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국정감사 시즌이 되면, 정책 감사는 온데간데없고 정쟁만 있다는 말들이 반복적으로 나온다. 그런데 이번 국정감사는 진짜 유난하다. 여야 간의 투쟁이 전례 없이 치열하기 때문이다. 여야가 이렇듯 극한의 투쟁을 벌이는 이유는, 일단 대선 시기와 관련이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전에는, 대선이 12월에 있었고, 정권 출범 시기는 2월이었는데,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이후에는 3월에 대선이 있고, 임기는 5월부터 시작이다. 그렇기 때문에 집권 1년 차 국정감사는 현 정권에 대한 감사가 되기는 힘들다. 집권한 지 5개월밖에 안 된 정권의 문제를 들춰내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집권 1년 차 국정감사는, 입법부의 행정부에 대한 견제라는 의미도 찾기 어렵다. 본래 국정감사는 야당에게 국정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지만, 이제 집권 1년 차 국정감사는 더 이상 그렇지 않다. 오히려 여당이 직전 정권의 정책에 대한 감사를 벌여 정국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더구나 지금처럼 대통령의 지지율이 낮은 상황에서는, 여당은 정국 주도권 회복의 필요성을 더욱 절감할 것이다. 국민의힘도 이번 국정감사에 참여하면서 이런 생각을 가졌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생각을 현실화하기에는 국민의힘의 상황이 너무나 열악했다. 비대위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어수선한 상황이 지속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국민의힘의 상황은 달라졌다. 지난 6일 법원이 이준석 전 대표가 낸 가처분 신청 전부를 기각했기 때문이다. 이번 가처분 신청들에 대한 기각 결정은, 윤석열 정권에게 적지 않은 의미를 가져다줄 수 있다. 우선, 현재의 비대위가 법적 정당성을 인정받음으로써, 조기 전당대회에 대한 절박성이 사라졌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만일 이번에 가처분 신청들이 인용됐더라면, 국민의힘은 국정감사를 포기해야 했을지도 모른다. 조기 전당대회를 준비했어야 했기 때문이다. 만일 가처분이 인용됐더라면, 비대위를 다시 구성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다시 최고위를 구성할 수도 없어, 조기 전당대회에 당의 운명을 맡길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또한, 이번에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전부 기각함으로써, 국민의힘은 여당의 역할을 안정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됐다. 이제 국민의힘은 국감에 전력을 다할 수 있게 됐다는 뜻이다. 그런데 국민의힘이 당력을 국감에 집중할 경우, 국감에서의 여야의 대립 양상은 더욱 격화될 수 있다. 국민의힘이 전열을 가다듬어 전(前) 정권에 대한 감사를 더욱 밀어붙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여당이 안정을 찾음으로써 대통령 지지율의 상승도 기대할 수 있게 됐는데, 대통령 지지율이 상승세를 탈 경우에도, 국민의힘의 대야 공세는 더욱 강해질 가능성이 크다. 결국 여당이 안정을 찾은 것은 국가를 위해서 좋은 현상이기는 하지만, 강경 투쟁으로 인한 정국의 혼란은 더욱 심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장점이 있으면, 단점이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는 요즘이다.
