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와 폭염이 반복되면서 7월이 지나간다. 장마전선이 끝난 것은 아니고 비구름에 태풍까지, 멋대로 상륙하고 북상하면서 한반도를 지날 것이다. 태양이 작열하는 시간, 잠시 TV이나 전화기는 꺼놓고 물안개 오르는 곳을 찾아가 보자. 오물 찌꺼기가 밀려간 작은 냇가는 산속 계곡의 물처럼 맑고 새소리는 또렷하다. 옥수수는 우쩍 자라 이삭이 패었고 나뭇잎은 푸르다. 해질녘 된장 넣은 통발을 논이나 강가에 놓고 아침에 나가면 작은 물고기들이 오글거린다. 이것들을 새치네라고 하든지, 세치네라고 하든지 세치밖에 안되는 것이 팔딱이는 힘이 하도 세서 복날 더위를 가셔 줄 여름 보양식으로 지금이 적기다. 소금에 박박 문질러 씻어 호박이나 풋고추, 깻잎을 넣어 끓이면 세치혀의 입맛을 살린다. 새치네를 모르는 곳도 있고, 이것 저것 섞어서 끓인 것을 새치네 탕이라고도 하니 맛대로 멋대로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삼복에 이것을 먹었다. 그냥 퉁쳐서 어죽이라고 하는 것이 있다. 천렵이라고도 한다. 여럿이 강 위쪽부터 아래쪽까지 뛰어다니며 물고기 몰이를 해서 잡는다. 강변에 가마를 걸고 장작불을 피워놓고 잡은 물고기를 손질해 가마 가득 끓여 놓고 늘어지게 하루를 즐긴다. 기타를 잘 치거나 노래 잘하는 사람이 인기가 있다. 그러다 소낙비라도 쏟아지면 황급히 줄행랑을 친다. 숙박시설이 없으니 당일치기로 경치 좋은 곳을 골라서 직장동료나 친구끼리 놀다 보면 어쩌다 일탈의 시간이 휘딱 지나간다. 그냥 퉁쳐서 어죽은 북쪽이 고향인 사람에게 한여름의 추억이다. 남쪽에는 산해진미 부럽지 않은 음식의 풍요인데 그 깟 어죽이 머라고 삼복이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있는데, 오이냉국이다. 폭우가 지나가도 오이는 매달려 있다. 무더위가 시작되면 제일 큰 것을 골라 사카린에 식초를 적절히 넣고 간장으로 색상을 조절하고 오이를 가늘게 썰어 넣는다. 아주 더운 날 오이냉국만 마셔도 더위가 가신다. 때로는 된장을 풀어서 만든다. 로마 사람들은 오이를 정신적으로 강인한 힘을 주는 채소로 인식해 병사들에게 절인오이 피클을 제공했다고 한다. 우리 조상들도 오이를 체력을 보강하는 강장제로 믿었다고 하니, 그런 건 몰랐어도 오이냉국을 먹어서 그런지 삼복더위를 잘 견디고 살았다. 지나고 보면 가난한 시기 고향인 북에서 먹었던 음식들은 부족했기 때문에 아끼고 귀하게 먹었다. 고향에서 이밥에 고기국을 먹는 것이 소원이었는데, 지금은 탄수화물의 과잉 섭취로 보리밥을 먹고, 건강 때문에 야채와 과일을 더 먹으려 애쓴다. 폭우와 폭염이 지속되는 7월은 습하고 뜨겁다. 장대비가 몰아칠 때는 무섭게 몰아쳐도 온갖 잡동사니들을 쓸어가 버리니 배속 내장이 깨끗해진 기분이다. 7월은 남북이 정전협정에 도장을 찍은 달이다. 지금도 휴전중인 정전협정에 도장 찍고 돌아서 나올 때 등 뒤에서 울렸다는 아리랑의 슬픈 노래, 이보다 더 슬픈 곡조를 만들 수 있다면 아픈 사람도 적을 것 같다.
