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은 사람의 심금을 울리는 신통력이 있다. 헨델과 베토벤의 음악이 그렇고, 이문세와 양희은의 노래도 그렇다. 귀에 익숙한 노래는 전주곡만 들어도 마음이 동한다. 노래는 가사도 중요하다. 가사는 이성과 감성을 동시에 작동시킨다. 가사는 시와 동격이다. 대중음악은 시대정신을 대변하기도 한다. 한대수의 ‘물 좀 주소’도 그런 노래다. “물 좀 주소 물 좀 주소 목 마르요 물 좀 주소 물은 사랑이요 나의 목을 간질며 놀리면서 밖에 보내네 물 좀 주소 물 좀 주소 목 마르요 물 좀 주소 그 비만 온다면 나는 다시 일어나리 아 그러나 비는 안 오네” 이 노래는 포크 록(fork-rock) 장르에 해당한다. 포크송 가수 밥 딜런(Bob Dylan)과 록 밴드 비틀즈(The Beatles)가 서로의 장르를 융합함으로써 새롭게 잉태된 장르다. 두 장르의 공통점은 반(反)문화로서 기..
남쪽의 오월은 가정의 달로 분주하다.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이 있어 부모자식간 사랑을 확인하는 달이다. 양로원을 찾아가 꽃을 달아준다거나 봉사활동으로 평시에는 몰랐던 나이 듦을 생각해본다. 스승의 날도 있고 부처님 오신 날도 오월에 있다. 스승을 위해 제자들이 선물을 들고 찾아간다. 즐거이 받는 분도 있고 부담스러워하는 스승도 있다. 석가 탄신일에는 아름다운 색상의 풍등이 거리에 가득히 달린다. 오월에는 기념일이 많아 지출해야 하는 돈이 많아지는 달이기도 하다. 북쪽에도 어린이날과 유사한 조선소년단 창립일이 있다. 조선소년단은 초등학교 2학년이면 선서를 통해 가입하는 정치조직이다. 어버이날은 없으나 어머니날이 있다. 어머니날이 있는 것은 여성에 대한 인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북쪽에서는 출산을 장려하고 제한하기도 하면서 여성의 사..
흔히 삼국지라고 하는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는 우리 (생활)문화 특히 언어에 큰 영향을 끼쳐왔다. 4자성어라고도 부르는 고사성어의 주요한 요람이다. 演義는 역사의 기록이 아니라 이야기라는 뜻이다. 원나라의 나관중이 역사를 토대로 지었다. 부정적인 영향도 많다. 최근 정치동네 말잔치에 나온 ‘삼고초려’(三顧草廬)가 사례 중 하나다. 우선 말뜻부터 풀어보자. 三顧草廬의 顧는 ‘방문하다’의 뜻. 3은 하나 둘 다음, 셋 말고도 ‘많다’는 뜻이니 여러 번 찾아가 뭔가 청한 것이 ‘三顧’다. 草廬는 우리말로 초가집이다. ‘고대광실 기와집’과 대칭되는, 청렴하게 사는 가난한 사람의 집이다. 보도를 토대로 상황을 그려보자. 유비 현덕이 아우 관우와 장비를 데리고 제갈공명의 사립문 앞을 세 차례 찾아와 경세(經世)의 지혜를 청했다. 장제원 비서실장..
