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학습으로 북한산 원효봉 등산을 다녀왔다. 처음 아이들과 북한산에 가는 걸 떠올렸을 때는 1학기 초반이었고 그때는 코로나 때문에 올해도 수학여행을 못 가는 게 거의 기정사실인 상태였다. 수학여행을 못 간다면 6학년 마지막으로 뭔가 기억에 남는 활동을 하고 싶었다. 야외면서 밀집도를 낮출 수 있는 활동을 고민하다가 친구들과 종종 가는 북한산이 떠올랐다. 오래전 이야기지만 어떤 초등학교에서 수학여행으로 2박 3일 지리산 등산을 갔다는 것도 등산 체험학습을 추진하는 데 영향을 줬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등산은 몹시 위험한 체험활동 중 하나이다. 절벽 부근에서 낙상하면 크게 다칠 위험이 존재한다. 활동 중에 체력 저하나, 다리 부상으로 인해 낙오되는 학생이 있을 확률도 있다. 응급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계획이 필요했다. 주변에 친한 교사..
지난주 실시된 ‘비질런트 스톰’ 한미연합 대규모 공중훈련에 대한 북한의 반응이 예사롭지가 않다. 휴전 후 최초로 동해 NLL 이남지역에 미사일을 발사하는가 하면 ICBM을 포함, 다양한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우리에게 공포심을 불어넣고 있다. 우리 군은 NLL 이북 공해상에 대등한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도발에 강력 대처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정부도 이번 사태에 대한 평가를, 계획된 방어훈련인데 북한이 7차 핵실험의 구실을 찾기 위해 도발을 하고 있다고 규탄한다. 남북 상호간 강 대 강 대처가 상승작용을 하다 혹시라도 원치 않는, 절대 벌어져서는 안 되는 상황이 올까 걱정이 크다. 북한의 저의(real intention)를 정확히 파악한다면 원만한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고 확신한다. 역지사지(易地思之)가 필요하다. 5년 만에 실시되는 최신예 공군기가..
믿기지 않는 참사 지난 10월 29일 서울 한복판 이태원에서 수백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대참사가 일어났다. 핼러윈 축제에 참여하려고 찾은 젊은 청춘들이 어처구니없이 길바닥에서 스러졌다. 사상자들 중에는 외국인도 다수 포함되어 있고 대부분은 20대들이다. 좁은 골목길에 인파가 밀려드는 곳에서 출동한 소방구조대원들과 시민들이 넘어진 사람들을 들어내고 긴급 CPR을 실시하였으나 희생자는 너무나 컸다. 그런데 이후에 드러나는 경찰과 행정자치부, 용산구청 등 관계 기관의 무대응과 책임자들의 발언과 그 인식은 국민적 공분을 사기에 충분하고도 남는다. 말의 전쟁 언어 전쟁 여권은 이를 두고 사고라 하고, 야권은 참사라고 한다. 한쪽에서는 사망자라고 하고, 다른 측에서는 희생자라고 한다. 분향소에 조화만 있고 영정과 위패는 없다. 국가애도 기간을 선포했지만 검은 리본 띠에는 ‘근조(謹弔)’가 없다. 커뮤니케이션학은 사람들의 소통 현상을 커뮤니케이션의 모델로 설명하고 있다. 인간은 말이나 글로써 감정이나 정보, 지식을 소통한다. 화자와 청자는 말로써 서로의 의사를 전하고 수용하고 토론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화자와 청자는 전하고 수용하는 양자 간의 ‘의미 공유’가 핵심적인 과정과 결과가 된다.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주고받는 메시지는 말과 글이라는 수단을 사용하게 되고 상징화가 이루어진다. 사고, 사망자라는 단어는 중립적이나 무미건조하다. 스물여섯 명의 외국인을 포함해서 156명이 목숨을 잃은 이 사고를 그저 ‘사고(事故)’라 할 수 있고 ‘사망자’라고 표현할 수 있는가. 이 말로 하루아침에 유명을 달리한 희생자와 그 주검을 받아든 가족들의 심정을 어찌 위로할 것인가. 사고, 사망자로 칭한 이들의 공감의 뜨거운 ‘심장’은 어디에 있는가. 이는 참사(慘事)이다. 그것도 대참사라고 아니할 수 없다. 분향소에는 왜 영정과 위패가 없는가. 숨진 이들의 정체성은 어디로 가고 조화와 조문객만 있는가. ‘근조’ 없는 검은 리본을 패용(佩用)한다고 근조의 위로가 될 수 있는가. 공감과 소통의 언어를 사용해야 한다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메시지는 말이라는 수단을 사용한다. 화자는 특히 책임자의 말은 적절한 단어를 선택해야 한다. 단어의 사전적 의미는 물론 사람들(言衆)들의 언어 느낌과 뉘앙스를 잘 이해하고 사용해야 하는 것이다. 이번 참사가 어떻게 일어났는지, 그 대응에는 문제가 없었는지, 정말로 무엇이 문제인지, 왜 참사는 반복되는지에 대한 원인 분석과 사회적 대응이 그 어느 때보다 중차대한 시점이다.