집권 2개월 만에 지지율이 이렇게 거덜 난 대통령이 있었나. 그를 위해서도 나라를 생각해도 안타까운 일이다. 일각에선 지지율이 더 추락하면 탄핵이 일어날 거라지만, 친위 쿠데타라면 모를까, 세계 어디에도 지지율이 바닥을 긴다고 탄핵당한 지도자는 없었다. 21세기 들어 브라질의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의 지지율이 5%로 떨어졌고, 결국 탄핵당했지만, 그것은 브라질 정치의 후진성과 부패가 빚은 코미디였지, 지지율 문제라고 단언할 수 없다. 국민이 뽑았으니 국민이 퇴진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면, 그건 지도자가 내우외환의 범죄를 저질렀을 때 한정이다. 지지율이 아무리 낮아도 그것만 가지고 탄핵이 통과될 리 없다. 역대 대통령은 상반되는 두 가지 이미지로 대중에게 나타난다. 이승만은 국부와 독재자, 박정희는 경제 발전과 독재자, 김영삼은 하나회 척결과 IMF 위기, 박근혜는 공주와 최순실 등이다. 이제 겨우 2개월이 지났을 뿐이지만, 이 시점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어떨까. 무능과 김건희로 요약할 수 있다. 윤석열은 김건희로 흥했고, 그로 인해 몰락할 것이다. 예언이랄 것도 없다. 보도된 바에 따르면 윤석열의 오랜 지인들이 지키는 룰이 김건희 언급 금지라고 한다. 대선을 돕던 모 의원(짐작건대 나경원)이 김건희 리스크를 언급한 것만으로 선거판에서 배제되고, 취임식에 초청도 받지 못했다는 것 아닌가. 윤석열의 역린이 김건희라면, 윤석열의 정체성 중 가장 속 고갱이 역시 김건희일 것이다. 지도자라면 역린을 만들지 말아야 하고, 있다면 그가 정치를 좌지우지하지 못하도록 격리해야 한다. 하지만 그게 가능할까? 호사가들의 입초시에 오르내릴 안줏거리론 영부인 이야기가 제격이겠지만, 나는 사실 그녀에 대한 흥미도 없고, 무엇보다 아는 바가 없다. 현재 대통령실에 근무하는 자들의 수준으로 볼 때 기대난망을 넘어 거의 불가능하겠지만, 그저 부디 바라건대 김 여사 수발 잘 들고, 꼬리 잘 감춰서, 국민 대중에게 불쾌감과 혐오심, 나아가 증오를 키우지 않길 바란다. 우리나라는 “내 말이 틀렸으면 도끼로 내 목을 치라”는 지부상소의 유구한 전통으로 빛나는 나라라서, 대통령 부인이라고 그냥 넘어가 주지 않는다. 부디 제발 최순실 전철은 피하길, 그러려면 지금처럼 나대지 말고, 구중궁궐 안에서 영부인 놀이나 하고 지내길 바란다. 내가 진심으로 걱정스러운 부분은 김건희 리스크가 아니다. 윤석열의 진짜 문제는 그가 완벽하게 무능하다는 점이다. 단언컨대 윤 대통령은 지지율이 왜 이렇게 급전직하하고 있는지 이유를 모른다. 그는 자기가 할 수 있는 걸 하고 있을 뿐이다. 반 문재인. 그 하나로 스타가 됐고, 대선 후보로 뽑혔으며, 기어이 대권을 잡았다. 그래서 취임한 뒤로도 반 문재인 노선을 충실히 걷고 있는데, 왜 두 달 만에 환호가 저주로 바뀐 걸까. 그에게 아주 조그만 정치적 재능이라도 있다면 민심 이반의 원인과 대처법을 찾아내겠지만, 그의 무능과 독선은 충언과 고언을 내치고 예스맨들로 가득 채워진 대통령실과 내각을 고집할 것이라서, 우리 앞날은 매우 암울할 것이다. 누가 알겠냐만, 5년 후 그는 대체 어떤 모습일까. 나라 꼴은 어찌 돼 있을 것이며, 고꾸라진 주식시장은 대체 언제쯤 되살아날 것인가. 나라 걱정 숱하게 하며 살았지만, 대체 무슨 짓을 해서 나라를 망가뜨릴지 이렇게 조마조마한 대통령은 처음이다.
