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7일자 본보 사설 ‘경기도 분도(分道), 무엇이 문제일까’에서도 언급했지만 선거철만 되면 빠지지 않고 쟁점이 되는 내용이 ‘경기도 분도’다. 지난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도 경기도 분도론은 등장했다. 이재명 후보는 “분도로 이익을 보는 것은 정치인들과 고위 공직자뿐” “북부지역은 지방 재정이 취약해 매우 가난한 도가 될 수 있어 자립 기반을 확보한 이후 분도를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윤석열 후보는 분도와 관련된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안철수 후보는 “경기도가 분도가 된다면 전라남도에 대해 전라북도가 느끼는 소외감처럼 북부지역도 유사한 소외감을 느낄 것”이라고 반대의 뜻을 표명했다. 이처럼 대선 출마 여야 후보자들은 경기도 분도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분도 움직임은 계속됐다. ‘경기북도 설치를 위한 국회..
3-3-4. 이는 축구 포메이션 중 하나지만 선거 공학 기본 틀이기도 하다. 3은 여와 야를 각각 지지하는 이른바 진보와 보수 세력이고 나머지 4는 무당파 세력이다. 선거에서 이기려면 집토끼 격인 자신의 지지 세력을 우선 묶어둬야 한다. 그런 다음 자기정체성이 불명확한 무당파층을 끌어들여야 승리할 수 있다. 무당파층의 다른 이름은 중도층이다. 진보와 보수의 중간에 끼어 있다는 뜻이다. 그런 만큼 중도는 부정적 뉘앙스를 풍긴다. 실제 중도는 많은 의심을 샀고 푸대접을 받아왔다. 격랑의 현대사에서 기회주의적 정치 세력으로 치부된 것이다. 진보 쪽에서 보면 서슬 퍼런 시대에 중도는 보수보다 더 위험한 세력이었다. 정체가 불분명한 것은 섬뜩한 공포이기 때문이다. 보수 쪽에서도 중도는 위험하기 짝이 없었다. 자신들에게 도전하는 진보세력과 별반 다르지 않..
오월은 신록의 달이다. 우열을 가릴 수 없는 꽃들이 일시에 피어 무작위로 향기를 얻을 수 있는 것도 오월이요. 하얀 밥을 머리에 이고서 하늘을 우러르는 나무의 경건함을 볼 수 있는 것도 오월이다. 꽃비를 맞으며 걸을 수 있는 것도, 꽃이 떨어진 자리에 작은 열매가 도톰히 자리는 것을 볼 수 있는 것도 오월이다. 오월을 금방 찬물로 세수한 스물한 살 청신한 얼굴이라 하는 것은 여름을 마주하고 있기 때문이고, 울바자 사이로 삐어져 나온 꽃이 더욱 붉고 아름다운 것은 경계를 초월했기 때문이다. 동네에는 아카시아 꽃 향기가 그득하다. 바람이 불어오면 양태머리를 땋아올린 꽃송이가 꿈결같이 밀려온다. 콧구멍으로 후~ 들어오고 후~ 나가고 잡힐 듯 말 듯, 그리고 수수꽃다리 향기는 얼마나 진했던가. 한 송이라도 가져오면 집안이 향기로 가득하다. 향기라도 마음껏 취할 수 있었으니 스물한 살 청춘은 무엇이든 시작할 수 있다. 그래서 맨발의 청춘이라 하지 않는가. 너무나 초라하고 가난해서 추억조차 힘겹지만 그래도 20대만큼은 빛나게 반짝인 때이다. 아무도 아니 기억하고 있다고 해도 스스로는 알고 있으니 그것은 후각 이 지각을 깨운 덕분이다. 아카시아 꽃, 수수꽃다리 향기너머 북녘의 고향사람, 아니 내가 사랑했던 사람들을 생각한다. 