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푹 꺼진 박에 원숭이가 손가락을 펴면 손이 들어갈 정도의 구멍을 파고 바나나를 넣은 다음 나무에 묶어둔다. 나무에서 내려온 원숭이가 박 안에 있는 미끼 냄새를 맡고는 손을 넣어 움켜쥔다. 그때 사냥꾼들이 나타난다. 주먹을 펴고 미끼만 놓아버리면 손을 뺄 수 있는데, 욕심 많은 원숭이는 미련하게 바나나를 움켜쥐고 있다가 잡히고 만다.’ 전설 같은 고대의 ‘원숭이 사냥법’이에요. 원숭이가 사냥꾼의 속임수에 당하는 모습을 지켜본 다른 원숭이들이 교훈을 얻는다면 같은 속임수는 통하지 않을 텐데요. 안타깝게도 원숭이라는 동물의 지능은 그 한계를 넘지 못한다네요. 역사에도 전설 같은 게 있어요. 플러스 게임을 하지 않고 어리석은 마이너스 게임을 하다가 망한 이야기가 고비마다 수두룩하지요. ‘원숭이 사냥법’ 얘기와 ‘뺄셈정치’의 공통적 본질..
작달막한 체격에 허리 굽은 할머니가 날씬한 손녀의 손을 잡고 힘겹게 걷고 있다. 이른 아침 풍경이 한 폭 그림 같다. 그림 속에는 생명의 아침 빛이 저녁의 어둠과 함께 세월의 흐름까지 내포되어 있다. 인생이 이렇듯 흐르고 흘러서 죽음의 마지막 페이지로 향하는가? 그때 ‘메멘토 모리(memento mori)’가 생각났다. 라틴어 메멘토 모리는 ‘죽음을 기억하라’는 뜻이다. 2천 년 전, 로마 공화정의 개선식에서부터 비롯된 이 말은 아무리 기쁜 일이 있어도 언젠가는 죽는다. 겸손하게 행동하라. 는 오묘한 진리를 승리에 도취된 장군에게 하늘이 들려주는 소리로 여기도록 했다고 한다. 오늘날도 어느 탈옥수의 입에서 터져 나온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이 여전히 개연성을 갖는 사회다. 법은 선(善)을 떠나버린 세계에서 선의 대리자나 된 양 눈을 부릅뜨고..
인간의 이기적 본성은 호모사피엔스의 타고난 특질이다. 이러한 성질은 지적 활동이 활발하던 고대국가 시절부터 간파되었다. 그래서 공자는 정치와 형벌로써 다스리려 하면, 백성들은 피해가려만 할 뿐 부끄러움을 모를 것이라고 했다. 1년여 전 허위날조 보도에 대해 징벌적 책임을 부과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은 기자단체들의 저항으로 무산되었고, 새해 벽두에는 소위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바꾸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방송법 개정안이 국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했다. 본회의까지 통과되면 공영방송은 정치적 통제로부터 자유롭게 될 수 있을까? 민주주의의 이상을 구현하기 위한 법과 제도부터가 허점투성이다. 1987년 체제의 산물이라는 대통령 5년 단임제가 제왕적 대통령의 독주를 제어하지 못한다며 대통령 중임제나 내각제로 바꿔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 지도 오래 되었다. 그렇게 바꾸면 민주주의가 발전한다는 경험적 증거라도 있나? 미국은 대통령 중임제인데 민주주의에서 그다지 모범적이지 않고, 일본의 내각제는 제왕적 파벌이 군림하고 있는 형편이다. 공영방송의 지배구조에 확실한 대안이라고 주장할만한 법과 제도는 없다. 서구 국가들의 방송을 모델로 거론하기도 하지만, 딱히 법과 제도가 잘 되어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니다. 숱한 시행착오와 우여곡절을 거쳐 정착된 문화인 것이다. 민주주의도 그렇고, 대통령제나 내각제도 그렇고, 또 역시 공영방송의 독립성도 법 이전에 운영, 관행, 문화의 문제다. 한국언론학회와 방송학회의 1월 9일 세미나에서 조항제 부산대 교수는 “제도에 준하는 관행이 된 정치적 후견주의가 방송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 정치권력의 인사권을 매개로 공영방송은 권력의 도구가 되었다”고 주장했다. 소위 ‘정치적 후견주의’라는 관행을 문제로 지적한 것이다. 모든 정치권력이 인사권을 매개로 공영방송을 권력의 도구로 삼은 것도 아니다. 그러니 바꿔야 할 것은 법이 아니라 관행이다. 굳이 법을 바꿔야 한다면, 제시하는 대안이 논리적 방법론적 정합성에 부합해야 한다. 외국의 사례를 제기한다고 할 때, 그때는 경험적 귀납적 논리에 따라 우리의 조건에서 도입하면 확실히 좋아질 수 있다는 개연성을 명징하게 증명할 수 있어야 한다. 당위론을 앞세워 관성적으로 성급하게 도입해서는 소기의 성과를 달성하기 어렵다. 현재 2월 말에 임기가 만료되는 MBC 사장 선임을 위한 절차가 진행 중이다. 방통위원장의 임기가 유지되는 가운데 현행의 지배구조에서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고자 한다. 새로운 관행이 산고를 겪고 있는 중인 것이다.