마약이 청소년에게까지 무차별로 확산하는 등 심각한 상태에 이르렀다. 마약은 사회관계망을 통해 거래가 손쉽게 이뤄지고, 클럽·축제 현장·어린이 놀이터 등 유통장소가 생활공간에까지 파고들었다. 특히 인터넷을 이용한 마약 유통이 성행하면서 청소년을 포함한 젊은 층 사이에 급속하게 퍼지고 있다는 사실은 중대한 문제다. 인터넷 유통을 완벽하게 차단할 수 있는 방책 등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한 ‘전쟁’ 선포가 필요한 시점이다. 의정부경찰서는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75명을 검거하고 이중 상습 판매자와 투약자 7명을 구속했다. 이들이 가지고 있던 필로폰 60g과 대마 100.6g, 합성 대마와 졸피뎀 63정 등도 경찰에 압수됐다. 이들은 지난 2월부터 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마약을 투약할 상대를 찾는 게시글을 올리고, 투약 의사를 밝힌 이들과 숙박업소에서 투약한 혐의를 받고 있다. 충남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도 최근 태국인 마약 유통 총책을 비롯한 조직원 11명과 투약자 등 모두 40명을 검거해 9명을 구속했다. 이들은 지난 1년간 시가 100억 원에 달하는 필로폰(3㎏)과 야바 등 다량의 마약을 국내에 밀반입해 유통한 혐의다. 이에 앞서 유명 작곡가 겸 가수 돈스파이크(본명 김민수)가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구속 송치돼 놀라움을 던지기도 했다. 충격적인 것은 재범률이 높은 청소년 마약 사범 증가세가 뚜렷하다는 사실이다. 2017년 전체의 0.8%에 불과했던 10대 마약 사범은 지난해 450명으로 2.8%로 치솟았다. 작년 전체 마약류 사범 중 10~30대 비율은 무려 59.6%에 달했다. 올해 검거된 마약 사범 중 10대와 20대가 3분의 1에 달하고, 최근 10년 새 10대 마약 사범이 11배나 늘었다는 통계도 있다. 마약에 대한 경각심이 느슨해지고 인터넷 유통이 성행하면서 우리나라는 순식간에 ‘마약 청정국’에서 ‘마약 오염국’으로 전락했다. 한국은 지난 2016년 인구 10만 명당 마약 사범 25.2명에 달해 유엔 지정 ‘마약 청정국’(기준 20명 미만) 지위를 잃었다. 대검찰청 백서에 따르면 국내 마약 사범은 2016년 1만 4214명에서 2021년 1만 6153명으로 증가 추세다. 올해 들어 8월까지 경찰에 적발된 마약 사범은 모두 8497명으로, 이미 2018년 전체 마약 사범(8107명)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마약 사범은 검거율이 5∼10%에 불과해 실제로는 8만 명 이상이 마약에 연루된 것으로 추산된다. 유통장소가 온 생활공간을 망라하면서 회사원, 군인, 가정주부 등 직업이나 성별, 나이를 가리지 않고 마약에 손을 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마약 거래의 무대가 인터넷 공간으로 옮겨 가면서 수사는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다크웹이나 텔레그램 등을 통해 판매자와 구매자가 접촉하고, 대금은 가상화폐로 지급하는 등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기 위한 수법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진화하는 마약 범죄에 대응하기 위한 수사력 확대와 수사기법 개선이 시급하다. 무엇보다도 인터넷 유통을 차단하기 위해 쓸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총동원할 때다. 대한민국이 느닷없이 ‘마약 천국’이라니, 부끄럽기도 하거니와 두렵기 짝이 없는 노릇이다.
사회생활을 오래 한 부장님, 팀장님은 종종 회사에 갓 입사한 수습사원을 보며 “가장 좋은 때다”라고 말한다. 일의 양도 적고 책임도 적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말 좋기만 할 때일까? 무수히 많은 상담을 했을 때 수습 기간은 고용 안정성이 매우 낮은 시기다. 분명 채용 면접이나 근로계약서를 작성할 때는 ‘수습 기간은 명목에 불과한 것이다’라고 설명을 들었는데 점점 “이런 식으로 일하면 곤란하다,”, “이런 식이라면 본 채용되기 힘들다”라는 압박을 받는다. 그러다가 최악의 경우 우리 회사와 맞지 않는 것 같다는 이유를 들으며 실제로 본 채용을 거부당하기도 한다. 이런 본채용 거부는 아무 문제가 없는 것일까? 우선 ‘시용’과 ‘수습’의 개념부터 살펴보겠다. ‘시용’이란 근로계약을 체결한 후 일정 기간을 두고 근로자의 직업적성과 업무능력 등을 판..
