둘러 대응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스테이블코인은 단순 결제를 넘어 해외송금·국제거래 인프라를 바꿀 잠재력이 크다”며 “법제화 시점에 시장 선점을 위해 은행권의 속도전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오다경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8일 용산 대통령에서 취임 후 첫 을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를 주재한 가운데 9·19 군사합의의 단계적 복원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제1회 을지 NSC 전체회의 모두발언에서 “기존 남북 합의 중 가능한 부분부터 단계적인 이행을 준비해 주길 바란다”고 관계부처에 지시했다. 그러면서 “작은 실천들이 조약돌처럼 쌓이면 상호 간의 신뢰가 회복될 것이고, 평화의 길도 넓어져서 남북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토대도 마련될 것”이라고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연일 남북 관계 긴장 완화 관련 메시지를 내고 있다. 광복 80주년 경축사에서도 북한 체제 존중·흡수통일 비추구·일체 적대 행위를 하지 않겠다는 대북 정책 원칙을 밝히기도 했다. 특히 이날 이 대통령은 관계부처에 남북 합의 중 이행 가능한 부분을 시행할 것을 직접 지시했고, 이에 정부는 9·19 군사합의 단계적 복원과 남북 주민 교류 협력 등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8·15 경축사 내용 중 9·19 합의 같은 부분에 대해 계승할 수 있는 부분은 계승해 나가겠다는 대통령 말씀이 있었다”며 “그런 것들을 포괄해 남북 간 신뢰 회복을 위해 회복 가능한 단계부터 짚어 나가겠다는 것을 반복한 것 아닌가 싶다”고 부연했다. 이 대통령은 비공개회의에서 이날부터 21일까지 전국적으로 실시하는 ‘을지연습’을 두고 “북한을 공격하거나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려는 의도가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 대통령이 “무엇보다 이번 훈련의 기본적인 목적은 한반도 평화를 달성해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이라고 언급했다고 강 대변인은 전했다. 을지연습은 읍·면·동 이상 행정기관과 공공기관·단체 등 4000개 기관 대상으로 한미 연합 군사연습과 연계해 ‘을지 자유의 방패(UFS)’라는 명칭으로 진행된다. 한편 이날 을지 NSC 전체회의에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외교·통일·국방행정안전부 장관, 이종석 국가정보원장,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 위성락 국가안보실장과 안보실 1·2·3차장, 김명수 합동참모본부 의장 등이 참석했다. [ 경기신문 = 김한별 기자 ]
공개적으로 갈등을 빚고 있는 여야 수장이 18일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6주기 추모식에서도 냉랭한 분위기를 이어갔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이날 김 전 대통령 추모식에 참석해 나란히 앉았으나 악수는커녕 서로 눈도 마주치지 않은 채 신경전을 벌였다. 특히 정 대표와 송 비대위원장은 추모사를 위해 차례대로 연단에 올라 상반된 목소리를 냈다. 정 대표는 “1980년 광주가 2024년 12·3 내란을 몰아냈고 45년 전 5월이 오늘의 대한민국을 지켰다. 민주주의는 고난 속에서 더욱 빛나고, 시민들의 5월 촛불과 빛의 혁명 속에서 더욱 단단해진다”며 “누가 완전한 내란 종식 없이 이 사태를 얼버무릴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이어 “내란 사태가 마무리되었다고 말할 수 있겠나”라며 “오늘 당신(김 전 대통령)이었다면 진정한 용서는 완전한 내란 세력 척결과 같은 말이라고 하셨을 것이라 확신한다”고 언급했다. 정 대표는 “이제 저와 후배들이 당신이 지켜온 미완의 과제를 완수하겠다. 당신을 기억하는 국민을 위해, 어디선가 또 당신을 재발견하게 될 국민을 위해 모든 것을 제자리에 돌려놓겠다”며 “고맙습니다. 존경합니다. 저의 영원한 김대중 대통령님”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송 비대위원장은 “김 전 대통령은 대통령 후보 시절에 했던 ‘정치보복은 없다’는 약속을 대통령 재임 중에도 지켰다”며 “저는 이런 김 전 대통령의 리더십이야말로 오늘날 정치권이 반드시 되새겨야 할 가장 귀중한 유산이라고 생각한다”며 ‘통합과 협치’를 부각했다. 