에너지 가격 급등 등으로 우리나라의 무역수지가 지난 3~4월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물가‧금리‧환율 3고(高) 속에 적자폭도 3월(1억1500만달러)보다 4월(26억6000만달러)에 더 확대됐다. 2021년 1월4일 1082원이던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28일엔 1270원대를 돌파하기도 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대만이 1인당 GDP에서 한국을 추월할 것으로 예측했다. 우리의 개인 GDP는 3만4994달러로 대만(3만6051달러)에 1000달러 이상 뒤진다. 2003년 이후 19년 만의 역전이다.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경제성장률이 둔화해 한때 '늙어가는 호랑이'로 불리던 대만이다. 한국은 2019년 2.2%, 2020년 -0.9%, 2021년 4% 성장했다. 이에 비해 대만은 각각 3.1%, 3.4%, 6.3%의 성장률을 보였다. 대만이 이처럼 코로나팬데믹 등 세계경제의 악조건속에서도 주목할만한 상승세를 보인데는 TSMC로 대표되는 첨단 반도체 기업들이 있기 때문이다. TSMC는 2019년 11월부터 주가총액에서 삼성전자를 앞지르기 시작해 최근 두 기업의 시총 차이가 1.5배 수준으로 벌어졌다. 1차적으로는 세계 반도체 시장의 무게중심이 삼성전자가 1위를 점하고 있는 메모리 분야에서 TSMC가 강세인 비메모리로 이동하는데 있다. 또 대만 내 주요 기업들이 설계·제조·패키징·테스트에 이르는 반도체의 모든 공정에서 세계 시장에서 절대 우위를 보이고 있고, 경쟁력을 갖춘 많은 중소기업들이 뒤를 받쳐주고 있다. 여기에 빼놓을 수 없는 또 하나의 요인은 대만이 미‧중 갈등 속에서 최대 수혜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점이다. 1980년대 중반 이후 미국이 일본을 상대로 경제전쟁에 나서면서 한국의 삼성전자 등은 소니 등 일본 기업들을 추월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그런데 2017년 트럼프 미 행정부 출범이후 심화되고 있는 미‧중전선과 미국의 신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대만이 그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 지난해 대만의 대미 수출 비중이 17.2%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지만, 한국(15%)은 큰 변화가 없는데서도 잘 드러난다. 한국은 그동안 미‧중 사이에서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해 왔다. 이런가운데 윤석열 새정부 출범 직후인 오는 21일 서울에서 한미 첫 정상회담이 열린다. 역대 우리 정부중 가장 빠른 시점에 두나라 정상이 만나는 것이다. 소원했던 양국관계를 조속히 복원하려는 양국 정상의 의지가 읽히는 대목이어서 매우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인다. 우선 중요한 것은 신뢰회복을 통한 한미동맹의 정상화다. 그리고 긴장수위를 높이고 있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과 관련해 보다 실효성있는 공동대응 방안을 찾아내고, 이를 선순위 정책으로 추진하는 공감대를 확보해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급변하는 글로벌 경제‧안보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한미간 포괄적인 가치동맹 강화다. 한국은 고물가, 제조업 위기와 신성장동력 부재, 그리고 인구절벽까지 경제역동성에서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우리의 수출의존도가 25%에 이르는 중국경제도 예전 같지가 않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을 안보와 함께 우리 경제의 활로를 찾는 중요한 계기로 삼아야 한다. 윤석열 새정부로선 엄중한 시험대다.
