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당선인의 한 예능프로그램 출연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윤 당선인이 지난 4월 20일 tvN의 토크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유퀴즈’)에 게스트로 출연하여 자신의 삶과 당선인의 일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유퀴즈’는 방송인 유재석과 김세호가 진행하는 tvN의 간판 예능 중 하나로 우리 사회 곳곳에 숨어있는 사람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보여’ 주면서 퀴즈를 통해 정보와 재미도 제공하는 ‘명품’ 프로그램이다. ‘유퀴즈’는 2022년 4월 한국갤럽에서 조사한 한국인 방송프로그램 선호도 조사에서 1위를 차지했고, 유재석은 지난 2021년 《시사인》이 발표한 ‘가장 신뢰하는 언론인’ 조사에서 손석희 앵커에 이어 2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지난 20일 방송된 ‘유퀴즈’ 150회에서는 ‘어느 날 갑자기’라는 제목으로 갑자기 인생의 방향..
5월 9일이면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를 마치고 퇴임하게 된다. 한국사회의 정치권력이 바뀌는 순간이다. 정권이 바뀌면 우리 사회의 많은 곳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정책의 기조는 물론 행정부와 기타 국가기관의 인적 구성도 대폭 물갈이되는 것이 관례이다. 원칙적으로 현 대통령이 임명한 기관장의 임기는 보장되지만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 미래 권력과 코드가 맞는 인사가 중용되는 것이 현실이다. 교육 부분도 마찬가지이다. 교육부 장관을 비롯해 한국교육과정평가원과 같은 기관들이 새로운 기관장을 맞이하게 된다. 이 와중에 올 7월에 국가교육위원회가 출범하게 되었다. 국가교육위원회는 2002년 당시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였던 이회창 후보가 공약으로 내세웠고 현 문재인 대통령이 출범을 마무리 지은 교육계의 중요한 이슈 중의 하나이다. 국가교육위원회는 교육과정 제정·고시 권한 등 미래 한국사회의 교육정책을 디자인하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국가교육위원회가 디자인한 교육정책은 교육부를 통해 실행되고 각 시·도 교육감은 교육부와의 협조체제를 통해 교육대계를 만들어갈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에서 출범을 기획한 국가교육위원회는 차기 정부가 들어서면 그 인적구성에 변화를 가져올 것이 예상되고 있다. 전술하였듯이,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면 과거 정권에서 임명된 인사는 교체가 되는 일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국가교육위원회는 총 21명으로 구성될 예정인데 대통령이 5명, 국회 추천 9명, 교원관련단체 추천이 2명이고 대교협과 전문대교협, 그리고 시·도지사 협의회가 추천한 각 1명과 교육부 차관, 시·도교육감 대표로 구성된다. 이러한 인적구성은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새 정부가 구상한 교육정책에 적합한 인물로 채워질 것이다. 물론 국회와 교원단체, 대교협과 전문대교협에서 새 정부와 현 정부의 교육정책을 조율하고 조정할 수 있는 인사를 추천하리라고 믿고 싶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하지 않을 것이다. 새 정부는 보수 성향의 정부이다. 따라서 교육정책도 과거로 회귀할 수 있다는 우려가 교육계 인사들로부터 새어나오는 이유이다. 주지하듯이, 교육은 한 나라의 백년대계이다. 교육정책과 제도의 개발과 실행은 국가 존속과 발전의 기본 토대임을 모두 모르지 않기 때문에 진보와 보수가 따로 있을 수 없다. 한 국가의 정치권력은 시소게임처럼 수시로 변하게 마련이다. 시민이 국가 권력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강력한 무기인 선거라는 제도가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수시로 변화하는 정치권력의 행방으로 인해 교육만큼은 흔들리지 않는 정책의 연속성이 요구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7월에 출범하는 국가교육위원회의 인적 구성에 정치적 고려가 개입되지 말아야 한다. 한국사회의 미래를 위한 교육 정책에 진보와 보수의 생각이 다를 수 없기 때문이다. 진보와 보수를 망라하는 교육계 인사의 국가교육위원회 구성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이다.