송 비대위원장은 정 대표를 겨냥해 “특히 집권 여당이 야당을 대화의 상대방으로 인정하지 않고 말살해야 할 대상으로 규정하는 작금의 현실에 김 전 대통령의 포용과 관용의 정치가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송 비대위원장은 “김 전 대통령이 남긴 숭고한 정신을 깊이 새기며 국익과 민생을 최우선에 두고 통합의 미래로 나아가는 정치를 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고 힘줘 말했다. 두 사람은 앞서 지난주 80주년 광복절 기념식에서도 인사를 나누지 않았다. 정 대표가 취임 이후 “내란 세력과 손잡지 않겠다”며 송 비대위원장의 예방을 거부하며 갈등이 촉발된 것으로 보인다. [ 경기신문 = 김재민·김한별 기자 ]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18일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6주기를 맞아 “김대중이 열어온 길을 더 크게 이어가겠다”고 다짐했다. 김 지사는 이날 SNS에서 “1998년 2월 25일 대통령이 취임하던 날을 기억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 지사는 ‘우리 모두는 땀과 눈물과 고통을 요구받고 있다’는 김 전 대통령의 발언을 인용하며 “뜨거운 눈물을 삼키던 대통령은 결국 국민과 함께 위기를 극복했다”고 떠올렸다. 그러면서 “27년 전 그때처럼 다시 민주주의와 민생, 평화를 세워나가는 출발선에 섰다”며 “김대중이 열어온 그 길 위에서 더 크게 이어갈 것을 다짐해본다”고 덧붙였다. 김 지사는 이날 글과 함께 자신의 집무실에 걸린 김 전 대통령의 어록과 도지사 공관 도담소에 핀 인동초 사진도 함께 게시했다. 인동초는 겨울을 이겨내고 꽃을 피우는 식물로 김 전 대통령이 자신의 표상으로 삼았다. 김 지사 집무실에는 ‘나는 마지막까지 역사와 국민을 믿었다’는 김 전 대통령의 어록이 걸려있다. [ 경기신문 = 이유림 기자 ]
윤석열 전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에 대한 민중기 특별검사팀의 소환조사가 마무리됐다. 김 여사는 구속 후 두 번째로 특검팀에 출석했으나 조사 과정 대부분 진술거부권을 행사한 것으로 파악됐다. 15일 특검팀은 김 여사를 불러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 관련 공천개입 의혹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등을 조사하고 있다. 공천개입 의혹은 김 여사가 출석한 후인 오전 10시쯤부터 진행됐으며 오전 11시 42분쯤 종료됐다. 이후 오전 조사에 관한 조서 열람 후 오후부터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가 진행됐으며, 오후 4시 2분쯤 종료됐다. 김 여사는 조서 열람 후 오후 4시 37분쯤 퇴실했다. 이날 오정희 특검보는 브리핑을 통해 김 여사가 대부분 질문에 진술거부권을 행사했으며, 간혹 '모른다', '기억 안 난다'고 대답했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 14일 첫 조사에서도 김 여사는 공천개입 의혹 관련 명 씨로부터 여론조사 결과를 무료로 받은 경위에 대한 질문에 진술거부권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김 여사 조사 동시에 '건진법사' 전성배 씨와 김 여사 일가의 집사로 불리는 김예성 씨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 중이다. 당초 이들과 김 여사를 대질신문할 것이란 시각이 나왔으나 현재 계획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이날 특검팀은 건진법사 청탁 의혹 관련 통일교 전 세계본부장인 윤모 씨와 건진법사 브로커로 알려진 이모 씨를 구속기소했다. 윤 씨는 지난 2022년 4~8월쯤 전 씨를 통해 김 여사에게 고가 다이아몬드 목걸이와 샤넬 백 등을 건내며 교단 현안을 청탁한 혐의를 받고 있다. 2021∼2024년 통일교의 행사 지원을 요청하면서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 등 정치권에 불법 정치자금을 전달한 혐의도 받는다. 윤 씨는 모두 통일교 총재 등 간부진의 결재를 받아 한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통일교 측은 사건이 보도된 후 윤 씨를 교단해서 축출했으며 "개인의 일탈"이라고 반박했다. 전 씨와 가까운 사이로 알려진 이 씨는 공무원의 직무와 관련된 사항에 대한 청탁 대가로 금품을 받아 챙긴 혐의(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를 받는다. ◇ 김건희 특검, 통일교 향한 수사 '속도' 이날 특검팀은 건진법사 전 씨와 통일교가 연루된 청탁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연결고리'로 지목된 윤정로 전 세계일보 부회장을 소환해 조사 중이다. 