1. 1974년 9월, 미국 제 38대 대통령 제럴드 포드는 한 달 전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사임한 리처드 닉슨 전임 대통령에 대한 사면을 발표했다. 일요일 저녁 교회에서 돌아온 다음 (개인적 고민이 깊었다는 뜻이리라) 행한 조치였다. 논란이 분분했다. 하지만 사면을 단행한 포드를 향한 ‘인간적 비난’은 드물었다. 해석은 천차만별이었으나 정치적 맹우였던 닉슨에 대한 인간으로서 도리를 다한 것은 분명했기 때문이다. 나는 지난 3월 15일 정경심 교수에 대한 사면을 요청하는 글을 이 칼럼에서 썼다. 법적, 정치적, 국민통합적 관점에 있어 당위성을 곡진히 말했다. 그동안 이 문제에 대해 구체적으로 어떤 움직임이 있었는지는 모른다. 다만 문 대통령의 의중을 짐작케 하는 일은 있었다. 4월 25일 열린 청와대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그는 이런 말을 내놓았다. “조 전 장관의 부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의 사면 등에 대해서는 국민 공감대가 판단기준”이며 “사면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고 하지만, 결코 대통령의 특권일 수는 없다”라고. 나는 깜짝 놀랐다. 정 교수에 대한 사면이 마치 부당한 특권행사일 수 있다는 논리였기 때문이다. 이것이 스스로 손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사면한 사람의 입에서 나올 말인가? 그렇다면 세월호 아이들 250명을 수장시킨 부패시스템의 핵심이던 박근혜에 대한 사면은, 한 점 부끄럼 없이 당당한 대통령의 고유권한 행사였다는 말인가? 5월 8일은 부처님 태어나심을 경축하는 사월초파일이다. 관례적으로 이날 정치적 특사가 많이 실행된다. 문재인 대통령 임기가 종료되기 하루 전날이며, 따라서 실질적 사면 실행이 가능한 시점은 이 날밖에 없음을 지적한다. 문 대통령이 기자간담회에서 보인 유보적 태도에도 불구하고 나는 다시 한 번 정경심 교수에 대한 사면조치를 정면으로 요청한다. 2. 제럴드 포드는 닉슨 사면에 대하여 자신의 조치가 “정의의 행동은 아니지만 자비의 조치”라고 밝혔다. 이 결단을 통해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갈기갈기 찢겨졌던 미국의 국론이 통합과 봉합의 길을 걷게 되었다는 역사적 평가도 많다. 그런 거대 담론은 모두 접어두더라도, 나는 포드의 조치가 (스스로 심대한 정치적 부담을 감수한) 한 인간으로서 용기 있는 행동이었다고 믿는다. 세계 정치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고, 미국 정치의 물줄기를 완전히 뒤바꾼 워터게이트 사건과 정경심 교수 사건의 의미를 수평비교할 일은 아니다. 권력 범죄와 그 은폐로 최종 탄핵 직전까지 갔던 닉슨에 대한 사면은, 정 교수의 그것과 비교가 되지 않는 엄청난 무게를 지녔기 때문이다. 포드는 2년 후 공화당 대통령 후보로 대선에 나가야 할 위치에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상되는 모든 개인적 손실을 무릅쓰고 사면의 길을 선택했다. 형식적 법 논리와 정치적 유 불리를 따진 계산의 결과가 아니었다. 자신과 행로를 같이 했던 동지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온전히 짊어지려 했던 것이다. 3.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들이라면 이런 상황에서 어떤 결정을 했을까를 떠올려본다. 휘하와 더구나 그의 가족이 겪는 참담한 고통에 대해서 어떤 형태로든 짐을 졌을 거라고 생각된다. 김영삼이 그러지 않았을 것인가, 김대중이 그러지 않았을 것인가, 노무현이 과연 그러지 않았을 것인가. 일국의 대통령으로서 이러한 책무조차 외면한다는 것은 정치적으로나 인간적으로나 배신에 가까운 것이다. 자신의 통치기간 동안 산출된 달콤한 열매만 향유하고 삼켜야 할 쓴 잔은 피하려 드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린다. 문재인 대통령이 일생의 신념으로 외치던 검찰개혁의 대의를 대신 수행하다가 멸문지화의 길을 걷고 있는 일가족이다. 정경심 교수는 수감 중 뇌출혈 증세로 치료를 받고 있다. 딸 조민 씨는 부산대와 고려대의 입학취소 처분을 통해 청춘을 다 바쳐 걸어온 인생 전부를 절멸당할 처지에 있다. 