5년의 임기를 거의 마쳐가는 대통령의 얼굴은 부어 보였고 표정은 굳어있었다. 역대급 임기말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는 대통령은 마지막 대담에서 하얗게 불태우고 재만 남은 신갈나무 그루터기처럼 보였다. 그는 때로는 짙은 아쉬움과 회한을 비치기도 하였고 한편으론 작심한 듯 세간의 비판에 항변하고 깊은 우려를 전하기도 했다. 나는 대담을 보면서 분노를 억누르며 말하고 있음직한 대통령의 항변과 우려에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다. 스스로 아이러니라 언급했던 야당후보로 변신한 검찰총장의 당선! 곧바로 숱한 비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벌이는 집무실 이전을 둘러싼 기행들, 또 차기정권 각료인선에서 불거지는 목불인견의 잡음들을 지켜보는 대통령의 마음은 어떠할까? 탄핵이란 폐허를 딛고 애써 쌓아 올린 대한민국이란 공든 탑이 무너질지 모른다는 생각에..
언론이 언론답지 못하다는 평가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건강한 비판을 하지 못해왔던 점도 이런 비판을 받게 한 요인이다. 언론이 민주주의의 보루가 되려면, 정치가 국민 상식을 일탈할 때 개처럼 짖어대야한다. 그래서 감시견이다. 다만 감정 섞인 비판은 극도로 경계해야 한다. 감정의 개입은 언론이 짖는 소리를 의례 그런 집단 정도로 전락시킨다. 새 정부 인사청문회는 언론이 언론다움을 회복할 좋은 기회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는 지난 4월 3일 한덕수 전 총리를 국무총리로 지명했다. 10일 경제부총리를 포함해 8개 부처 장관 후보자를, 13일에는 나머지 8개 부처 장관 후보자를 지명했다.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언론의 집중 검증을 받았다. 지명 다음 날인 11일(월), 언론은 그가 윤 대통령 당선자와 ‘40년 지기’라고 보도했다. 서울대 법대 출신..
사회적 거리두기가 전면 해제되면서 나라 곳곳에서 일상 회복이 이루어지고 있다. 관광산업도 기지개를 켜고 있다. 팬데믹 기간 동안 거의 고사 위기에 빠져 있었던 여행 관련 업계는 해외여행 수요와 외국 관광객 유입 증가에 큰 기대감을 숨기지 않고 있다. 각 지방정부들도 사회적 거리두기 전면해제에 따라 그동안 억눌렸던 관광수요가 이어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본격적인 관광정책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움츠러들었던 관광욕구가 분출하고 있는 현상은 전자상거래 업체인 티몬은 지난 1분기의 국내여행 실적을 집계 결과에도 나타난다. 코로나19 확산 이전인 2019년 동기간의 실적보다 5% 높았다고 한다. 제주 여행 매출은 코로나19 유행이 시작되기 전과 비교해 22% 늘었으며, 4월 7~17일 국내여행 매출은 전달 동기 대비 105%나 크게 증가했다는 것이다. 문..
올레길을 걸을 땐 스마트폰을 내려놓는다. 길에서는 조랑말 모양 표지인 간세가, 나뭇가지에 묶인 파란색과 빨간색 리본이, 전봇대와 돌담에 붙은 화살표가 방향을 알려준다. 때때로 부슬비가 내리거나 자욱한 안개가 시야를 흐리지만 한적한 숲길이나 바다 옆길을 걸을 때면 절로 콧노래가 나온다. 어느 골목 어귀에선 집 앞에 앉아 지나다니는 이들을 무심히 바라보는 어르신에게 조심스레 인사를 건네고, 한가롭게 풀을 뜯는 소와 말을 지날 땐 반가움에 살짝 손을 든다. 잠시 생각에 잠기거나 으레 가던 방향으로 가다 보면 표지를 놓칠 때도 있다. 그럴 때면 당황하지 말고 마지막으로 표지를 봤던 곳까지 되돌아가 다시 길에 오른다. 자동차를 타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사람들은 가장 빠른 길과 시간을 검색한다. 걸을 때도 마찬가지다. 특히 초행길을 걸을 때면 모르는..