2006년, 독일 월드컵 대회에서 프랑스 국가대표선수이자 주장인 지네딘 지단(Zinedine Zidane)이 프랑스 국가 라 마르세예즈를 부르지 않았다고 프랑스인들의 눈총을 받은 일이 있었다. 지단의 아버지는 알제리의 베르베르(BerBer)족 출신. 프랑스 식민지였던 알제리의 과거사를 생각하면 이해가 간다. 지단은 프랑스 군대가 고국을 침탈하며 불렀을 라 마르세예즈를 입에 올리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실상, 프랑스가 알제리 식민통치시 가한 숱한 만행을 알게 되면 예술과 문화의 나라, 유럽 최초의 인권 선언국으로 띄워진 프랑스의 치장이 벗겨진다. 프랑스 역사 초기는 로마의 침탈로 얼룩져있다. 기원전 8세기, 로마인들은 켈트족이 살고 있던 이 땅에 쳐들어와 그들 말로 갈리아라 부르며 500년 가까이 속국으로 삼았다. 476년, 서로마 제국 멸망 후 세워진 프랑크 왕국은 메로빙거 왕조, 카롤링거 왕조 등을 거치는 동안 주변국을 흡수, 덩치를 키운다. 이 대제국은 자식들의 다툼으로 서프랑크, 동프랑크, 중프랑크로 삼분되는데 서프랑크는 훗날 프랑스가 된다. 이후 잉글랜드, 신성로마제국 등 주변국과 끊임없이 전쟁을 벌이면서도 유럽의 중심, 강국을 고수했던 프랑스는 17세기 이후, 식민지 확장과 베르사유 궁전 신축 등 재정낭비로 민중의 삶을 도탄에 빠뜨린다. 1789년, 분노한 민중궐기는 프랑스 혁명으로 이어지고 이후 과격파의 실각, 왕당파의 반란 등으로 혼란은 극에 치닫는다. 1799년, 쿠데타로 정권을 잡고 황제가 된 나폴레옹은 정복전쟁을 통해 프랑스를 다시 유럽 최강국으로 만들었으나 러시아 원정실패 후 실각한다. 왕정국가에 대한 민중의 불만은 1830년 7월 혁명, 1848년 2월 혁명을 불러 공화국을 탄생시킨다. 20세기 들어 터진 세계대전에 휘말린 프랑스는 2차 대전 중 독일에 점령 당하는 수모를 겪는다. 1945년 종전 후, 유럽, 미국, 일본, 러시아 등 제국주의 열강들 대부분이 식민지 독립을 인정하는 추세로 가는데 프랑스는 식민지 알제리에 대한 집착을 더 강화한다. 식민지 중 가장 가까운 입지, 천연가스 등 풍부한 자원등도 중요했지만, 그 땅에 100년 넘는 통치기간 동안 수많은 군수물자 공장, 주요 군항 등 주요시설들을 만들어놓았기 때문이다. 1954년, 독립을 요구하는 알제리와 무려 8년간 전쟁을 벌였지만, 국제여론의 비난, 오랜 전쟁의 피로에 못 이겨 결국 알제리의 독립을 인정한다. 이후 프랑스, 알제리 관계는 한일간감정의 골 이상이다. 132년간의 식민통지기간 동안 프랑스는 자국민 이주를 위해 원주민을 사막으로 내쫓는 등 삶을 파괴시켰고, 8년 전쟁 중에는 200만명의 민간인을 학살하는 등 만행을 저질렀다. 36년간, 일제 식민통치탄압을 되새김질하고 있는 우리를 생각하면 알제리인들의 프랑스에 대한 적개심을 이해하고도 남는다. 프랑스 국가를 부르지 않은 지단의 침묵도 이해가 간다. 북아프리카의 먼 나라 알제리에 대한 관심은 ‘Desert Rose’라는, 낯선 리듬, 낯선 언어와 목소리의 노래 한 곡에서 시작되었다. 영국 싱어송 라이터 스팅(Sting)이 1999년 발표한 앨범의 타이틀곡이었다. 낯선 목소리의 주인공은 알제리 출신 싱어송 라이터 쉐브 마미(Cheb Mami)였고, 낯선 리듬은 알제리 대중가요인 라이(Ria)에서 왔다. 쉐브 마미의 목소리에 빠지면서 그를 낳은 나라에 관심이 갔고 역사를 깊이 들여다보게 되었다. 