“계파정치를 배격하고 통합정치를 하겠다” 지난 17일, 이재명 의원이 당 대표 경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한 언급이다. 지금 시점에서 보자면, 이재명 의원은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입장이기는 하다. 그는 당내 “계파”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계파를 가지고 있지 않은 이유가, 계파를 배격하겠다는 본인의 의지 때문인지, 아니면 비주류이기 때문에 계파를 갖기 힘든 환경이었기 때문인지는 독자 여러분의 판단에 맡기겠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지적하고 싶은 점은, 계파정치란 배격돼야 하는 “부정적 존재”만은 아닐 수 있다는 점이다. 계파정치는 민주적 정당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될 수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같은 정당이라고 해서 반드시 똑같은 생각을 해야 하고, 같은 목소리를 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민주적 정당이라면,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 맞고, 같은 입장이나 생각을 가진 이들끼리 무리를 만들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유럽 상당수 국가나 일본의 정당에서도 계파가 존재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영국의 경우, 계파의 존재가 영국 민주주의를 더욱 건강하게 만들고 있다. 영국은 내각제 국가의 대명사이지만, 양당제하에서 내각제를 한다는 것이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그 이유는 이렇다. 내각제는 총선에서 최다 의석을 확보한 정당이 행정부를 꾸리는 권력구조다. 즉, 입법 권력이 행정부를 구성해, 입법 권력과 행정 권력이 융합되는 권력구조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내각제는 자칫 독재로 흐를 수 있다. 하지만 내각제를 하는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은 다당제이기 때문에, 내각제를 하더라도 독재로 흐를 가능성은 없다고 단언할 수 있다. 다당제하에서 내각제를 하면, 특정 정당이 절대 과반 의석을 획득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고, 그렇기 때문에 과반 이상의 의석을 확보해 안정적으로 국정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연정이 필수적이다. 이렇듯 다양한 정당들과 연정을 할 경우, 특정 정당이 독주할 가능성은 없다. 또한 연정을 통해 소수의 목소리도 국정에 반영될 수 있기 때문에, 대통령제보다 민주주의의 가치를 훨씬 잘 구현할 수 있다. 반면 양당제하에서 내각제를 운영하면, 특정 정당이 입법부와 행정부를 동시에 장악하기 때문에 독재로 흐르기 쉽다. 한마디로, 영국도 독재로 흐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인데, 영국이 독재로 흐르지 않는 이유는, 뿌리 깊은 민주주의 전통과 보수당과 노동당 내부에 존재하는 계파 덕분이다. 즉, 총선에서 승리한 정당이 독자적으로 행정부를 꾸린다고 하더라도, 해당 정당 내부의 다양한 계파들이 수상을 견제하기 때문에 독재로 흐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렇듯 계파는 민주주의를 오히려 강하게 만드는 역할도 한다. 또한 정당 내부의 다양성과 민주성도 계파의 존재를 통해 잘 표현될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복수를 하지 않겠다는 명분은 좋지만, 계파정치를 배격하겠다고 언급하는 것에 대해서는 쉽게 동의할 수 없다. 다양성을 인정하고 그 다양성 속에서 타협과 양보의 미덕을 보여주겠다고 말하는 것이 합리적이고 현실적이라는 말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전임자들과 비교해 미디어에 비우호적이라는 평가를 받지요. 최근에는 마음에 안 드는 질문을 해대는 기자를 공박하다가 말썽이 나기도 했어요. 언론을 매개로 하는 미국 대통령의 대국민 접촉은 대단히 활발해요. 인터뷰뿐만 아니라 심야 토크쇼에 출연해 장기자랑까지 하지요. 공식 기자회견에다 미디어 스테이크아웃(Media Stakeouts), 미디어 풀스프레이(Media Pool Spray)라고 하는 약식회견을 수시로 갖는답니다. 일본에도 윤석열 대통령이 하는 도어스테핑(Doorstepping) 비슷한 관행이 있어요. ‘부라사가리’(매달린다는 뜻의 동사 부라사가루에서 파생)라고 부르는 일상적 약식 기자회견인데요, 2001년 취임한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총리 때부터 계속했다니 역사가 좀 됐지요? 언론기피형인..