윤 전 부회장은 김 여사에게 목걸이 등을 건네고 청탁하려 한 윤 씨를 정치권과 연결관 교단 원로로 알려진 인물이다. 특검팀은 관련 조사를 통해 윤 씨를 지난 2021년 12월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 등 이른바 '윤핵관'에게 소개한 인물로 보고 있다. 이날 소환 조사를 통해 통일교가 정치권과 연루된 경위 전반을 조사하고 있으며, 통일교 관련 국민의힘 등 정치권에 불법적으로 정치자금을 전달한 의혹을 수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윤 전 부회장은 2017년 부회장직에 선임돼 재직했으나 현재 별다른 직책을 맡고있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한편 특검팀은 이날 통일교인들이 국민의힘에 당원 가입한 의혹을 조사하기 위해 국민의힘을 찾았다. 국민의힘 사무총상질 등에 수사관과 포렌식팀을 보내 압수수색 영장을 제시하고 통일교인 명단과 국민의힘 당원 명부를 대조하는 작업에 대한 협조를 요청한 것이다. 앞서 특검팀은 지난 13일 중앙당사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 집행에 나섰으나 당직자 등의 반발로 무산됐다. 특검팀은 권 의원과 건진법사 전 씨, 통일교가 연루된 청탁 의혹에 대한 수사를 진행 중이다. 특히 전 씨가 윤 씨와 함께 통일교 교인을 대거 국민의힘 당원으로 가입시켜 지난 2023년 3월 치러진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와 지난해 4월 총선에 개입하려 한 의혹에 집중하고 있다. 이들이 권 의원을 당 대표로 밀기 위해 이러한 일을 벌였다는 것이 특검팀의 시각이다. 당시 윤 씨는 문자메시지로 전 씨에게 "윤심은 정확히 무엇입니까", "전당대회에 어느 정도 규모로 필요한가요"라고 물었고, 전 씨는 "윤심은 변함없이 권"이라며 권 의원을 지목한 것으로 파악됐다. 윤 씨는 특검팀 조사에서 권 의원 등에게 자금을 전달했다고 시인하면서도 한학자 통일교 총재 등 간부진 결재를 받았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파악됐다. 권 의원은 통일교로부터 어떤 정치자금도 받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통일교 측도 "교단 차원에서 특정인에게 불법적인 후원을 한 사실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 경기신문 = 박진석 기자 ]
“밥 사먹을 돈이 어딨어요. 싸 온 도시락도 냄새 날까봐 눈치 보며 먹어요.” 경기도 내 주요 대학 청소노동자들이 사실상 식대 지원 없이 하루하루 끼니를 버티고 있다. 이들은 이른 새벽 출근에 에어컨도 없는 공간에서 일하며, 창문 없는 휴게실에서 잠깐의 휴식을 취한다. 근무 환경은 열악하지만, 처우 개선은 수년째 제자리걸음이다. 경기신문 취재 결과, 경기대·경희대·수원대 등에 근무하는 청소노동자의 급여에는 식대가 별도로 지급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급여명세서에는 식대 항목이 존재하지만, 이는 기본급 안에 포함된 '비과세 명목' 식대일 뿐, 실제 추가 지급은 없다. 지급되는 급여는 대부분 최저임금 수준이며, 월 160만 원대(수원대)부터 많아야 220만 원대(성균관대)에 그친다. 경기대 청소노동자 B씨는 “월급 198만 원으로는 생계가 빠듯하다”며 “생계를 위해 투잡·쓰리잡을 하려 해도 나이가 많아 엄두가 안 난다”고 토로했다. ◇ 한 끼 1600원 식대…학생식당 사 먹기도 어려워 식대를 별도로 지급하는 대학이라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본지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단국대 7만 원, 성균관대 10~11만 원, 아주대 11만 5000원, 한국외대 12만 원 수준으로, 하루 평균 3200~5450원이다. 이마저도 국공립대 기준 식대(14만 원)에 미치지 못한다. 이른 새벽부터 늦은 오후까지 식사를 두 번 한다고 가정하면 무려 한 끼당 1600~2700원이다. 문제는 식사의 실제 단가다. 학생식당 한 끼 평균 7000원, 외부 식당은 1만 원이 넘는 곳이 대부분이다. 하루 두 끼만 사먹어도 한 달 기준 40만 원에 가까워, 주어진 식대로는 기본적인 끼니조차 해결하기 어렵다. 결국 대부분의 청소노동자들은 도시락을 싸 와 좁고 열악한 휴게실에서 식사한다. 한 대학 청소노동자 A씨는 “도시락 냄새가 학생들 눈에 거슬릴까 봐 눈치가 보인다”고 말했다. ◇ 새벽 출근은 '무급 노동'…에어컨도 없이 땀범벅 공식 출근 시간은 오전 6~7시지만, 많은 청소노동자들은 그보다 1시간가량 일찍 나와 일을 시작한다. 