알제리의 식민 참혹사를 알게 되자 ‘Desert Rose’, 사막을 태우는 붉은 빛이 문득 핏빛으로 보였다. (인터넷 창에서 www.월드뮤직. com을 치면 소개된 음악을 유튜브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축구, 삼바, 아마존, 열대우림, 남미 최대 영토와 인구, 자원 부국인 브라질. 그러나 세계 최악의 빈부격차와 불평등, 부정부패와 치안 불안의 국가로 인식되었던 브라질을 한때 세계에서 가장 희망이 넘치는 국가로 탈바꿈시킨 인물이 룰라 전 대통령이다. 그는 초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한 가난한 선반공 출신의 노동자였다. 노동자를 위하는 정당이 없기에 스스로 노동자당을 만들어 4번 출마 끝에 대통령에 당선된 것이 2002년이었다. 룰라가 대통령이 되자 외국 자본들은 빠져나가고 국가부도에 직면할 것이라고 해외 언론은 저주의 악담을 퍼부었다. 실제로 단물을 빼먹던 미국 기업들은 줄줄이 브라질을 떠났다. 일순간에 경제는 위기에 빠졌고 국민은 동요했지만, 룰라는 꿋꿋하게 버텼다. 과거 브라질의 이권을 챙기던 기득권층을 엄단하고 새로운 경제정책을 통한 자강책을 세웠다. 특히 볼사 파밀리아(Bolsa Familia) 정책은 브라질을 기사회생시켰다. 그것은 극빈층에게 국가에서 생활 보조금을 지급해주는 기본소득 정책이었다. 처음에는 350만 명이 혜택을 보다가 점차 브라질 인구의 25%가 수혜의 대상이 되었다. 자녀를 반드시 학교에 보내야만 받을 수 있는 이 정책으로 브라질 경제는 다시 순환하기 시작했고 중산층은 두터워졌으며 떠났던 자본은 돌아왔다. 교육을 통한 브라질의 인재 양성도 시작되었다. “왜 부자들을 돕는 것은 투자라고 하고 가난한 이들을 돕는 것은 비용이라고 말하는가”라고 룰라는 외쳤다. 룰라는 재임 중에 브라질의 모든 국가 부채를 다 갚고 브라질을 세계 경제 8위의 국가로 올려놓았다. 2010년 퇴임할 때 그의 지지율은 87%였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그를 가장 존경하는 정치인이라고 칭송했다. 룰라의 뒤를 이은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은 룰라의 정책을 계승했다. 그러나 그동안 숨죽이고 있던 기득권 세력이 발호하기 시작했다. 작업은 지우마 대통령의 탄핵에서부터였다. 관례적인 회계장부 작성을 부정과 대통령 무능으로 몰아서 탄핵에 성공하자 다음 표적은 룰라였다. 가짜 뉴스를 남발하던 언론과 기레기들의 힘은 결국 국론을 분열시켰고 룰라를 재임 중에 뇌물수수와 아파트를 받았다는 혐의만으로 구속했다. 그 와중에 충격을 받은 부인은 사망했다. 관련된 기록영화가 “민주주의의 위기-룰라에서 탄핵까지”이다. 2018년 대선에서 손쉽게 당선된 보우소나루 현 대통령은 브라질판 트럼프였다. 막말과 아마존 열대우림의 무분별한 벌목, 코로나 무대책 등으로 브라질을 다시 후진국가로 추락시켰다. 분열된 국론을 틈타서 빈부차는 벌어지고 경제의 주도권은 미국계 기업과 소수 족벌 가문에게 돌아갔다. 천신만고 끝에 무죄로 풀려난 룰라는 대선에 출마했다. 10월 3일 투표 결과 48.4%를 획득해 43.2%를 차지한 보우소나루를 앞섰지만 50%가 넘지 않아 결선투표를 앞두고 있다. 이번 달 30일 있을 결선투표가 주목되는 이유는 브라질이 다시 암흑이 아닌 희망의 국가로 되길 바라기 때문이다. 룰라 힘내라. 브라질의 영광이여 다시 한번!