참혹한 형극의 길이다. 요즈음 필자의 카카오톡에 문 대통령이 보낸 메시지들이 연속으로 쌓이고 있다. 지난 5년 동안의 치적을 다룬 것들이다. 3월 22일 “문재인 정부 5년 보고드립니다”라는 내용을 시작으로 “문재인 정부 5년의 기록”이란 동영상 3부작이 올라왔다. 4월 25일부터는 손석희 앵커와 나눈 “퇴임 전 마지막 인터뷰” 시리즈가 방영되기 시작했다. 스스로 업적을 자랑하고 싶은 마음은 이해한다. 누군들 자신의 통치를 멋지게 마무리 짓고 아름다운 퇴장을 하고 싶지 않겠는가. 하지만 아직은 그래서는 안 된다. 조국 일가족의 비극을 외면한 채, 끝내 그 피 웅덩이를 밟고 이뤄낼 문재인 정부의 성공적 마무리는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당신의 십자가를 대신 지다가 난도질당한 사람의 참극을 나 몰라라 해서는 안 된다. 손에 피는커녕 먼지 하나 안 묻힌 채 혼자만 깨끗하고 고고한 퇴장을 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정말 지도자로서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중국은 미국의 대중국 포위전략의 4대 구성요소로서 파이브아이즈(five eyes), 쿼드(Quad), 한미일 3국 안보동맹, 그리고 한미, 미일, 미·필리핀 등 양자 군사동맹을 든다. 그리고 이를 5-4-3-2 세력 진법, 다시 말해서 오목(五目)동맹 – 사각체제 - 3각 안보동맹 – 쌍무군사동맹 진법이라고 지칭한다. 파이브아이즈는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 앵글로 색슨 5개국으로 구성된, 최고 수준의 안보 관련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동맹체이다. 쿼드는 인도-태평양 전략의 핵심 4개국인 미국, 일본, 인도, 호주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한미일 3국 안보동맹은 오바마 정부에 이어서 바이든 정부가 결성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한미일 공동안보협력체이다. 한국은 진법 ‘3-2’와 관련되어 있으며, 중국이 이를 자국 포위전략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무게가 가볍지 않다. 3각 안보동맹은 동맹 또는 군사협력의 수준에서 미국 주도로 끊임없이 거론되고 있다. 윤석열 당선인은 후보 시절 이 문제에 대하여 긍정적인 발언을 한 바 있으나, 당선 후엔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통하여 신중 모드로 전환하였다. 문제는 한미동맹이 중국이 인식하는 바와 같이 대중국 동맹의 성격을 포함하는가이다. 1953년 6월 한미상호방위조약 체결 시엔 한국의 대북한 군사적 열세가 분명하였기에 한미동맹이 북한에 대한 안보동맹임에 이견이 없었다. 그러나 탈냉전 이후 남한의 경제력이 북한을 압도하고 군사력 또한 대칭 이상의 수준으로 성장한 결과, 한국군과 주한미군의 행동 범위는 한반도를 벗어나 아시아지역 전체로 확장되고 있다. 2004년 한국 자이툰 부대의 이라크 파병 사례와 2017년 11월 트럼프 대통령의 평택 미군기지에서 한 연설 내용이 그것을 반증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평택 미군기지에서 TV 생방송 연설중 주한미군이 행한 한국 바깥의 어딘가에서의 활동에 대하여 그 노고를 치하하였다. 2016년 미국 국방부 컨설턴트인 제니퍼 린드는 주한미군 기지의 기능을 허브앤터미널(Hubs and Terminals)의 터미널에서 허브로 변경할 것을 주장한 바 있다. 허브기지는 여러 터미널 기지를 통할하는 본부 역할을 한다. 여하튼 중국은 (잠재적?) 한미일 3각 동맹과 한미동맹을 자신을 포위하는 미국의 세력 진법 중 하나로 인식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과 함께 중국의 대만 침공설이 대두하고 있는 현시점에서 한미일 군사협력의 재개, 한미동맹의 범위 및 주한미군 행동반경의 확대가 의미하는 바는 매우 중차대한 문제이다. 신정부의 한미동맹 강화 공약의 구체적인 전개 방향과 한미일 군사협력의 여부에 주목할 수밖에 없는 시기이다.