지금은 모내기가 한창일 것이다. 먹는 것이 입는 것보다 중요해 식의주라 하고 쌀과 강냉이를 얻으려고 온 나라가 동원된다. 이론을 실천하라고 학생도 쌀을 만드는데 참가해야 한다지만 실제로는 기한이 정해져 있는 바쁜 농사철에 노동력을 값싸게 얻으려는 것이다. 덕분에 학생인지 농사꾼인지 모를 정도로 모내기와 강냉이(옥수수) 심는 법을 배웠으니, 올해는 여럿이 심은 텃밭에서 내가 심은 채소가 그중 튼실하게 잘 살았다. 오월말 또는 6월 초까지 모내기가 끝나는데, 종아리에 붙어 떨어지지 않는 거머리 생각을 하면 인생에 다시는 논에 들어갈 일은 없겠다. 가족의 달로 분주한 남쪽에 비해 법정기념일(빨간날)이 없는 것은 사람들을 농촌에 총동원시키느라 그런지도 모른다. 도시나 농촌이나 농사일을 모르고서는 밥 먹기 힘든 곳이다. 밥을 무서워하는 비만의 시대 적게 먹으려고 갖은 노력을 하는 것과 전혀 다른 세상이다. 지금쯤 아카시아, 수수꽃다리에도 꽃이 피었을 까. 남쪽에는 꽃이 지고 있는데 북쪽에는 6월에 한창이었던 것 같다. 보리고개라 햇곡식이 나기까지 서글픈 가난에 부엌에서 맴돌 언니의 모습이 그려지는데 아마도 잘 살고 있을 것이라 애써 긍정해본다. 부지깽이도 뛴다는 바쁜 농사철에 고향에서 지금까지 잠잠하던 코로나19가 확산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남쪽에는 백신도 몇 차례 맞고 잘 견디었는데, 북쪽의 고향은 가난하고 부족하니 그래도 살아만 있어주었으면. 내가 사랑한 사람들은 별일 없었으면, 그래서 오월에 청신한 얼굴의 신부로 다시 만났으면.
조선시대 실용주의 사상인 ‘실학(實學)’을 논하자면 그 중심에 목민심서(牧民心書)를 지은 다산 정약용 선생을 먼저 세울 수밖에 없지요. 과연 “민생의 의사가 국정에 반영될 수 있도록 정치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한 그의 주장은 절대왕정 국가에서 대단한 용기로 평가받을 만해요. 그런데 다산 선생의 국가 개혁 욕망을 자극했다는 반계(磻溪) 유형원 선생의 책을 읽다가 가슴이 뛴 적이 있답니다. 다산보다 무려 140년을 앞서 태어난 반계가 남긴 반계수록(磻溪隨錄)에서 놀랍게도 ‘노비제도의 폐지’ 주장을 보았던 거예요. 조선 망국의 원흉이 국가 생존력을 떨어뜨린 신분제도라는 사실을 깨달을 즈음이었지요. 물론 오늘날처럼 ‘만민 평등’을 주창한 건 아니에요. 반계 선생은 중국의 예를 따라 ‘한 집에 기거하면서 노동을 제공하여 그 대가로 의식과 품..
하늘과 산과 호수에 담긴 구름이 조화를 이루는 아침 시간이 있습니다. 호수 수면 위 연잎은 표면적 무늬가 됩니다. 그것은 호수 내면에 감춰진 흙의 메시지이기도 합니다. 갈대는 지난 해 그 모습보다 낮아지고 빛바랜 그대로 서 있는데 그 자리에 푸른 빛 여린 대가 올라오고 있습니다. 세대교체보다 생명교체가 더 어울릴 것 같습니다. 호수 중심 낮은 말뚝에는 해오라기 한 마리가 제 쉴 곳 일번지나 되는 듯, 위에서 내리긋는 획 같은 형상으로 졸고 있습니다. 그 모양이 물속으로 스미어 물 위아래 풍경이 하나가 됩니다. 호수의 풍경이 정지된 영상처럼 가슴 속으로 스며들었습니다. 그 순간 쇠물닭 한 마리가 수면 위로 반원을 그리며 지나갑니다. 바람에 밀리는 물결은 솟아오른 아침 빛 머금어 남에서 북쪽으로 물무늬 지으며 번져갑니다. 꽃 진 자리/ 잎 솟고/ 아기 녹색..