학생 등교 전까지 주요 구역 청소를 끝내야 한다는 압박 때문이다. 그러나 이른 출근은 근로시간으로 인정되지 않으며, 급여도 지급되지 않는다. 한 대학 청소노동자는 “출근하자마자 땀이 비 오듯 흐른다”며 “에어컨도 없고, 샤워시설은 너무 멀리 있어 땀을 씻지도 못한 채 냄새를 참고 하루를 버틴다”고 말했다. 화장실, 강의실, 복도 등에 버려진 수많은 쓰레기는 평균 3~4명의 인원이 담당한다. 음식물 쓰레기부터 배달 찌꺼기, 오물까지 모두 손으로 치워야 하며, 땀과 악취가 뒤섞인 작업은 하루에도 몇 번씩 옷을 갈아입게 만든다. ◇ 남성 노동자는 '이삿짐 인력'까지…업무 범위도 고무줄 특히 남성 청소노동자의 경우, 학교 이삿짐 운반, 물품 이동 등의 작업에까지 동원되고 있었다. 본래 청소 업무와는 무관한 일이지만, 대학 측 요구로 불려 다니는 경우가 많다. 단국대의 남성 노동자 C씨는 “많으면 일주일에 몇 번씩 이삿짐을 나른다”며 “폭염에 무거운 짐을 옮기고 나면 손발이 저릴 정도로 탈진하게 된다”고 밝혔다. ◇ 환기 안 되는 창문 없는 휴게실…법 위반도 지적돼 휴게 공간도 열악하다. 일부 대학의 휴게실에는 창문이 없어 환기가 되지 않고, 하루 종일 문을 열어놔야 겨우 버틸 수 있다. 옆방에 기계가 설치된 경우 소음으로 인한 고통도 크다.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르면, 사업주는 환기, 소음, 온열 환경 등에서 적절한 휴게시설을 제공해야 할 의무가 있다.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최대 50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하지만 다수 대학에서 이 기준은 여전히 지켜지지 않고 있다. 땀으로 범벅이 된 청소노동자들이 사용할 샤워실도 대부분 캠퍼스 외곽에 설치돼 있고, 학생 눈치 때문에 이용을 꺼리는 경우도 많다. ◇ 바뀌지 않는 현실에 '요구 의지마저 식었다' 일부 대학은 열악한 환경 개선을 위한 시도를 하고 있다. 목걸이형 선풍기 지급, 자체 점검을 통한 휴게실 정비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노동자들은 여전히 식사와 임금, 근로환경 문제에서 소외돼 있다. 대학 청소노동자 D씨는 “바뀐다, 바뀐다 해도 결국 똑같다”며 “이젠 요구할 힘조차 없다. 그냥 참고 지낼 뿐”이라고 말했다. [ 경기신문 = 안규용 기자 ]
국내 건설현장의 공사비가 최근 3년간 57% 상승하며 주택 공급난을 심화시키고 있는 가운데, 철골구조 아파트가 현실적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올해에도 공사비는 26~35% 추가 상승이 예상된다. 기후 변화와 안전 규제 강화, 비숙련 인력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최원철 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특임교수는 18일 “비가 오는 날은 콘크리트 타설을 멈추고, 폭염에는 야외 작업을 제한해야 한다. 공정이 늦춰질수록 공사 기간이 늘어나고, 이에 따른 비용 상승 압박도 커진다”며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타개하려면 철골구조 아파트의 보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국내 주택 공급 사업은 기후 변화와 안전 규제 강화로 인한 ‘이중고’를 겪고 있다. 집중호우가 잦아지면서 작업 중단 사례가 늘고,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공정 세분화로 공사 기간이 길어졌다. 여기에 고금리까지 겹치면서 공사비 상승 압박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철근콘크리트(RC) 구조는 콘크리트 양생 시간이 필요해 공사 기간 단축에 한계가 있다.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고 작업 효율을 높여도 3기 신도시·재개발·재건축 사업은 입주까지 최소 10년 이상 소요된다. 최근에는 대형 건설사 아파트에서도 구조물 균열 같은 하자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 당시에도 콘크리트 타설 인력 상당수가 비숙련공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비숙련 외국인 노동자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구조적 결함 위험은 커지고 있다. 철골구조는 이러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완화할 수 있다. 