금융은 필요하지만 꼭 은행은 아니다. 1994년 빌 게이츠가 한 말이다. 무서울 정도의 혜안이다. 미디어로 치환하면 좋은 콘텐츠를 보고 싶지만 반드시 지상파 방송일 필요는 없다가 된다. 플랫폼 혁명에서 시작한 생태계 변화는 유통, 금융을 넘어 미디어까지 변할 수 없는 흐름이 되었다. 방통위 조사를 보면 10대는 일상생활의 필수매체로 스마트폰 96.9%, TV 0.1%, 60대는 스마트폰 44.1%, TV 54.3 % 를 꼽았다. OTT이용률은 2019년 52%에서 2021년 69.5%로 급상승했다. 넷플릭스 이용률도 19년 4.9%,20년 16.3%,21년은 24%가 되었다. 기존 방송 내부를 들여다보면 현재 150여 개 유료방송채널 중 대부분이 영화, 드라마, 스포츠, 음악, 오락 채널이다. 다큐채널이 몇 있지만 지상파 다큐를 구매 편성하는 채널일 뿐이다. 보도, 교양, 오락이라는 방송법상의 거시적 장르에서 교양이라 부를 수 있는 프로그램은 찾아볼 수 없다. KBS의 문제는 보도가 야기한 이미지에 있다. 정권과의 관계에서 진보, 보수가 바뀌어도 친여적 보도 태도가 공영방송의 이미지를 훼손해 그 상흔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다른 유료방송채널이 하지 못하는 대하역사극, 정통 다큐, 탐사보도, 국제시사보도 등 뛰어난 프로그램이 있어도 그 가치보다 얼룩진 상흔이 KBS의 가치를 떨어뜨리고 있다. 2021년 전체 가구시청률은 KBS1 4.2%, KBS2 2.9%, MBC 2.2%, SBS 2.9%, TVN 1.5%이다. 25-49 개인 시청률을 보면 KBS1 0.56%, KBS2 0.73%, MBC 0.86%, SBS 1.09%, TVN 0.83%이다. 지상파 방송, 특히 KBS는 중장년 방송이다. 이대로 20년 흐르면 KBS는 주시 청계층과 함께 역사 속으로 사라질 운명이다. KBS가 왜 이렇게 젊은 세대와 가까이 못하는지 KBS 전 구성원이 반성해야 한다. 경영정상화를 위한 수신료 인상안이 국회에 넘어가 있지만 윤석열 정부에서 쉽게 해결될 거 같지는 않다. KBS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보지도 않는데 왜 돈을 더 내야 하냐는 국민적 여론도 일부 있고(시청률을 보면 안 본다는 것은 거짓말 같은데…), KBS를 손안에 쥐고 놓기 싫어하는 진보, 보수를 막론한 정치권도 있다. 다 KBS의 몫이다. 상당 부분 자승자박이기도 하고. 대부분의 공사업체들처럼 KBS도 인력과 조직의 효율적 운영 측면에서 항상 아쉽다. SBS와 비교해보면 명확해진다. 이젠 지상파만 있던 시절 주장하던 공공성과 공익성의 외피만으로 자신을 보호할 수는 없다. 디지털 환경 속의 공영방송과 공공성의 가치를 재정립해야 한다.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경영구조와 사업체계를 갖추고 콘텐츠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지금처럼 청년세대로부터 외면받아서는 미래가 없다. 이를 위해서 젊은 의사결정체계를 갖추어야 함은 당연하다. 공익성과 이를 보장하기 위한 산업적 토대가 배치된다는 구시대적 발상도 버리자. 라이언 일병은 전쟁 중 먼저 전사한 세 형 때문에 특공대의 목숨을 희생하고도 구해야 하는 귀국대상이 되었다. 조국을 위해 목숨마저 헌신한 가족에 대한 국가의 존중과 배려다. 라이언 일병을 구하기 위한 명분은 KBS 가 뼈를 깎는 고통 속에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 그럼에도 라이언 일병은 귀국을 거부하고 결기를 다졌다. 이러한 모습을 KBS에 기대해본다.