집값이 끊임없이 하락하면서 전세가가 매매가보다 높거나 같은 이른바 ‘깡통전세’ 위험에 대한 서민들의 불안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깡통전세’라는 것을 알면서도 중개행위를 해 세입자를 울리는 등 불법 중개행위를 한 경기도내 공인중개사 사무소 52곳이 단속에 적발됐다. ‘깡통전세’ 사기는 서민들의 내 집 마련 꿈을 갉아먹는 악성 좀 벌레 범죄다. 일시 단속이 아니라 상시적인 검속(鈐束) 체계를 갖춰서 엄단할 필요가 있다. 경기도는 시·군과 함께 지난 9월 13일부터 한 달간 도내 공인중개사 사무소 533곳을 합동 단속해 위법행위 58건(52곳)을 적발해 업무정지 18건, 과태료 30건, 경고 7건, 고발 5건 등(중복 포함) 조치했다. 수원시 팔달구 소재의 한 공인중개사 사무소는 ‘깡통전세’ 매물임을 알면서도 이를 속인 채 10여 명과 중개 거래를 해 전..
만성방광염 그리고 질염, 과민성방광으로 내원한 그녀의 이야기이다. “방광염이 생겨서 내과 가서 항생제 복용하고 좀 낫다 싶으면 질염이 발생해서 산부인과 가서 항생제 또 처방받아먹거나 질정제를 넣었고 또 질염이 좀 낫는가 싶으면 또 방광염이 발생해서 항생제 또 먹고 그랬어요 그런데 최근에는 그래도 잘 낫지 않아 다른 방법을 찾다가 왔어요” 한다. 그러던 중 과민성 방광 증상도 더해졌다. 절박뇨. 즉, 소변이 급하게 마려워서 참지 못하고 자주 보게 된다. 때때로 요실금도 있다. 그녀는 10년 전 요실금으로 요실금수술과 질성형술을 받은 것으로도 우울해한다. 갱년기에는 호르몬 변화로 질이 건조해지고 위축되는 증상이 있을 수 있는데 질을 축소하는 수술까지 했으니 더욱 위축이 심해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수술부위와 주변에 부종과 통증 그리고 과민한 감각, 외음부 주변 피부에 아주 작은 수포 등으로 아프고 불편해 의자에 앉아있기가 어려워했다. 한 산부인과에서 항바이러스제에 이어 항생제 처방을 받았는데 역시 반응이 없자 그녀의 걱정은 커졌다. 요추추간판탈출증으로 인한 요통, 둔근점액낭염 증상인 엉덩이 통증 등등 쏟아지는 증상 보따리를 풀며 그녀는 “좋아질 수 있을까요?” 묻는다. “ 증상들에 병명을 붙이자면 많지만 핵심은 만성염증이에요. 염증이 잘 낫지 않고 만성으로 가는 것은 면역이 제 기능을 못해서 그래요. 제 기능을 할 수 있는 방향으로 치료하면 좋아집니다. 갱년기와 맞물려 발생한 질위축 질통증도 우리 몸이 스스로를 조절하고 치유하는 힘을 도와주면 좋아집니다. 증상은 이렇게 많아도 치료는 면역, 자연치유력을 회복하는 것으로 요약이 되어요. 한약 , 침, 생활습관 관리 등의 통합한방치료가 큰 도움이 되실 거예요”라고 나는 설명했다. 그녀의 걱정에 설명을 덧붙인다. “질주변 통증에 복용하셨던 양약은 헤르페스바이러스에 대한 항바이러스제와 세균에 작용하는 항생제예요. 항생제는 바이러스를 죽이지 않아요.” “복용해도 낫지 않은 이유는 통증과 부종, 수포가 헤르페스바이러스와 세균이 핵심이 아니기 때문이에요. 질과 주변 피부의 감기라고 생각하시면 되어요. 여러 가지 바이러스로 인해 감기가 걸리지요. 감기 걸렸을 때를 생각해보세. 어떻게 해요. 휴식과 영양 등으로 면역을 챙겨야 감기가 빨리 낫지 과로하고 밤새고 안 먹고 하면 빨리 낫나요? 왜 그럴까요? 몸의 면역이 제 기능을 할 수 있느냐 아니냐가 치유에 결정적이기 때문이죠. 면역, 자연치유력이 중요해요.” 염증은 붓거나, 아프거나, 열이나 거나, 붉거나 하는 양상으로 나타나는데 그녀가 혹은 우리가 고통스럽게 하고 없애야 하는 무엇으로 생각하는 염증이란 건 사실 원래는 우리 몸의 정상적인 치유 과정의 일부였다. 면역이 원래의 기능을 잘 못하게 되면서 만성염증의 상황이 발생하게 되었고 그렇기에 면역의 기능 회복이 가장 중요하다. 그녀는 아무튼 면역을 좋게 해주는 한약과 침 치료와 일상생활의 습관을 변화시켜서 정말 다채로운 증상들이 많이 호전되었다. 물론 양약은 복용하지 않는다.