싸움과 말다툼은 쉽지만, 끝내는 것은 활활 타오르는 불길을 끄는 것처럼 어려운 일이다. 논쟁을 할 때 노여움을 느끼기 시작하면 우리는 이미 진리를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을 위해 논쟁하게 된다. (칼라일) 어떤 사람을 설득할 때는, 그 사람이 지닌 사상에 의하지 않고서는 절대로 불가능하다. 즉 그 사람 안에 건전한 사려와 분별심이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 만약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그 사람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는 것은 꿈도 꾸지 말라. 이와 마찬가지로 그 사람의 마음은 그 자신의 감정에 의해서만 움직일 수 있다. 그 사람 속에 선량한 마음이 틀림없이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내가 아무리 악의 무서움을 얘기하고 선을 칭찬해도, 악에 대한 혐오를 느끼지 못할 뿐 아니라 선을 추구해야 할 필요성도 느끼지 못할 것이다. (칸트) 이성의 승리에 가장..
z는 매일 죽고 싶었다. 엄마는 십년 넘게 정신병원에 입원 중이다. 아버지는 몸이 심하게 상하여 일을 못한다. 학교에서는 늘 난폭한 놈들의 학대를 받았다. 교사들은 결코 좋은 사람들이 아니었다. 선생님은 보통의 어른들과 다른 존재 아닌가. z는 그들을 믿지 않았다. 고교를 간신히 졸업한 z는 어두컴컴한 방안에 틀어박혀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하루 종일 죽음만 생각했다. 조금이라도 나은 미래를 위하여 작은 의지도 힘도 없었다. 죽음이 곧 해방이었다. 그래서 소멸의 날을 기다리며, 최선을 다해 절망적인 인생을 마무리 하려했다. 마침내 D-day가 다가왔다. 지옥에서 마지막으로 어떤 어른들을 만났다. 나이 스물 넘도록 단 한번도 만난 적 없는 '외계인' 커플이었다. 부모나 친척, 교사나 또래들이 일상적으로 쓰는 말과 표정, 눈빛이 달랐다. 충격이었다. 따뜻했다. 다정했다. 희망적이었다. 부드러웠다. 도움을 기대해도 될 것 같았다. 긴 시간 대화를 나누고 집으로 돌아가면서 또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태어나서 처음이었다. z는 이제 스물 여섯살이다. 마주 앉은 이가 그 누구든, 제대로 눈을 마주치지 못하던, 필요를 위한 최소한의 의사표시조차 못하던, 그래서 잠자는 시간 말고는 온통 죽음만 생각하던 위태로운 젊은이가 그 어른들과 만나서 죽음을 버리고 삶을 얻었다. z는 이 부부가 운영하는 소년희망공장의 매니저로 일하며 사이버대학의 심리학과에 들어가 공부를 병행하고 있다. 이 부부는 z와 비슷한 젊은이들ㅡ미혼모, 비행청소년, 가정폭력 피해자, 소년원 퇴소자 등 위기청소년ㅡ을 자식이나 제자, 친구나 동료처럼 관계한다. 그 그늘지고 눅눅한, 춥고 허기진 곳의 빛과 온기 자체다. 함께 일한다. 그들은 생활인으로 변화하고 있다. 2016년부터 지금까지 다 합치면 수백 명의 상처 깊은 청년들이 이 부부와의 인연으로 위기를 면했다. 솔직히 나는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렇다고 나의 역할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런 헌신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은 타고 나는 것 같다. 예순 훌쩍 넘은 부부는 잠을 줄여서 비용을 줄인다. 놈들의 이상행동으로 그만두고 싶은 좌절감을 수시로 겪는다. 그러면서 새벽명상과 기도로 또 하루를 시작한다. 이런 크리스천도 있다. 내가 이 부부의 친구인 것은 큰 명예다. 조호진 시인과 최승주 선생. 이들은 재혼부부다. 노동해방문학그룹 출신으로 오마이뉴스 기자였던 남편은 그 불멸의 사랑의 징표로 생면부지의 청년에게 신장 한쪽을 떼어줬다. 이렇게 비범한 사랑의 당사자들은 지극히 평범하고 한없이 착하다. 그 거룩함의 1할만이라도 실천하기로 작정했다. 나의 존경심은 높고 고마움은 깊다. '위기청소년들의 친구 어게인'(여가부 등록)의 홈페이지는 어게인 (sagain.org)다. 후원계좌는 KEB하나은행 630ㅡ010122ㅡ427(예금주 어게인)이다.