대통령실의 사적 채용 논란이 좀처럼 잦아들지 않고 있다. 사회수석실에서 근무 중인 9급 행정요원 우모 씨를 둘러싼 적절성 시비가 끈덕지다. 19일에는 윤 대통령의 또 다른 지인 아들의 대통령실 근무가 논란거리로 떠올랐다. 냉정하게 따지면, 야당을 포함해 정치권 어떤 누구도 이 논란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 합법성 여부가 아닌 달라진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논란의 핵심이다. 정치권은 이 새로운 기준에 충실할 때가 왔다. 윤석열 대통령 친척, 김건희 여사 회사 직원, 극우 유튜버 누나, 윤 대통령 지인 아들 등이 대통령실에서 일하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사적 채용’ 논란이 잇달아 불거지고 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내가 추천해줬다”고 인정하는 바람에 연줄 채용 문제의 논란이 오히려 커졌다. 나아가 이 직원 아버지가 강릉 지역 선관위원으로 활동 중이라는 사실이 밝혀져 ‘이해충돌’ 문제도 본격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판이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광주시장 후보로 출마했던 주기환 전 후보 아들도 대통령실 직원으로 채용돼 일하고 있다는 사실이 새롭게 드러났다. 주 전 후보는 검찰 시절 수사관으로 윤석열 대통령과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용궁’(용산 대통령실을 이르는 말)으로 가는 세 가지 지름길은 ‘대통령 친인척, 대통령 측근이나 지인, 윤핵관(윤 대통령 핵심 관계자)의 추천자’”라고 힐난하며 대국민 사과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정권을 빼앗긴 거대 야당 민주당의 의도적 공격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인사 문제를 둘러싼 대통령실의 난맥상은 정도가 심하다는 인상이다. 야권 일부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이제 ‘공정과 상식’을 입줄에 올릴 자격이 없다는 거친 정치공세마저도 펼치고 있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곤두박질치는 가장 큰 이유로 ‘인사’ 문제가 손꼽힐 정도로 이 문제는 간단치 않게 됐다. 주의를 기울여야 할 부분은 사소할 수도 있는 이런 문제에 대해 이제 민심이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이전 정권과 비교해보라”는 ‘남 탓’ 변명에 대해서 민심이 싸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정규직 공무원이 아니므로 상관이 없다”거나, “법적으로 문제가 전혀 되지 않는다”는 해명은 근시안적인 반론에 불과하다. 언론의 촘촘해진 그물망과 국회 인사청문회 같은 공적 검증의 역사를 통해서 ‘국민의 눈높이’는 급격히 변해왔다. 더욱이 윤석열 정권 탄생의 배경에 ‘공정과 상식 회복’이라는 거창한 캐치프레이즈가 있지 않나. 구태의연한 가치관을 바꾸라고 다수 국민이 지지해 준 것 아닌가. 정부·여당의 인사권에 대한 안일한 인식은 하루빨리 혁신돼야 한다. 그러나 야당 더불어민주당 또한 ‘국민 눈높이’ 변화에 대한 윤 정권의 둔감을 물어뜯는 일에 지나치게 도취해선 안 된다. 굳이 지나간 기록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사적 채용’ 문제에 관한 한 야권도 무결점일 수가 없기 때문이다. 세상만사 과유불급(過猶不及)이다. 헌법 위에 존재하는 가장 무서운 법이 ‘국민정서법’이라는 말이 있다. 비판하되, 그 비판의 칼날이 부메랑이 되어 자신들을 할퀼 수도 있음을 잊지 말기를 충언한다.