서울 이태원 압사 참사 이후 외신들은 “인위적 참사” 등의 표현을 써가며 한국 정부의 대응을 비판하고 있다. AP통신은 “경찰과 공무원 인력을 더 배치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어야 했다”고 했으며, 뉴욕타임즈는 “전적으로 피할 수 있었던 재난”, 월스트리트 저널은 사람을 밀어낸 범인 수색에 나선 경찰에 대해 “매우 이례적이며 사고원인을 ‘사람을 밀어낸 범인’에게 돌린다”고 저격했다. 외신들은 참사의 원인을 ‘한국 정부의 치안 대응 실패’로 본다. 어찌됐거나 한국 정부의 대응이 국제적인 망신을 사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다시는 이런 후진적인 참사가 발생해선 안 된다. 하지만 지금도 우리 사회엔 다시 참사를 불러올 수 있는 아슬아슬한 현장이 도처에 남아 있다. 우리나라의 인구밀도는 2020년 기준 1㎢당 516명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지난 2일 울릉도에서는 사상 첫 공습 경보가 울렸다. 3일에도 북한은 ICBM 추정 미사일과 탄도 미사일을 발사했다. 이태원 참사로 가뜩이나 어수선한 대한민국에 다시 한번 안보 위기가 엄습한 것이다. 코로나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전 세계에 경제 위기가 닥쳤고, 이태원 참사로 안전에 대한 위기가 닥쳤는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안보 위기까지 닥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이다. 윤석열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이 시험대에 오른 것이다. 경제 위기는 해결에 시간이 걸리는 문제라서, 지금 정부의 능력을 판단하기는 어렵다. 경제라는 존재는 망가지기는 쉬워도 다시 회복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안보 위기의 경우, 윤석열 정부가 잘못하고 있다고 판단할 근거는 없다고 생각한다. 북한의 탄도 미사일..
아이폰 신제품이 출시될 때 며칠 전부터 줄이 늘어서 있고 샤오미에 열광하는 미펀이라는 팬덤이 있어 2015년 미펀제에서는 12시간 만에 212만 대의 스마트폰이 팔리는 기네스 기록이 세워졌다. 팬덤의 등장은 대중문화에서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020년 국내 10대 트렌드로 팬덤경제 부상을 꼽았다. 대중문화적 현상이라고 생각했던 팬덤이 다양한 분야로 확산되어 새로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팬심으로 소비하는 팬슈머(Fansumer)는 연예인을 넘어 기업의 성장에도 영향을 미친다. 2020년 9월 코로나로 대면콘서트가 불가능할 때 BTS는 방방콘 더라이브란 이름으로 BTS 팬 플랫폼 위버스에서 온라인 공연을 했다. 107개국 75만 명이 동시 관람하면서 순식간에 25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 세계 아미의 열정적 팬덤의 결과다. 대중연예인에게 팬덤은 생존과 성장의 조건이다. 2010년대 들어서는 연예인뿐 아니라 기업, 정치인까지 팬덤의 대상이 되었다. 팬덤경제학의 저자 데이비드 스콧은 기업이 불멸의 브랜드를 갖기 위해선 고객을 팬으로 만드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아이폰이나 할리데이비슨을 보면 고개가 끄떡여진다. 90년대 고객만족의 마케팅이 고객감동을 지나 이젠 팬덤 확보로 진일보했다. 