수원서 인천공항까지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3시간 남짓 걸린다. 화성이나 용인서 출발하면 시간은 더 소요된다. 이천이나 평택, 안성은 말할 것도 없다. 간혹 버스나 지하철을 놓치게 되면 이동시간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수도권에 ‘제3의 공항’이 필요한 이유다. 경기남부지역에 국제공항이 들어설 때가 됐다. 환경은 무르익었다. 환경부, 국방부, LH 등의 전향적 움직임이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도 당선인 때부터 “중앙정부 대폭 지원”을 약속했다. 게다가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김동연, 국민의힘 김은혜 경기도지사 후보도 ‘수원군공항 이전 및 경기국제공항 건설’에 뜻을 같이 하고 있다. 공항 유치는 부산과 대구에서도 큰 이슈였다. 해당 지역사회와 정치권이 시끄러웠었다. 이렇듯 웬만한 지역에선 “신공항 OK!”를 외치며 목청을 돋우는 것이 통례다. 그런데 희한하다. 경기지역에선 “신공항 ‘NO!’” 목소리로 인해 사업이 몇 년째 표류 중이다. 가히 이상하다. ‘님비’(Not In My Backyard ; 내 뒷마당엔 안 돼) 현상과 ‘핌피’(Please In My Front Yard ; 내 앞마당으로) 현상이 뒤바뀌었다. 비근한 예로 인천국제공항 건설 때에도 반대는 있었다. “환경과 수요 문제가 예상된다.”라는 의견들이었다. 지금은 어떤가? 인천공항은 아시아 1위, 세계 8위의 허브 공항이 됐다. 고용과 소득 증대를 통해 인천시는 세계의 중심도시로 자리를 잡았다. 불모지였던 영종도는 아름다운 계획도시, 환경도시로 재탄생했다. ‘경기국제공항’도 마찬가지다. 일부 반대가 있더라도 기대효과는 정(+)의 결과로 나타날 것이다. 순차적으로 합의해 나가야 한다. 보다 나은 환경과 시설을 가지려는 인간의 욕망을 공통의 목표로 삼으면 된다. 물론 화성시와 시민들에겐 인센티브가 주어져야 할 것이다. 이번을 놓치면 경기도는 발전의 기회를 잃게 될 것이다. 경기도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대한민국이 미래 교통산업의 중심국가로 나아가기 위함이다. 수원 군공항과 성남 서울공항 이전, 화성 국제공항 신설은 ‘갈등’의 소재가 아니라 ‘도약의 기회’다. 경기국제공항 건설의 당위성은 서너 가지로 요약된다. 먼저, 경기남부지역 750만 명뿐 아니라 충청권 520만 명을 포함한 1300여만 명의 ‘국제공항 이동시간’을 줄일 수 있다. 둘째, 군공항 부지들을 첨단산업 또는 문화산업의 육성기지로 활용함으로써 고용, 생산 및 부가가치 유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셋째, 대규모 사업추진으로 화성시 서부의 난개발 문제해결은 물론, 화성시의 균형적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 그야말로 이웃 지자체 간 ‘윈-윈 전략’의 모범이 될 수 있다. 과거와 달리 화성시민 여론도 수원 군공항 이전과 국제공항 신설에 우호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 시기다. 정부는 군공항 이전 후보지 주민의 피해 최소화 등을 감안해 국제공항종합개발 ‘밑그림’을 꼼꼼하게 그려내야 한다. ‘수도권 제3의 공항 건설’이라는 국가적 사업계획이 ‘님비’와 ‘핌피’ 사이에서 표류할 때가 아니다. 한번 물어보자. 수도권 제3의 공항 건설은 님비인가? 핌피인가?