금발의 어여쁜 두 소녀가 피아노 앞에 있다. 한 소녀는 악보를 응시하고 다른 소녀는 건반을 두드리고 있다. '피아노 치는 소녀들(Jeune filles au piano)'. 화가 오귀스트 르누아르(Auguste Renoir)의 대표작이다. 파리에서 모델 살 돈이 없어 시골로 거처를 옮겨야 했던 르누아르. 마흔아홉에 행운을 잡았다. 프랑스정부가 룩셈부르크 뮤지엄에 전시하기 위해 '피아노 치는 소녀들'을 산 것이다. 큰돈을 번 르누아르. 난생처음 파리에 집을 사고 에소이(Essoyes)에 아틀리에도 열었다. 늦게 인생이 활짝 피었다. 하지만 젊었을 때는 무지하게 고생한 흙수저였다. 재봉사인 아버지와 삯바느질을 하는 어머니의 아들로 태어난 그. 부모님은 가난을 탈출하고자 세 살배기 르누아르를 업고 파리로 이사했다. 하지만 도회지의 삶은 만만치 않았다. 열세 살의 어린 르누아르는 결국 생활전선에 뛰어들어야 했다. 도자기공장에 취직해 문양을 넣고 부채를 그리고 장롱에 문장을 넣었다. 이때 8년간 야간학교에 다니며 장식예술과 데생을 공부했다. 그 덕일까. 르누아르는 스물한 살 때 프랑스 최고의 미술학교, 파리 에꼴 데 보자르에 합격했다. 여기서 모네를 만나 친구가 됐다. 그러나 모네는 풍경을, 르누아르는 인물을 선택했다. 사실 르누아르는 1877년 그의 나이 서른여섯에 이미 몽마르트르의 '물랭 드 라 갈레트의 무도회(Bal du Moulin de la Galette)'라는 걸작을 내 놓았다. 하지만 여전히 생활고에 시달렸고 끝없는 악평에 시달렸다. 출구가 필요했던 르누아르. 연인 알린 샤리고의 설득으로 에소이로 갔다. 샤리고의 고향인 이곳은 남 샹파뉴와 부르고뉴의 경계에 있다. 포도나무 숲으로 둘러싸여 매혹적이고 숨겨진 보물들이 많다. 그림 같은 정취의 거리들, 그 위를 덮고 있는 아름다운 돌들, 빨래하는 여인들, 우르스 강가의 아름다운 나무집들, 은빛으로 투영된 센 강의 물살과 그 속을 누비는 물고기들. 그림을 그리는 데 필요한 모든 영감을 받을 수 있는 곳이었다. 르누아르는 여기에 둥지를 틀고 한 친구에게 편지를 썼다. “나는 샹파뉴에서 농부처럼 살겠네. 내가 보기에 여기와 같은 곳은 이 세상 그 어디에도 없다네.” 르누아르는 전원생활을 하며 다시 태어났고 그의 그림은 더욱 유연해졌다. '피아노 치는 소녀들'도 여기서 탄생했다. 그림이 팔리고 비평가들의 칭찬이 시작됐다. 프랑스정부는 레지옹도뇌르 기사작위를 환갑인 그에게 수여했다. 에소이는 르누아르와 뗄 수 없는 곳이 됐다. 이 밖에도 에소이에는 191킬로미터의 둘레길이 장관이다. 독특한 풍경들로 둘러싸인 이 길을 거닐다 보면 특유의 건축물들을 만날 수 있다. 거기에 샹파뉴지방의 가스트로노미와 샴페인까지. 어느 것 하나 모자란 게 없다. 에소이로 떠나 자연과 문화와 예술을 즐기며 인생의 제2막을 구상할 수 있다면 이 보다 더 좋은 여행이 그 어디 있겠는가.
‘윤석열 정부’의 국정 청사진을 만들고 있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대통령 취임 보름을 남겨놓고 새 정부의 국정운영 원칙으로 ‘공정, 상식, 실용’을 잠정 확정했다. 안철수 인수위원장은 다음 달 3일 110개의 국정과제를 공개할 계획이다. 10년 만에 부활한 인수위가 높은 국민의 기대에 제대로 부응했는지에 대한 평가는 일단 그리 후하지 않다. 특히 ‘대통령 관저’를 어디로 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갈팡질팡’ 이미지는 자못 실망스럽다. 신용현 인수위 대변인은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가 최상위 ‘국가 비전’ 아래 6대 국정 목표, ‘국민께 드리는 약속’ 20개, 이를 구체화한 국정과제 110개의 4단 구조로 구성된다고 밝혔다. 6대 국정 목표는 ‘상식이 회복된 반듯한 나라’, ‘민간이 끌고 정부가 미는 역동적 경제’, ‘따뜻한 동행, 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