뜨거운 여름 낮 개방 분수대에서 수십 개의 물줄기가 바닥으로부터 솟아오른다. 물줄기를 맞으며 동동거리는 아이들의 '꺄악', '와' 하는 신나는 함성이 들린다. 시원하고 행복하다. 노자 (도덕경)에는 최고의 선이 물과 같다고 비유한다. 만물을 이롭게 하고 다투지 않는 물. 정신적 가치에 대한 비유가 아니더라도 우리를 이롭게 하는 최고 좋은 것이라고 할 법하다. 물은 지구 상의 수많은 생물과 인간 생명의 근원이다. 성인의 경우 몸의 약 60-70 %를 차지하며 음식은 3주를 굶어도 버틸지라도. 물은 며칠만 못 마셔도 생명이 위태롭다. 물의 중요성을 알긴 하지만 숨 가쁘게 돌아가는 일상 속에서 잘 안 먹거나 못 먹는 분들을 많이 만난다. 맹물을 먹으려고 하니 목에서 안 넘어가 못 먹거나, 물을 마시면 흡수가 안되고 그대로 소변으로 자주 나와 화장실 가기 번거로워 안 먹기도 한다. 심지어 입이 마르고 눈이 마르거나, 변비, 어지럼증, 두통 등 탈수 증상이 의심되는 경우에도 그렇다. 좋은 물을 요약하자면 염소와 각종 오염물질이 함유되어 있지 않고 미네랄 성분과 산소가 균형 있게 함유된 약알칼리성 물이다. 성인의 경우 대체적으로 하루에 2.5리터 정도의 총수분을 섭취하는 것이 필요하다. 먹는 음식의 수분 함유량에 따라 마셔야 할 물의 양이 달라진다. 이럴 때 일상에서는 적당한 물의 양은 소변의 색깔을 관찰하면서 마시면 좋다. 소변의 색이 진한 노란색이면 물이 더 필요하다는 표시이고 소변의 색이 연한 노란색이면 적당하다. 무색투명하면 조금 쉬었다 먹어도 괜찮다. 코로나 19 혹은 열성감기증상으로 열과 땀이 나고 갈증이 날 때나, 혹은 더위에 땀을 많이 흘렸을 때에는 옅은 숭늉이나 미음 혹은 꿀물을 권한다. 흡수가 더 잘되기 때문이다. 맹물을 먹기 어려울 때도 권한다. 성분의 90% 이상이 물인 과일과 채소도 좋은 수분 공급원이다. 과일과 야채에는 비타민 미네랄 등 몸에 유익한 영양물질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고 흡수도 잘 된다. 체액 손실이 많을 때는 염분을 같이 먹는 것이 필요하다. 주의해야 할 것은 음료수이긴 하지만 이뇨작용이 있는 커피, 녹차 등의 카페인, 맥주 소주 등의 알코올 음료 등이다. 보통 커피 한 잔을 먹으면 먹는 것 2배 정도의 물을 소변으로 배출한다. 이런 음료 들은 마시는 음료 양 이상으로 물을 섭취해야 한다. 물의 온도는 체온과 유사한 미지근한 물을 권한다. 맹물을 끓인 후 찬물과 5:5로 탄 동의보감에서의 ’생숙탕’도 좋다. 물은 천천히 나누어 마신다. 한꺼번에 많이 먹으면 몸의 전해질의 균형에 갑작스러운 변화로 신장에 부담을 주기 때문이다. 요약하자면 한 번에 0.5리터 이하로. 조금씩 나누어서 먹는다. 아침 기상후, 식전 30분, 식후 2시간에 복용하는 것이 좋다. 물을 많이 먹어 해로운 경우도 있다. 물을 대사시키는 몸의 기능이 저하돼있는 경우에는 수분대사를 조절해주는 한약치료가 먼저다. 심부전, 간경화, 신부전 등의 상황에서는 세심한 치료적 관리가 필요하다.
여름이 깊었다. 에어컨 환경이 좋은 도서관으로 가는데, 인도블록 틈 사이를 비집고 올라온 지렁이 사체가 눈에 띈다. 구리철사 토막인가 싶었다. 멈춰서 보니 지렁이 사체가 분명하다. 한 생명의 계절적 희생이 생각나는 순간이었다. 도서관에서 책을 읽다 어느 신문에서 김형석 씨가 쓴 ‘100년 산책’을 읽게 되었다. 그가 미국을 방문했을 때 워싱턴 DC 부근 마운트버넌이라는 곳에 있는 미국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 저택과 농장과 그의 묘를 보고 소개한 글이다. 생전의 워싱턴은 자기를 내 농장 집 내가 지정한 장소에 그를 묻어달라고 유언했다고 한다. 그래서 지금도 국회의사당으로 옮기지 못하고 그의 유언대로 자기 저택 왼쪽 돌들이 쌓여 있던 경사지에 잠들어 있다는 것이다. 그가 대통령 임기를 마친 뒤, 주변의 간곡한 연임 권고를 거부하고 사저로 돌아와 살..
