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부터 2023년 벽두까지 세계 유수의 연구기관들은 올 한 해에 대한 여러 예측을 쏟아내고 있다. 대체로 낙관적인 예측보다 비관적인 예측이 더 우세하다. ‘위기’ 또한 가장 인기 있는(?) 단어로 자리 잡았다. 고대 그리스에서 ‘위기’는 옮음과 그름, 삶 혹은 죽음을 선택해야 하는 순간 등을 의미했지만, 근대에서 위기는 선택조차 쉽지 않은 위기의 일상화 시대로 변모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판도와 타이완의 위기, 식량 불안 위기, 경기침체 위기,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부채 위기, 이란 핵문제, 기후변화 악화 등은 단골이거나 중첩되는 위기 속 예측 소재들이다. 특히 미국과 중국의 패권다툼은 거의 상수로 자리 잡아 국제정세 예측의 기본 축이 되고 있다. 이러한 위기 상황예측에 한반도가 빠질 수 없다. 북한의 무인기 기습과 군의 허술한 대응 모습은 계축년의 한반도가 더 격랑 속으로 빠져들어 갈 것임을 시사한다. 이는 ‘2차 세계대전 이후 본 적이 없는 지각변동’이 한반도에도 밀어닥치고 있음을 예고한다. 김정은 정권은 그간의 북한이 구사해온 對남한 전략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으며, 그 이면에는 핵무기와 미사일의 고도화가 거의 달성되었다는 나름의 자신감에 기반을 두고 있다. 한마디로 한반도는 변침점(way point)에 놓여 있는 것이다. 변침점은 선박이나 비행기가 목적지까지 여행하면서 중간에 항로를 변경하는 지점을 말한다. 문제는 김정은 정권의 철저한 ‘모호성 전략’ ‘속내 감추기 전략’으로 그 진정한 음모를 선제적으로 알아채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이를 부시 대통령 시절 국방장관을 역임한 도널드 럼스펠드의 표현을 빌리면 ‘unknown unknowns’이다. 즉 모르는 것은 모를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미 정보기관이 중요한 국제적 사건에 대해 사전 예측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고 비판하자 이에 대응하여한 말이다. 그러나 우리 정보기관은 럼스펠드의 자조적 단어를 수용하면 안 된다. 김정은 정권은 기발하고도 효험 있는 음모를 꾸미고 있을 것이다. 2008년 연평도 기습 포격 사건으로 상당한 재미를 보았기 때문이다. 당시 지자체 선거를 앞두고 ‘전쟁이냐 평화냐’라는 슬로건 앞에 상당수 국민들은 중국 송나라식 굴종적 평화를 갈망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는 김정은 정권에게 크나큰 자신감을 부여했을 것이다. 따라서 대북강경노선을 표방하고 있는 윤석열 정부의 기를 꺾기 위해, 남북관계의 주도권을 쥐기 위한 술책을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구체적인 공격 방법과 상징적 장소, 시기를 놓고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고 있을 것이다. 우리 정보기관의 역할이 바로 여기에 있다. 지난 문재인 정부 시절 무력화 내지는 ‘동네 국정원’으로 전락한 오명을 이번 정부에서는 벗어나야 한다. 그 길은 ‘위기 대응능력’과 ‘예측 능력’ 및 ‘상상력’을 보여주는 길 밖에 없다. 미국 펜실베니아대 마틴 셀리그만 교수가 언급한, 인간은 예측하는 동물 즉 ‘호모 프로스펙투스(Homo Prospectus)’임을 국가정보기관이 먼저 실증해 보이기를 기대한다. “우리가 강해야만 전쟁터가 되지 않는다”는 대만 차이잉원 총통의 말은 우리에게도 딱 부합한다.