경기신문이 큰 일을 했다. 언론에서 큰 일은 특종이다. 지난 3일 저녁 7시, “국민 쫓는 ‘윤석열차’···현 정권 풍자 그림 부천만화축제서 전시”라는 제목의 기사를 인터넷판에 보도했다. 윤 대통령 얼굴이 그려진 열차에 기관사 자리엔 김건희 여사를 그린 카툰(Cartoon, 한 컷 만화)으로, 고등부 금상 수상작이다. 5시간 후, 자정 즈음에 중앙일보가 “칼 든 검사, 조정석엔 김건희···고등학생이 그린 ‘윤석열차’ 논란”이란 기사로 경기신문을 뒤따랐다. 다음날 아침까지 거의 모든 언론이 이 내용을 보도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이 행사를 주최한 부천시 산하 기관인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 엄중 경고를 했다. 언론과 정치권의 논란이 연일 뜨겁다. 마침 4일부터 시작된 국정감사 의제로 부각됐다. 표현의 자유에 방점을 둔 풍자라는 주장과 비하라는 주장이 충돌했다. 102억원의 후원 조건을 어겼다며 지원 축소 가능성을 내비친 정부(문체부) 대응에 언론은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현 정부에 우호적이던 조선일보도 문체부가 ‘긁어 부스럼’이란 우려를 낳고 있다고 비판했다. 자칫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듯한 모양새를 보일 수 있다는 여당 안의 비판적인 목소리도 기사에 담았다. 한 문화부 기자는 칼럼에서 ‘웃고 지나가면 될 일이었다’며 ‘저 정도 만평은 전 세계에 넘친다’고 했다. 한겨레는 고교생 만화수상작에도 정치딱지를 붙이는 정부라고 사설을 통해 질타했다. 또한 ‘비속어’ 파문의 책임을 MBC에 전가하고 있다는 내용과 이번 풍자만화 문제까지 아우르는 해설기사로 정부가 언론·표현의 자유 옥죄고 있다고 비판했다. 오마이뉴스는 고교생 학교 교감과 인터뷰한 내용을 실었다. 기자가 정치적 주제를 다뤘다는 일부 주장이 있다고 물었다. “공모분야가 카툰이다. 카툰은 시사적인 내용으로 세태를 풍자하는 그림이다. 우리 학생은 응모 분야 성격에 맞게 시사적인 풍자 그림을 제출했을 뿐이다.” 교감 선생님의 답변은 명쾌했다. 시의성 있는 인터뷰 기사의 모범이었다. 2017년 표창원 민주당 의원이 주최한 전시회에서는 ‘올랭피아’를 패러디해 박근혜 대통령을 풍자했던 ‘더러운 잠’ 작품이 논란이 됐다. 검찰에 고발됐지만 불기소처분을 받았다. 2012년에는 박 대통령을 백설공주에 빗댄 풍자도 문제가 됐다. 1심부터 대법원까지 모두 무죄판결을 받았다. 예술창작 표현물로 판단했다. 문재인 정부의 세금 부과를 풍자한 2021년 3월 19일자 매일신문 만평은 광주민주화운동까지 희화화 했다. 이번 부천국제만화제 파문은 언론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역과 중앙의 구분이 사라지고 있다. 지역신문의 기사가 전국화 되는 전형을 보여 줬다. 배달망을 기반으로 한 일부 신문의 독점적 여론 지배는 빠르게 분화되고 있다. 경기신문 보도로 촉발된 풍자 카툰 여론의 확산 과정을 보면서 다시 한 번 실감한다.