알다시피, 한겨레신문은 국민에게 진실을 알리다 군사정권에 의해 해직된 기자들이 만든 신문이다. 그 해직기자들을 상징적으로 대표하는 분이 바로 리영희 선생이다. 선생은 한겨레신문의 창간 멤버로서 재정적인 면에서의 기여는 물론이고 뼈를 깎는 실천으로 저널리스트로서의 모범을 보여주었다. 한겨레신문이 추구해야 할 정신과 방향을 제시해준 셈이다. 선생의 저널리즘 철학은 한 마디로 해서 진실의 추구였다. 선생이 『역설의 변증』(1987)에서, “이 글들을 쓰는 목적은 오로지 진실로 통용되고 있는 허위의 진상을 밝혀내고, 허위의 모임으로 이루어진 ‘허위구조’의 내면을 들여다보려는 것이다.” 라고 하면서 회고한 글이다. “사실 말이지 나에게 있어서 글 쓰는 작업은 자료수집이 거의 90퍼센트라고 할 수 있다. 그러자니 그 고생은 보통이 아니었다. 매 순간마다 국제관계 전반에 대해서 날카롭게 살펴야 하고, 하찮은 것같이 보이는 어떤 힌트가 있어도 그것이 빙산의 일각으로 돌출한 그 수평 아래 숨어 있는 거대한 진실의 덩어리를 찾아내려고 갖은 애를 썼다. 이런 일은 소위 국제정치학자들은 하지 않고 또 하지도 못하는 일이다.” 진실을 알아내기 위해서는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가 많다. 특히 국제관계에서는 나라마다 국익을 앞세우기 때문에 정부의 발표와 그 나라 언론의 보도를 액면 그대로 믿고 기사를 쓰면 안 된다. 정부의 발표는 빙산의 일각으로 돌출한 단서일 뿐, 본격적인 취재는 그때부터 시작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취재한다면서 키예프에 간 기자들은 보이지 않는 거대한 진실의 덩어리를 찾아내려고 무슨 노력을 했을까? 한겨레신문의 우크라이나 전쟁관련 보도의 취재원은 미국과 우크라이나 정부의 발표, 미국과 영국 언론의 편파적인 보도, 그리고 우크라이나 현지라고는 하지만 키예프에 한정된 지역에서 피상적으로 보고들은 것이 대부분이다. 심지어 미국 네오콘의 입장을 대변하는 전쟁연구소의 발표도 그대로 인용한다. 리영희 선생이라면 기사를 이렇게 안이하게 썼을까? 선생은 매일 쏟아져 들어오는 외신들 가운데 진실에 부합하는 내용을 가려내고, 진실을 말해주는 자료를 찾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현장은 단서를 찾는 데 유용할 따름이다. 무슨 큰 사고가 나더라도 현장에 가는 것은 단서를 찾기 위함이지 보고 들은 그대로 진실이라고 믿는다면 어리석은 생각일 것이다. 『대학』에 이런 말이 있다. 생각을 집중하지 않으면, 보인다고 본 것이 아니고, 들린다고 들은 게 아니다. 진실은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 하물며 이해당사자 한쪽의 말만 듣는 안이함으로는 가당치도 않은 일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진실은 대한민국의 미래와도 관련된 중차대한 문제다. 하루하루 전황의 보도에 매몰되어서는 안 된다. 한겨레신문이 정녕코 창간 정신과 리영희 정신으로 돌아가는 것은 불가능한 일일까?
글처럼 그리운 게 또 있을까. 그립고 그리워서 보물 같은 게 또 있을까. 보물은 박물관에만 있지 않아서, 달력에 적힌 글 몇 줄도 보물일 수 있다. 이를테면 농촌지도소에서 농민들에게 배포한 달력도 그중 하나다. 그림은 없고 숫자만 커다랗게 인쇄된 달력에는, 음력과 절기와 국경일이 적혀있었다. 그녀의 아버지는 날마다 그 달력에 기록을 하였다. 날짜가 인쇄된 네모난 칸 안에 ‘찹쌀 한 말(육손네)’, ‘비료 열 포대(화원댁)’, 같은 글귀를 써넣었는데, 빌린 것과 빌려준 것의 수량과 액수를 분명하게 밝혀 적었다. 빼곡하게 적힌 글귀가, 그러니까 잡다한 기록들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보물이었음을 그녀도 처음에는 알지 못했다. 아버지의 유품을 정리하다 시골집 방에 걸린 달력이 그녀의 눈에 처음 밟혔다. 하마터면 불쏘시개로 태워지고 말았을 달력이었다. 아..
원·달러 환율이 비상이다. 지난주 15일엔 1326.1을 기록하며 2009년 이후 1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올해 들어서만 1월1일 기준(1188.9) 11% 이상 올랐다.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상승)이 우려되면서 안전자산인 달러로 자금이 몰린데 따른 결과다. 글로벌 공급망 교란 등으로 국내 고물가가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는데 환율까지 가세하고 있다. 지난주 한국은행이 사상 초유의 ‘빅스텝’(0.5%포인트 금리 인상)을 단행했지만 환율은 계속 천장을 두드리고 있다. 게다가 오는 27일 미국 연준(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추가 금리인상이 예고돼 있다. 6월 수출입물가지수’는 지난달보다 0.5% 올랐다. 지난해 6월과 비교하면 33.6% 높은 수준이다. 환율 영향을 제거한 계약통화기준 수입물가는 5월보다 0.1%, 지난해 6월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