하다못해 기자도 팬덤시대에 편입되었다. 독자가 구독 버튼을 누른 언론사와 기자의 기사가 우선 노출되니 확보한 팬덤이 많을수록 기사가 많이 읽힐 수밖에 없다. 팬덤은 브랜드 파워의 핵심이다. BTS도 아미라는 세계적 팬덤이 SNS를 통해 만들어낸 성공사례다. 정치에서 팬덤의 원조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다. 노무현의 원칙에 공감했던 노사모는 그를 대통령으로 밀어 올린 공로자다. 노무현 외에 팬덤을 확보한 정치인으로 박근혜, 문재인, 이재명을 들 수 있다. 노무현과 박근혜 두 정치인의 팬덤 기반은 확연히 다르다. 노무현의 팬덤은 자생적 집단이고 30대 고학력의 회사원을 중심으로 노무현의 원칙, 철학, 삶의 가치에 동의하는 깨어있는 집단이다. 박근혜의 팬덤은 아버지의 유산을 물려받은 측면이 강하다. 박근혜를 통하여 박정희의 추억을 소환하고 있다. 원로 정치인 유인태의 말이다. “정치인에게 강력한 팬덤이 있다는 건 자산이지만 끌려다니는 건 망하는 길이다.” 노사모는 노무현의 죽음에 대한 부채의식으로 말미암아 대깨문이라는 강성 지지층으로 변했다. 비판의식이 실종되고 안타까운 노무현 후계자인 문재인에 대한 절대적 지지로 변모하면서 팬덤의 역기능이 나타났다. 핵심 지지층만을 위한 정치는 때때로 보편적 국민정서와 유리될 수 있다. 정치인에게 강력한 지지기반인 팬덤은 아무나 갖지 못한다. 다만 열성 지지자가 전 당원, 전체 국민을 대변하지도 못한다. 강하게 의사 표시하는 열성 지지자가 정치 지도자와의 직접적 교감을 통하여 정치 어젠다를 결정하게 되면 대의민주주의는 위축되고 정당의 역할은 축소된다. 정치는 기본적으로 토론, 협상, 타협을 통하여 이루어지는 프로세스이기 때문이다. 역기능이 제거되지 않은 팬덤은 때때로 정치를 파행시킨다. 팬덤정치의 창시자 노무현이 대통령에 당선되고 지지자들에게 ”여러분은 나도 감시하고 나를 흔드는 사람도 감시해달라”라고 한 말이 귀에 어른거린다. 물건은 맘에 들면 사면 그만이고 스타는 좋아하면 그뿐이다. 정치는 패자에게서도 소수에게서도 들어야 할 말이 있다. 모두 다 같이 살아가는 공동체의 구성원이기 때문이다. 같은 팬덤이지만 정치팬덤과 경제팬덤의 차이다.
우리말 중에 포르투갈에서 온 단어들이 있다. 우리가 일상용어로 쓰는, 빵, 담배, 카스테라, 사라다, 끼같은 단어들이다. 이 단어들은 포르투갈에서 직접 들어온 것이 아니라 일본을 통해 들어왔다. 역사적, 지역적으로 너무도 멀고 먼 포르투갈 말이 어떻게 일본에 흘러든 것일까. 포르투갈은 유럽 대항해 시대의 선두주자다. 1549년, 포르투갈인을 태운 중국배가 악천후로 표류하다 일본 다네가 섬에 닿는다. 포르투갈과 일본의 첫 만남이었다. 이를 계기로 두 나라는 동서양의 다양한 문물을 주고받는 교역국이 된다. 이렇게 일본에 스며들게 된 포르투갈어가 일본식으로 바뀌어 우리나라까지 전해진 것이다. 교역까지 나아가지 않았지만, 우리 조선 땅에 제일 먼저 발을 디딘 서양인도 포르투갈인이으로 추정된다. 네덜란드 하멜보다(1653년) 70년 앞서 도착한 서양인에 대한 기록이 '선조수정실록'에 나와있는데 그 시대에 중국, 일본 등 극동과 활발히 교역하던 이들이 대다수 포르투갈인들이었기 때문이다. 우리 문헌은 아니지만, 영국 역사가 찰스 복서의 '포르투갈 해양제국'이란 책에 '1577년, 일본으로 가다 표류해 조선땅에 이른 포르투갈인 도밍고스 몬테이루 선장'에 대한 기록이 있어 이같은 추정을 뒷받침한다. 유럽의 대항해 시대의 주역은 스페인, 영국, 네덜란드 등으로 알고 있다. 예나 지금이나 유럽 서쪽 끝 약소국인 포르투갈이 어떻게 그 나라들보다 앞서 대항해시대를 연 것일까. 기원전 12세기에 페니키아인이 건설했고 켈트족도 건너와 살았다는 이 땅의 이후 역사는 끊임 없는 강대국의 침탈로 얼룩져있다. 