철골 접합에는 고도의 숙련 기술이 필요해 비숙련 인력 투입이 어렵고, 구조적 하자 가능성이 낮다. 철골구조는 공사 기간이 RC 구조보다 짧고, 기본 라멘 구조를 채택해 층간소음 저감 효과가 크다. 기둥과 보가 하중을 지탱하므로 내부 공간 변경이 자유롭고, 향후 오피스·호텔 등 용도 전환도 가능하다. 정부의 ‘장수명 아파트’ 기준에도 부합한다. 골구조 확대는 국내 철강업계에도 긍정적이다. 한국은 한때 미국 철강 수출 4위 국가였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50% 고율 관세 부과 이후 수출길이 막히면서 재고 부담이 커졌다. 철골 아파트 건설은 국내 철강 소비를 늘려 재고 해소와 가격 안정에 기여할 수 있다. 최 교수는 “지금이야말로 한강변을 비롯한 초고층 대단지 재건축·재개발 사업에 철골구조를 적극 도입할 때”라며 “정부가 용적률 인센티브를 부여해 보급을 확산하면 주택 공급난 해소와 건설·철강업계 활성화를 동시에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오다경 기자 ]
미국이 철강과 알루미늄을 포함한 파생상품 407개 품목에 대해 최대 50%의 고율 관세를 새로 부과하면서 국내 수출기업들의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대상 품목은 칼·식기류, 공구, 기계류, 자동차 부품, 전자기기 등 생활·산업 전반에 걸쳐 광범위하다. 18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지난 15일(현지시간)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해 철강·알루미늄 파생상품을 신규 지정했다. 이번 조치는 18일(미국 동부시간 기준) 이후 수입통관되거나 보세창고에서 반출되는 물량부터 즉시 적용된다.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부품이나 기계류는 미국 시장 비중이 높아, 철강 함량이 일부라도 포함될 경우 50% 고율 관세가 붙어 가격 경쟁력이 급격히 악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관세 부과 방식은 철강·알루미늄 함량 비율에 따라 계산된다. 예를 들어 철강 함량 60%인 100달러짜리 제품은 철강 부분에 30달러(50%) 관세, 나머지 40달러에는 상호관세율 15%가 적용돼 총 36달러의 관세가 발생한다. 단순 비용 증가를 넘어 기업 수익성을 크게 흔들 수 있는 수준이다. 한국은 철강을 직접 수출하는 비중이 높고, 철강이 일부 포함된 자동차·전자·기계류 수출도 많아 피해가 복합적으로 나타날 전망이다. 이번 조치는 미국 내 자국 업계 요청에 따라 이뤄졌으며, 상무부는 기존 232조 조치 및 조사 대상 60개 품목을 제외하고 대부분 자국 업계 의견을 수용했다. 국내 기업과 협회의 반대 의견은 거의 반영되지 않았다. 문제는 이번 조치가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미국 상무부는 9월에도 자국 업계 요청을 받아 추가 파생상품을 지정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사실상 ‘살라미 전술’로 철강·알루미늄 관련 품목이 점차 고율 관세망에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산업부는 기업 피해 최소화를 위해 긴급 대응책을 마련 중이다. 중소·중견기업을 대상으로 한 수입규제 대응 지원사업을 확대하고, 철강·알루미늄 함량 확인과 원산지 증명 지원, 컨설팅 범위를 늘리는 방안을 추진한다. 또한 기업 분담금 부담을 줄여 신속 대응이 가능하도록 지원 구조를 개선할 예정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기업들이 단순히 추가 비용을 떠안는 것이 아니라 생산 공정 조정, 대체재 확보 등으로 대응해야 한다”며 “정부도 통관 지연, 인증 절차 등에서 최대한 실질적 지원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 경기신문 = 오다경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은 18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취임 후 첫 을지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기존 남북 합의 중 가능한 부분부터 단계적인 이행을 준비해 주길 바란다”고 관계부처에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제1회 을지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급변하는 대외 여건 속에서 대한민국의 국익을 지키고 외교적 공간을 넓혀가기 위해 남북 관계가 매우 중요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진짜 유능한 안보는 평화를 지키는 것이고, 지금 필요한 것은 철통같은 대비 태세를 굳건히 유지하는 바탕 위에서 긴장을 늦추기 위한 발걸음을 꾸준히 내딛는 용기”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작은 실천들이 조약돌처럼 쌓이면 상호 간의 신뢰가 회복될 것이고, 평화의 길도 넓어져서 남북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토대도 마련될 것”이라고 당부했다. 