1960년 마산에서 일어난 315의거 때의 이야기다. 부정선거에 항의하다 수많은 학생, 시민들이 경찰의 총격에 죽거나 다쳤다. 419혁명 이후 315부정선거와 경찰발포의 주범으로 지목된 최남규 경남경찰국장이 검찰의 조사를 받게 되었다. 1932년부터 일제치하 순사로 경찰에 들어온 뒤 28년만에 경남경찰 수장에 오른 최남규는 당구 쓰리쿠션 원리를 빌어 억울함을 강변했다. “경찰은 하늘에 대고 공포를 쏘았지만 총알이 시위대가 던진 돌멩이와 공중에서 ‘키스’를 하며 굴절되어 군중에게 맞았다”는 희대의 창의적인 주장이었다. 가히 상상을 초월하는 이런 전설적인 거짓변명들은 그간 끊이지않고 맥을 이어왔다. 이명박 전대통령이 스스로 BBK를 설립했노라 얘기하는 영상을 보고 “주어가 없다”며 눙쳤던 나경원 전의원의 억지도 역대급이었고, 윤석열 대통령의 막말에서 바이든을 ‘날리면’으로 들린다던 김은혜 대변인도 전설의 반열에 오를 것임에 틀림없다. 이제는 이 분야에 불멸의 레전드가 된 “탁 치니 억하고 죽었다”던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처럼 이런 억지주장의 공통점은 보고 들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사실을 입에 침 하나 바르지 않고 부정하는 뻔뻔스러움이다. 김학의를 보고도 못알아보겠다는 검찰처럼 문제는 그들의 시력이나 청력이 아니라 비범한 뇌구조에 있다. 선거를 위해서라면 북한에 ‘돈 줄테니 총을 쏴달라’는 발상도 가능한 뇌구조임을 알기에 나는 이번 강릉 현무 낙탄(?)사고를 보고 어떤 해명이 나올지 자뭇 불안했다. 강릉시민들이 폭음과 화염에 밤새 잠 못 이루며 불안에 떨고 있음에도 8시간 동안 군은 해명하지 않았고 방송은 침묵했다. 큰일이 벌어지면 습관적으로 이 정부는 입을 다문다. 대통령의 미국 막말 때도 15시간 동안 해명이 없었다. 진실을 있는 그대로 알리고 사과하면 될 일을 끙끙 앓다 굳이 ‘날리면’으로 꾸며댄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 미사일도 고장 날 수 있고 실패할 수 있다. 이번 사태의 문제는 현무의 기술적 결함이 아니라 그 결함이 초래할 위험과 공포를 숨기고 통제하려는 침묵의 시간이다. 거짓이 거듭되면 이젠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을 사람이 없다. 애시당초 이 정권은 국정이란 메주를 팥으로 쑤면서 콩이라 윽박지르는 것 같으니 말이다. 박정희 시절, 동아방송 ‘0시의 다이얼’에서 개그맨1호로 통하는 전유성 씨가 "육영수 여사와 박정희 대통령의 부부싸움을 뭐라 부를까"라는 질문을 던지곤 "육박전이죠!"했다. 그는 그 뒤 석 달간 방송출연을 정지당했고 담당PD는 남산으로 끌려갔단다. 호랭이 담배피던 시절 이야기라고? MBC가 대통령의 막말보도에 앞장서자 건희여사 팬클럽 회장을 하던 강신업 씨는 조작방송으로 '역적질'한다며 “수사든 세무조사든 모든 방법 동원해 MBC를 징치하라”고 선동했다. 세정가에 따르면 최근 서울지방국세청은 MBC에 조사1국 정예요원들을 보내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한다. 미사일도 거꾸로 날아가는 세상이다. 뭐든 ‘뒤로 빠꾸’를 못하겠는가? 첨단무기가 불을 뿜는 우크라이나전쟁을 실황으로 보면서도 우리는 국군의날 행사에 맨손으로 병머리를 날리고 여군이 대리석을 깨부수는 차력쇼를 보이기에 여념이 없다. 육 여사도 박정희도 사라진지 오래건만 국군은 아직 ‘육박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거짓은 모든 것을 뒤로 가게 만든다.
경기신문이 단독으로 ‘국민 쫓는 윤석열차...현정권 풍자그림 부천만화축제서 전시’ 제하 기사를 보도했다. 이 작품은 윤석열 대통령을 풍자한 고등학생의 그림으로써 제23회 전국학생만화공모전 카툰 부문 금상을 수상했다. 그림엔 윤 대통령의 얼굴을 한 열차가 달리고 있고, 기관사 위치엔 윤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로 보이는 사람이, 그 뒤엔 칼을 든 검사 복장의 인물 4명이 있다. 기사는 이 그림이 온라인 커뮤니티 누리집 등을 중심으로 퍼지면서 화제가 되고 있다는 내용과 함께 “그린 학생도 대단하지만, 이 작품에 대상을 준 심사위원들도 대단하다”는 누리꾼들의 반응을 소개했다. 3일 오후 7시 12분 본보에 의해 처음으로 이 소식이 보도된 후 대다수의 언론매체들이 뒤를 이어 기사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문화체육관광부는 신속하게도 다음날..