의심할 여지없는 행복의 조건은 노동이다. 그 첫째는 자기가 좋아하는 자유로운 노동이며, 둘째는 식욕을 돋우고 깊고 고요한 잠을 자게 해주는 육체노동이다. 세상 번뇌가 없는 낙원같은 생활이나 동경해 마지않는 호화로운 생활이 매력적인 것은 틀림없지만, 둘 다 어리석고 부자연스럽다. 왜냐하면 쾌락만 있는 곳에는 결코 진정한 쾌락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어쩌다가 틈틈이 찾아오는 짧은 휴식만이 진정으로 즐겁고 또 유익하다. (칸트) 육체노동은 지적인 활동을 방해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지적 활동의 질을 향상하고 이를 자극하고 촉진한다. 지적인 활동과 상상력의 활동은 둘 다 특수한 활동으로, 그 천직이 주어진 자에게만 의무이고 행복이다. 그것이 그 사람의 천직인지 아닌지는 학자이든 예술가이든 거기에 몸을 바치기 위해 자신의 평화와 안녕을 얼마나 희생하는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영원한 게으름은 지옥의 고통으로 생각해야 하거늘, 사람들은 반대로 천국의 기쁨으로 생각하고 있다. (몽테뉴) 가장 평범한 노동에 있어서도, 인간의 영혼은 그가 일을 시작하자마자 차분히 가라앉는다. 의혹, 비애, 상심, 분노, 절망...... 가난한 자도 남들처럼 이런 모든 악령에 시달린다. 그러나 그가 모든 것을 떨치고 일을 시작하는 순간 모든 악령은 감히 그에게 다가가지 못하고 그저 멀리서 투덜거릴 뿐이다. 그는 그때 비로소 진정한 인간이 된다. (칼라일) 노동은, 그게 없으면 고통을 불러오는 인간 본연의 욕구이기는 하지만 결코 덕행은 아니다. 노동을 덕행으로 끌어올리는 것은 인간이 섭취하는 영양분을 그럴듯한 선덕인 양 여기는 것처럼 가소로운 짓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 주요 출처 : 톨스토이 《인생이란 무엇인가》
굳이 점잖을 필요 없었다. 정치인의 아들이 퇴직금조로 50억 원을 받고, 부친을 통한 농지법 위반, 배우자의 몇 십억 원 주가조작 혐의, ‘이해충돌’ 상임위 소속 의원 가족회사의 몇 천억 원 관급공사 수주에도 “어쩔 건데?”라는 뻔뻔했던 표정들. 국민의 절반은 짐짓 모른척했다. 이름 모를 대학의 표창장 하나로 온 세상이 들썩거렸었건만, 그것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건들거리는 언행은 대수도 아니었다. 그저 절반의 국민은 문재인 정부가 싫었다. 부동산정책이 싫었다. 가치와 이념으로 세상을 재단하는 듯한 ‘선비다운’ 모습에 피로했다. 대통령의 권한은 제대로 사용도 못해봤다. 되레 국민의힘과 절반의 국민으로부터 ‘독재’라는 비난을 받았다. 억울할 것이다. 그런데다가 대체로 민주당을 지지하던 서울시민도 등을 돌렸다. “이번 생에서 집을 마련..
6월 1일 치러지는 광역단체장 지방선거의 주요 대진표가 거의 확정됐다. 수도권의 경우 서울은 국민의힘 소속 오세훈 현 시장의 대항마로 더불어민주당에서 송영길 전 대표와 김진애 전의원 가운데 결정된다. 인천은 민주당 박남춘 현 시장과 국민의힘 유정복 전 시장이 대결한다. 1360여만명의 인구로 최대 승부처인 경기도의 경우는 민주당의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와 윤석열 당선인의 대변인을 맡았던 국민의힘 김은혜 후보가 맞붙는다. 이번 지방선거는 0.73%라는 초박빙의 대선이 끝난 후 불과 3개월여 만에 치러진다. 그래서 대선 연장전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여야간 짙은 전운이 감돌고 있다. 지방선거가 국민의힘의 승리로 이어진다면 윤석열 차기 대통령은 국정운영에 확실한 동력을 확보하게 된다. 그러나 민주당이 이길 경우는 정반대의 상황에 직면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