을지연습과 관련해서는 “국가의 제1책무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이다. (을지연습에) 민·관·군이 참여하게 되는데 실질적인, 또 실효적인 연습이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날부터 오는 21일까지 4일간 전국적으로 실시되는 ‘을지 자유의 방패(UFS, 을지연습)’ 은 국가 비상사태 발생 시 신속하고 효율적인 대응 역량 강화를 위한 관계기관과의 협력체계를 점검하는 훈련이다. 이 대통령은 “국제질서 재편, 인공지능(AI) 등 신기술의 급속한 발전, 기후변화로 인한 안보 개념이 매우 많이 변화하고 있다”며 “전통적인 군사 위협을 넘어서 경제·기술·환경 요소 등이 뒤얽힌 복합 위기에 대비한 통합적 안보 역량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을지연습을 통해 우리 안보태세를 면밀히 점검하고 국가의 총체적인 위기관리 능력을 한층 더 발전해 나갔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이 대통령은 최근 세계적으로 흥행 중인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헌터스’를 콕 짚어 “평화가 경제 안정의 토대라면 K-컬처는 국력 신장의 새로운 동력”이라고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K-문화 강국을 향한 여정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겠다”며 “관계부처는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팔길이 원칙’에 입각해 K-컬처의 글로벌 확산 전략 수립과 지원, K-팝 등 관련 시설 인프라 확충을 포함해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해 주길 당부한다”고 했다. [ 경기신문 = 김한별 기자 ]
윤석열 전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에 대한 각종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감사팀이 구속 상태인 김 여사와 '집사'인 김예성 씨를 소환했다. 18일 김 여사는 오전 9시 38분쯤 법무부 호송차량에 탑승한 채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 웨스트에 위치한 특검팀 사무실에 출석했다. 김 여사는 지난 12일 자본시장법 위반, 정치자금법 위반,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됐다. 구속 이후 14일 첫 조사를 받았다. 특검팀은 이날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 관련 공천개입 의혹에 대한 질문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이날 김 여사와 같은 시간 소환된 집사 김 씨와의 관계도 추궁하는 등 이른바 '집사 게이트'에 대한 조사도 진행할 전망이다. 일각에선 김 씨와 김 여사 간 대질신문이 이뤄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김 여사는 공천개입 의혹 관련 2021년 6월 26일∼2022년 3월 2일 명 씨로부터 2억 7440만 원 상당의 공표용 여론조사 36회, 비공표용 22회 결과를 무상으로 받은 것으로 혐의를 받는다. 이후 명 씨는 2022년 3월 중순 윤 전 대통령 부부를 찾아 이 점을 거론하며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의 공천을 요구했고, 이후 윤 전 대통령이 단수공천을 지시했다고 조사됐다. 집사 게이트는 IMS모빌리티가 2023년 사모펀드 오아시스에쿼티파트너스를 통해 카카오모빌리티 등으로부터 184억 원을 투자받았다는 내용이다. 김 여사 일가의 집사로 알려진 김 씨가 IMS모빌리티 설립에 참여했고, 해당 투자금을 받아 챙긴 것으로 의심되면서 집사 게이트라는 이름이 붙었다. IMS모빌리티가 유치한 투자금 가운데 46억 원은 이노베스트코리아라는 벤처기업이 김 씨로부터 양도받아 보유하던 IMS모빌리티 구주를 사들이는 데 쓰인 것으로 알려졌다. [ 경기신문 = 박진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