기업 실적발표 시즌을 맞아 삼성전자를 필두로 국가산업의 대표주자급 기업들의 잇따른 ‘어닝쇼크(예상보다 저조한 실적발표)’가 충격파를 던지고 있다. 반도체를 비롯한 전 산업계의 실적 부진 결과가 수치로 증명되기 시작한 것이다. 비상사태가 발생한 현실 앞에서도 권력다툼에만 혈안이 돼 도무지 범국가적 경제위기 탈출구를 모색하지 않는 정치권은 큰 문제다. 기업과 정치권이 가용한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해법을 찾아야 할 때다. 시즌 첫 주자였던 삼성전자의 실적은 놀라움 그 자체다. 삼성전자의 작년 4분기 영업이익은 연간 매출 300조 원 돌파라는 신기록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동기 대비 69%나 감소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LG전자의 영업이익은 무려 91.2%나 줄어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최악의 반도체 업황에 SK하이닉스는 흑자는커녕 적자 전..
가장 멀리 간 사람들이 가장 가까운 데 있다, 가슴 속에
새해 첫날 들었던 생각이다. 모른다. 나는 알지 못한다. 굳이 안다면, 그 어떤 것도 모른다는 사실뿐이다. ‘나는’과 ‘모른다’ 사이의 괄호에 어떤 단어를 적어 넣어도 무방하다. 나는 (구름을) 모른다. 나는 (바람을) 모른다. 나는 (햇살을) 모른다. 구름도 바람도 햇살도 모르는 내가 사람과 도시와 세상을 알 턱이 없다. 사람은 고사하고, 사람이 만들어내는 온갖 것들에 대해. 이를테면 미움이라든지 사랑이라든지 바름이라든지 그름 같은 것을 모른다. 모른다. 나는 알지 못한다. 안다고 끄덕였던 적도 있었는데 부끄러운 고갯짓이었다. 교과서 몇 권 읽었다고 안다고 믿는 건 착각이다. 앎이란, 그렇게 하자는 인간의 약속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니까. 모른다. 나는 알지 못한다. 하물며 새가 왜 우는지조차 나는 모른다. 우는지, 웃는지, 부르는지, 화내는지, 노래하는지,..
경기도가 도정 최초로 실시한 ‘2023 기회 경기 워크숍’이 화제다. 김동연 지사를 비롯해 부지사, 실국장급, 산하기관장 등 80여 명 참여한 정책 대토론회는 집단토의방식으로 정책을 도출하는 실험적 행사였다. 이번 워크숍은 참석자들은 물론 전국 공직사회에 신선한 충격을 던진 것으로 평가된다. 모든 정책의 입안과 수행과정에서 ‘집단 지성’을 탐색하는 과정을 거치는 방식으로 공직 수행 프로세스가 혁신되길 기대한다. ‘울트라 마라톤’급 토론 시간 외에도 이번 워크숍에서 눈길을 끈 것은 사전 자료·스마트폰·시간제한이 없는 ‘3무(無)’ 조건부터 특이했다. “실현 가능성을 따지지 말고, 계급장 떼고 아이디어를 내보자”는 김 지사의 제안에 간부들이 응하면서 토론이 성사됐다는 후문이다. 김 지사가 워크숍에 앞서 강조한 기득권·세계관·관성..
‘희망찬 새해’란 새해인사는 우리 모두가 좋아하지만 특별히 국가차원에서 희망이 넘치는 새해였으면 좋겠다. 그런데 현실은 우리의 바람과는 너무나 다르게 암울하다. 지난 3년간 지속되어온 코로나19와 러-우크 전쟁, 미-중 갈등상황 등 여러 가지 원인으로 경제상황은 최악으로 치닫는 듯하다. 거기다 북한의 지속적인 미사일 도발로 불안감은 배가되고 나아가 정치권의 극한대립은 ‘희망찬 새해’란 말을 무색해한다. 하늘의 도움을 기대하며 희망을 펼치고 꿈과 비전을 갖는 일은 중요하다. 더욱 중요한 것은 그 희망이 바람이 아닌 현실이 되기 위해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찾아서 해야 한다고 본다. 집값상승을 막기 위해 온 나라가 시끄러웠던 것이 불과 9개월 전인데 이젠 집값하락을 걱정하고 있는 것을 보면 경제정책의 한계를 본다. 금년의 경제상황이 호전되길 기대하나 정부의 대책도 그리 희망적이진 않은 것 같다. 그렇지만 우리가 하기에 따라서는 희망찬 한 해를 보낼 수 있는 분야가 있다. 바로 분열상황을 통합의 길로 바꾸어 그 응집된 힘으로 희망을 현실화할 수 있는 분야, 바로 남북관계다. 