개천절 황금연휴, '나락 한 알 속의 우주', '무위당 장일순의 노자 이야기', '무위당 잠언집' 등 선생의 보석 같은 유물들을 탐독했다. 과장 없이 몸과 마음이 함께 재생되는 느낌이었다. '무위당 읽기'는 해월 최시형 선생의 인내천(人乃天. '사람이 하늘이다')사상과 '노자삼보'(老子三寶. 자애 검소 겸손)를 일상화하여 살았던 이 특별한 선지자를 감동적으로 알려준다. 하늘, 땅, 사람이 협력하여 지은 농사에서 거둔 나락 한톨 안에 우주만물의 기운이 빠짐없이 들어 차 있으니 '나락 한 알 속의 우주'는 조금의 과장도 아니다. 넓은 바다에 빠뜨린 그 좁쌀 한 알(滄海一粟)이 광대무변의 우주이기도 하다는 가르침은 실로 놀라웠다. 키가 한뼘이나 자랐다. 자연과 인간, 또 인간과 인간 모두가 우주 안에서 그 일체의 조건이 작용하여 '나'를 있게 해준 거다. '나'는 나락이 그러하듯 그렇게 수혜자로서의 우주다. 그 말씀은 어렵기만 한 존재론과 우주론을 자상하고 다정한 선생님처럼 깨우쳐 준다. 선생의 벗들은 말한다. "부모 없는 집안의 맏형 같은 사람" 이현주(목사. 작가. 무위당 장일순의 '노자 이야기' 대담자) "내게는 아버지 같았던 분"ㅡ김민기(뮤지컬 '지하철 1호선' 연출가. 작곡가) "선생님은 소외되고 가난하고 억압당하고 고통받는 사람에 대한 연민의 정이 많으셨습니다. 그들과 함께 하시면서 모두가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꿈꾸셨어요."ㅡ박재일(전 사단법인 한살림 이사장) "이 땅의 풀뿌리 백성을 하늘처럼 섬기고, 사람 사는 도리를 가르쳤던 해월 최시형 선생이 지금 단순히 동학이나 천도교의 스승이 아니라, 이 겨레, 이 나라 사람들 전체의 스승이듯이 장일순 선생의 자리도 그러한 것이 아닌가 합니다." ㅡ故김종철(녹색평론 발행인) "세상에 영향을 미치고 변화시키면서도 본인은 항상 그 뒤에 있다. 구슬이 진흙탕 속에 버무려져 있어도 나오면 그대로 빛을 발하는, 그런 사람은 이제 없겠죠."ㅡ 故리영희(한양대 교수) "하는 일 없이 안 하는 일 없으시고, 달통하여 늘 한가하시며 엎드려 머리숙여 밑으로만 밑으로만 기시어 드디어는 한 포기 산 속 난초가 되신 선생님!"ㅡ故김지하(시인) 젊은날 선생을 읽고 높이 존경하였지만, 따르지 못하고 사실상 외면한 채, 긴 시간 천민자본주의의 수도 한복판에서 활개치며 살았다. 실로 허랑방탕한 세월이었다. 그 회억(回憶)은 회한(悔恨)으로 가득하다. 멈춰서서 왔던 길을 돌아보니 육십이 훌쩍 넘었다. 쏜살 같은 시간! 선생은 아침마다 부모님의 요강을 비우면서 하루를 시작했다. 세상을 위해서도 그 '효성'을 실천했다. 그는 미물들이 자신을 진짜 우주라고 믿게 했다. 그 리더십은 역사가 되었다. 나의 여생은 얼마일까. 연약하고 가난해도 무위당의 걸음으로 의연하게 가다가 낙엽지듯 멈추는 것이다.
오리 두 마리가 뒤뚱뒤뚱 길을 간다. 거리를 두고 뒤에 따라가던 오리가 멈추면 앞서가던 오리가 뒤를 돌아보지 않고도 어떻게 알았는지 동시에 멈추어 선다. 멀찍이 따로 서서 먼산을 보다가 앞쪽 오리가 출발하면 뒤쪽 오리는 또 어떻게 알았는지 얼른 고개를 돌려 앞 오리를 따라 걷는다. 가축은 주인을 닮는다던데 덕기네 할아버지 할머니가 키운 오리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