엄청난 예대금리 차이로 떼돈을 번 시중은행들이 역대급 성과급 잔치를 벌이는 데 이어 지난해 높은 이익률을 실현한 정유업계도 대규모 성과급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여론이 심상치 않다. 이들 은행과 정유업체의 대박은 서민과 기업이 겪는 눈물겨운 고통의 반대급부라는 점에서 과연 정의로운 결과물인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횡재세’ 도입 등 특정 업계의 이익 독식을 막을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새해 벽두부터 은행들은 기본급의 300~400%에 달하는 경영성과급을 책정했다. 신한은행은 기본급의 361%(현금 300%, 우리사주 61%), 국민은행은 280%에 특별격려금 340만 원을 따로 준다. 농협은행은 기본급의 400%를 지급한다. 은행 이익의 대부분이 예대마진(대출이자에서 예금이자를 뺀 나..
경기도 내 고령인구가 199만 명을 넘어서며, 젊은 층이 많은 경기도마저 ‘고령화사회’에서 ‘고령사회’로 진입했다. 이 같은 사실은 행정안전부가 밝힌 지난 연말 기준 우리나라 주민등록 인구통계에서 드러났다. 주목할만한 지점은 2026년으로 예측됐던 ‘초고령사회’ 진입이 2025년으로 앞당겨지고 있다는 대목이다. 출산율 하락 문제와 함께 가속도가 붙은 고령화 문제에 대한 정밀한 대책이 시급해지고 있다. 적극적인 대처가 긴요한 시점이다. 행안부가 밝힌 2022년 12월 31일 기준 주민등록 인구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인구는 5천143만9천38명으로, 2021년보다 19만9천771명(-0.39%) 줄었다. 남녀 간 인구 격차는 16만5천136명(여자 2천580만2천87명, 남자 2천563만6천951명)으로, 2015년 처음 여자 인구가 남자 인구를 추월한 이래 역대 최..
1. 몇 년 전 텍사스에 교환교수를 다녀왔다. 오스틴 북쪽, 집 근처 마트에 장 보러 갔다가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장애인 주차장의 승용차 뒷범퍼에 이런 스티커가 붙어있었다. ‘DISABLED & PROUD’. 장애가(부끄러운 게 아니라 오히려) 자랑스럽다는 것이다. 미국의 빈부격차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레이건 집권 이래 30년 이상 가혹한 신자유주의적 수탈을 통해 재화가 극단적으로 최상층에게 쏠렸다. 경제학자 피케티가 주도하는 《세계불평등보고서(World Unequality Report)》에 따르면, 2022년 미국 전체 가구 순자산에서 상위 10퍼센트가 차지한 비중이 70.7퍼센트다. 반면에 하위 50퍼센트는 고작 1.7퍼센트에 불과하다. 불법이민자, 사회적 약자, 비정규직 노동자의 무덤 위에 쌓아 올린 바벨탑이다. 인종차별과 총기 문제는 여전히 현..