그리스인, 카르타고인, 로마인, 서고트족, 이슬람 세력 등이 차례로 이 땅에 쳐들어왔는데, 특히 로마는 약 400년, 이슬람 세력은 약 500년이란 장구한 기간을 장악했다. 그래도 이슬람 세력을 몰아내고 독립한 것은 포르투갈이 스페인보다 앞섰다. 또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밟은 1492년보다 70여 년 앞서 세계 곳곳을 누빈 나라가 포르투갈이다. 1415년, 지브롤터 해협을 지나 북아프리카 세우타를 점령한 것을 시작으로 아프리카, 아시아, 남미 등 3개 대륙에 걸쳐 식민지를 건설하며 해양대국의 황금기를 구가했다. 그러나 전성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1580년, 왕가의 분규로 60년간 스페인 지배를 받았고, 또 식민지 전쟁에 합세한 영국과 네덜란드 등에 밀렸다. 19세기 들어서는 프랑스 나폴레옹의 침략, 최대 식민지였던 브라질의 독립, 정치 사회의 혼란 등으로 다시 예전의 유럽 약소국으로 전락했다. 민중음악 파두는 포르투갈의 파란만장한 역사 속 부침이 만들어낸 음악이다. 해양왕국 시절은 물론 이후에도 바다는 포르투갈인들에게 엘도라도였다. 수많은 이들이 모험과 개척을 위해 미지의 배에 올랐다가 살아돌아오지 못했다. 바닷가에서 기약 없이 남편을, 애인을 기다리는 여인들의 애끓는 심사, 죽어돌아온 시신을 부여잡고 울부짖던 소리, 소식조차 알 수 없는 절망의 한숨……이 모든 것이 파두를 만들어냈다. 기원을 알고 들으면, 울음같고 한숨같고 절규같은 파두를 이해하게 된다. 그래도 파두가 낯설다면 이 절창을 들어보시길 바란다. 파두는 시처럼 아름다운 노랫말이 많은데 개인적으로 최고라고 생각하는 노래다. 파두의 여왕 아말리아 호드리게스의 '이 모든 것이 파두(Tudo isto e fado)’. 어느날 당신이 내게 물었지/ 파두가 뭔지 아느냐고/…중략…/ 지금 말해줄게/ 패배한 영혼들, 길잃은 밤들/ 모우라리아의 이상한 그림자들/ 한 녀석이 노래를 하고 기타들은 울고/ 사랑과 질투, 재와 화염, 고통과 죄/ 이 모든 것이 존재하고 이 모든 것이 슬프고 이 모든 것이 파두라고…후략… (모우라리아는 리스본의 파두로 유명한 마을) 해양왕국 포르투갈의 그림자, 포르투갈 민중의 상처가 파두다. 그 파두가 포르투갈을 대표하는 문화상품이 된 것을 보면 아니러니다. (인터넷 창에서 www. 월드뮤직. com을 치면 소개된 음악을 유튜브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나의 삶은 내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겸허하지 않다. 왜냐하면 그는 자신이 누구에게도 어떠한 책임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을 섬기는 일에 자신의 사명을 두고 있는 사람은 겸허해지지 않을 수 없다. 왜냐하면 그는 언제나 자신이 아직 모든 사람에게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진리에 민감한 사람들은 자신들에게 보이는 지고한 빛에 일치하는 방법으로 이해하고, 그 빛에 합당한 삶을 살려고 하지만, 진리에 둔감한 사람들은 과거의 인생관, 과거의 생활 방식을 고집하며 그것을 옹호하려고 한다. 신앙상의 모든 기만 중에서 가장 잔인한 기만은 어린이들에게 그릇된 신앙을 불어넣는 것이다. 그것은 어린이가 어른들에게 이 세계와 자신의 생명은 도대체 무엇인가? 또 그 둘의 관계는 어떤 것인가 하는 질문을 하였을 때, 거기에 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