남북관계의 재개는 불안을 벗어나 평화와 안정을 가져오고 관계회복에 따른 대외 이미지 제고, 개성공단의 재개와 대북투자의 활성화, 그리고 코로나19의 완화에 따른 중국관광객의 서울-금강산 연계 관광으로 폭발적 관광수요가 기대되는 여러 방면의 경제적 후과로 우리의 경제성장 동력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악화일로의 남북관계를 어떻게 해야 새롭게 바꿀 수 있을까. 무엇보다 북한을 바라보는 기본 인식틀을 바꾸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도발만을 일삼는 악마가 아니라 우리와 똑같은 성정을 갖고 그들 나름 행복한 삶을 꿈꾸는 정치공동체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역지사지(易地思之)를 하면 현 남북관계 상황의 정확한 진단이 가능하고 문제해결의 단초를 발견할 수 있다. 6·25 전쟁 시 맥아더의 핵공격계획. 1958년의 전술핵 남한배치, 90년 초 소련을 위시한 사회주의권 붕괴로 인한 극도의 안보불안, 미국의 북미수교 거절과 대북적대시정책의 지속, 1,2차 핵위기에서 보여준 미국의 기만(2003년 북한 경수로 건설지원사업의 공정률은 40%에 못 미쳤다), 2018년의 남북, 북미정상회담에서의 희망과 2019년 하노이 회담에서의 배신 등에서 불신의 늪은 계속해서 깊어졌고 안보불안에서 벗어날 길은 핵 보유 정책의 지속이라는 결론에 도달했을 것이다. 그들 표현대로 안보가 담보된다면 핵을 고집할 이유가 없다는 사실, 선 핵 포기는 죽음이라고 인식하는 자존감, 하노이 회담에서 주장했던 대북제재의 완화 해제를 통한 경제성장 발전의 길 모색 등 북한의 속내를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북한의 변화된 자세를 요구하기 전에 먼저 우리가 정책전환의 의지를 보이고 진정성 있는 대화 제의를 한다면 희망찬 새해의 첫걸음을 내디딜 것이라 확신한다.
집단상담에서 사람들이 각자의 이야기를 쏟아낸다. 한 20대 여성이 자신이 마약중독임을 밝힌다. 그녀는 8년 전 남자친구의 권유로 마약을 시작했다. 여러 번 끊을 시도 했고 그 횟수만큼 고통스럽게도 실패했다. 그 과정에서 정신병원에 수차례 입원했다. 병원에서 퇴원하는 순간 정말 다시는 안 하겠다 굳게 결심하지만 지속되지 않았다. 정말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으로 마약을 끊고 이 상담에 참여했다. 그녀는 마약을 우연히 접하였다가 삶의 수렁에 빠진 사람의 회복을 돕는 마약중독재활치료사가 되길 바란다. 그녀의 모습이 낯설지만 반갑다. 삶의 속성으로 따라오는 고통에 대해 우리는 기분을 전환해 주어 일시적으로 고통에서 이탈하게 해 주는 어떤 것들을 때때로 선택한다. 맛있는 저녁식사가 될 수도 있고 혹은 일을 끝마친 후 치킨과 맥주일 수도 있다. 속상하다고 훌쩍 밖으로 나가 피우는 담배 한 가치는 건강하지는 않지만 일상의 한 부분일 수 있다. 문제는 물질중독, 사용장애이다. 여기서 물질은 뇌에 영향을 미쳐 의식이나 마음상태를 변화시키는 것을 말한다. 물질 사용에 장애가 되는 경우는 △물질 사용을 통제할 수 없거나 △사회적 책임을 이행할 수 있는 능력이 물질 사용으로 인해 훼손되거나 △신체적으로 위험한 상황에서 물질을 사용하거나. △사용 및/ 또는 의존성의 신체적 징후를 보이는 경우의 크게 네 가지 범주에서 평가하여 진단한다. 마약은 처음에 접할 때 얼마나 건강과 삶을 망가뜨리는지 그녀와 같이 모르기 마련이어서 문제가 된다. 오랫동안 마약과의 전쟁을 벌여온 미국이지만 마약거리라 불리는 필라델피아 켄싱턴 에비뉴의 보도영상은 충격적이다. 거리에는 합성마약인 펜타닐에 중독된 사람들이 배회한다. 고개를 숙이고 구부정하게 혹은 비틀린 좀비 같은 자세로 느리게 움직이거나 정지해 있다. 2020년-2021년 미국 18~49세 청장년층의 사망자가 코로나 19로 인한 사망자보다 많다. 미국의 마약성진통제 중독자는 1000만 명으로 추정된다. 펜타닐은 금단증상으로 신체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극심한 통증을 느끼게 되기 때문에, 한 번 의존하고 나면 그 약을 하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는 상태가 된다. 