세계 곡물 시장에 불어닥친 난기류가 심상찮다. 세계 1위 팜유 생산국인 인도네시아가 지난달 팜유 수출을 중단한 데 이어 세계 2위 밀 생산국인 인도가 지난 14일 밀 수출을 금지했다. 이집트와 터키, 아르헨티나 등 다른 곡물 생산국들도 수출을 금지하거나 통제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된다. 조만간 지구촌에 혹독한 ‘곡물 전쟁’이 닥치리라는 전망이 비등하고 있다. 급속히 확산하고 있는 세계 각국의 ‘식량 보호주의’에 대응할 종합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전 세계 밀 수출의 25%를 차지하는 러시아·우크라이나의 공급량이 줄어든 뒤 한동안 ‘동아줄’ 역할을 해오던 인도마저 전격적으로 밀 수출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주요 7개국(G7)이 인도의 조치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지만 거센 ‘식량 보호주의’의 물결을 막아내기에는 역부족이다. 쓰..
칼럼 ‘심우도’를 시작할 때 쓴 글 한 대목이다. ‘... 손 모양 계(彐) 아래 만들 공(工)과 입 구(口)다. 다시 쓰면 左(좌)와 右(우)다. 아래는 손목에 점찍은 마디 촌(寸)이다. 어둠 속 안개바다를 좌우로 손 내밀어 나아가는 발걸음이다...’ ‘심우도’는 만해(卍海) 한용운 선생을 생각하며 지은 이름이다. 연애편지 같은 시(詩)도 남겨 청춘남녀에게도 인기 높은 스님 만해, 뜻은 깊되 말은 쉽다. 큰 스승이다. 왜놈들 제국주의 아래서 치욕의 삶을 살았던 그의 집 이름이 심우장(尋牛莊)이다. 남향(南向) 피해 총독부와 등을 졌다. 절집 빙 둘러 바람벽에 그려진 심우도(尋牛圖) 그림과 뜻 같으리라.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마음에서 비롯해 끝내 아지랑이로 스러지는 모든 사물(一切 일체)을 담은 집이면 그건 우주다. 비유의 세계다. 아지랑이 같은 이 비유는 그 바탕이 그..
17개시도 교육감선거가 이번에도 깜깜이 선거로 치러질 전망이다. 교육감선거는 시도지사선거와 똑같은 광역선거인데도 대중적 인지도가 없는 교육계인사들이 소속정당도 없이 나오는지라 일반유권자 입장에선 누가 누군지 알 수 없는 깜깜이 선거가 될 가능성이 구조적으로 매우 높다. 중앙선관위와 지역선관위가 특별한 책임감으로 달려들어서 교육감선거가 깜깜이 선거가 안 되도록 적극행정을 펼쳐야만 하는 이유다. 중앙선관위의 지침에 따라 지역선관위와 지역 언론이 합심해서 교육감후보들의 언론노출기회와 정책토론기회를 최대치로 올려놓는다면 교육감선거가 깜깜이 선거가 될 수 없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강원, 경기, 전북, 광주의 현역교육감은 3선을 채웠거나 고령을 이유로 출마하지 않는다. 이런 ‘무주공산’ 지역에선 후보들 간에는 몹시 치열한..
지역 일꾼을 뽑는 6·1 지방선거가 후보 등록을 마치고 본격적으로 막이 올랐다. 광역단체장 17곳을 포함해 2324개 선거구에서 총 7616명이 등록했고 선출 인원은 4132명으로, 평균 경쟁률은 1.8대1이다. 공식 선거운동은 모레(19일)부터 시작돼 13일 동안 진행된다. 지방정부의 예산집행·인허가·단속권 등은 중앙정부보다 우리 실생활에 더 밀착돼 있다. 과거 중앙집권적 권위주의 시대와는 달리 갈수록 지방자치 본연의 역할이 확대되면서 지역별로 복지 환경 교통 문화 등이 다양하게 차별화되고 있다. 특히 지방정부의 역량에 따라 인구소멸 위기를 맞던 자치단체가 다시 활력을 찾고 창의적인 관광인프라 등이 구축돼 먹거리를 소생시키는 사례가 적지 않다. 지방정부의 최적임자를 찾아내는 일은 지역경제와 개개인 삶의 미래와 직결된 중대사다. 그러나 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