함흥은 동해안에 위치한 화학공업도시이다. 흥남은 함흥에서 남쪽으로 12km 떨어져 행정구역상 함흥시 흥남구역에 속한다. 함흥은 1416년 함주라는 함자에 흥하라는 의미에 함흥이라는 지명을 가졌고, 흥남은 1927년 질소비료공장이 생기면서 함흥에 남쪽이라는 의미에 흥남이라는 지명이 새로 태어났다. 함흥은 조선시대 함경도 행정중심지로 조선을 일으킨 전통적인 도시이며 흥남은 일본인 노구치 시타가우(野口遵)에 의해 생겨난 근대적 도시다. 1943년기준 함흥인구는 12만명, 흥남인구는 16만명으로 1960년 함흥-흥남이 통합하면서 평양 다음가는 제2도시로 부상했다. 함흥면적(2003년기준)은 556㎢이며 현재 인구는 83만7000명(2013년 기준)으로 추정한다. 함흥-흥남 행정구역은 분리와 통합을 거치면서 변화되었다. 물의 길을 보면 랑림산맥과 함..
인천, 경기, 서울 수도권 일대에 깡통빌라 전세사기를 당한 청년세대의 울분이 가득하다. 아파트 값 폭락에 따른 2030세대의 격한 분노와 뒤엉켜 비명소리가 하늘을 찌른다. 종자돈을 털린 성난 청년의 한숨 소리가 귓전을 맴도는 듯하다. 신속한 조치가 뒤따르지 않으면 사기 피해를 입은 당사자들은 살아가는 게 즐겁지 않을 것이다. 위험한 사회가 아닐 수 없다. 사기범죄 1위인 나라, 서민의 등을 쳐 잇속을 챙기는 자들이 기승을 부리는 사회다. 열심히 사는 청년들이 연실 같은 희망조차 가질 수 없을까봐 두려워진다. 2, 3년 전부터 ‘빌라 왕’ 전세 사기 행각이 알음알음으로 전해졌었다. 행정, 입법, 사법 당국은 두 손 놓고 있다가 이제야 관심을 갖는 제스처를 취한다. 서민 경제사범 행위는 조직화, 지능화되고 있는 데, “각자 알아서 조심해야 한다”는 분위기였..
수원시 장안구 이목동에 있는 수원 동원고등학교 학생과 학부모, 그리고 인근 주민들은 학교 담장 하나 사이로 지나는 고속도로 방음터널 공사를 줄기차게 요구해왔다. 한국도로공사는 방음벽 높이를 당초 11m에서 18m로 높이는 방안을 내세우며 학교 측의 소망을 외면해왔다. 그러나 마침내 학교 측의 요구가 받아들여져 숙원이었던 방음터널 공사가 올해 안으로 착공될 예정이다. 동원고등학교는 지난 30년간 고속도로 소음으로 학습권 침해를 받아왔다. 여기에 더해 지난해 4월부터 안산 상록구~북수원 장안구에 이르는 영동고속도로 14km 구간 도로를 6차선에서 8~10차선으로 확장하는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동원고등학교 학생·학부모들은 도로 확장에 따른 소음 피해를 호소하면서 방음터널 설치를 요구해왔다. 하지만 한국도로공사는 방음터널공사에 약..
하나를 들으면 열을 깨친다. 슬기로운 사람이나 그런 공부에 대해 얘기할 때 약방의 감초처럼 등장하는 어구(語句)다. 우리 속담(俗談)이라고도 하고, 문자 속 좀 든 이는 선비의 속성(屬性)이라고 한다. 그런데 오해다. 속담처럼, 인구(人口)에 회자(膾炙)된다. 이 말의 전파력과 매력을 말하는 것이다. 그러나 속담이 아니다. 첫 번째 오해다. 또 하나는 공부하는 사람을 뜻하는 우리말 선비를 한자 士(사)로 추측해 ‘하나(一) 들으면 열(十) 안다는 데서 온 말’이라고 푸는 오해다. 개연성(蓋然性)도 있고 멋진 센스의 추리지만, 어원인 갑골문을 보면 그렇지 않다. 士는 감옥을 지키던 벼슬아치의 도끼 그림이다. 인터넷 페이지의 글. ‘속담에 하나 들으면 열 안다는 말 있잖아요? 한문으로는 어떻게 표현하나요?’ 어떤 이가 ‘문일지십(聞一知十)이란 사자성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