약을 끊지 못하고, 결국에는 양을 늘리다 보면 호흡 마비까지 오게 되며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인류가 개발한 마약성 진통제 중에서 가장 강력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서, 호기심에서라도 절대 손을 안 대면 안된다. 국내에서도 펜타닐을 포함한 마약중독자가 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마약 투약의 연령이 낮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2020년 이후 마약 투약의 주요 연령대는 20대가 되었다. 최근 19세 이하 청소년 마약 사범의 증가세도 가팔라지고 있다 정부는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며 마약 단속에 나섰다. 하지만 처벌보다는 치료와 재활에 집중해야 한다. 마약중독은 단약과 치료, 사회 복귀에 이르는 전 과정에 포괄적 개입이 필요한 질환이기 때문이다. 치료가 되지 않는 병은 반드시 재발하기 마련이다.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아이들의 예비 소집이 시작됐다. 아이들의 얼굴에는 긴장과 기대감이 교차한다. 그런데 일부지방 학교에서는 신입생이 0명이어서 입학식조차 열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저출산으로 인한 학령인구 감소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가운데 현재까지 전국 지방 소재 초등학교 수십 곳에서 입학생이 단 한명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충북의 경우 초등학교 예비 소집이 마무리됐지만 청주 내수읍 수성초 구성분교와 미원초 금관분교 등 6곳은 취학 아동이 없어 신입생을 받지 못할 것 같다. 전북에서도 신입생이 1명도 없는 초등학교가 군산 어청도초, 신시도초야미도분교, 임실 신덕초, 부안 위도초식도분교 등 4개교나 된다. 학생이 1명도 없어 현재 휴교 상태인 곳도 있다. 학교 소멸이 현실화하고 있음은 지난해에만 전국에서..
한 독일인이 있었다. 21세 약관의 나이에 베를린대학에서 신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저명한 신학자 칼바르트는 그가 쓴 박사학위논문을 “신학적 기적”이라 평할만치 세상은 천재의 출현을 반겼다. 24살에 베를린대학 신학부 교수가 되고 25살에 목사안수를 받았다. 촉망받는 신학자이자 목사로서의 삶은 27살 나치가 집권하면서 뒤틀리기 시작했다. 당시 독일의 많은 교회들이 히틀러를 그리스도에 비유하며 우상숭배에 휩쓸리자 그는 히틀러에 반대하고 기독교 신앙의 순수성을 지키려는 고백교회운동의 지도자로 나서게 된다. 그가 나치에 저항하는 활동에 투신하게 된 것은 자연스러운 선택이었다. 게슈타포의 감시를 받던 그는 망명권유조차 거부한 채 활동을 이어가다 1943년 4월 결국 체포되어 히틀러암살모의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독일패망 한 달 전 교수..
요사이 북한 무인기의 대한민국 침투 문제로 시끄럽다. 이 사안은 크게 세 종류의 문제점을 포함하고 있다. 하나는 무인기를 격추시키지 못했다는 점이다. 두 번째 문제점은, 무인기의 정확한 비행 궤적을 제대로 확인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다는 점이다. 세 번째 문제점으로, 비행 궤적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음에도, 용산 비행 금지 구역 진입 가능성을 언급한 야당 의원의 주장에, 그렇지 않다며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이 세 가지 문제점은 어느 하나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중차대한 사안들이다. 더구나 국정원도 북한 무인기가 용산 대통령실을 촬영했을 가능성을 부정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심각한 상황은 앞으로 절대 반복돼서는 안 되기 때문에. 왜 이런 문제점들이 불거지게 됐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