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손현숙 명달리 꼬부라진 길을 가다 해 아래 턱 받치고 눈꼬리 바싹 치켜뜬 칸나 꽃을 보았다 빨간 혀, 날름거리며 여자가 몰래 씹어 뱉는 욕 같다 고년! 참, 홀랑 까지기도 까졌지 무서운 것 하나 없다는 듯 초롱같은 눈을 뜨고 어디 다! 덤벼 봐 8월 염천에 겁도 없이 길가에 깨 벗고 서 있는 고년, 원경에서도 혈흔이 낭자하다 - 시집 ‘손’ / 2011 간혹 길을 걷다보면 눈에 띄는 오르막길의 수레도 있고 보도블록 틈 비집고 나오는 민들레의 노란색도 발견한다. 어디 그뿐이랴, 운 좋으면 공터 콩밭에서 푸두둑 떼 지어 날아오르는 참새 떼를 만나기도 하듯이 시인은 명달린 꼬부라진 길에서 칸나와 맞닥뜨린 것이다. 이 지점에서 재미있는 발상이 시로 완성된다. 참으로 맛깔스런 여자다. 전혀 기죽을 것도 없다. 당당하다. 스스로를 지키겠다는 굳은 의지까지 엿볼 수 있은 당참이 사랑스럽기까지 하다. 칸나를 여자로 아니 시 그 자체로 해석하는 지점이 명쾌하니 즐겁다. 팔월 무더위에도 깨 벗고 서서 어디 다! 덤벼봐 하는 두려울 것 없는 자신감, 그럼에도 먼 거리에서 칸나의 싱싱한 혈흔이 눈에 띄면 그 매혹에 빠져 잠시 가던 길 멈춰 설 것이다.…
지난 1991년 풀뿌리 지방의회가 무보수 명예직으로 출발한 신분이 유능한 인사들을 많이 배출하는 취지로 2006년 유급제로 전환됐다. 하지만 지금 우리 지방의회는 어떤가. 풀뿌리 민주주의의 산실로 불려야 할 지방의회가 감투 욕심에 여야를 막론한 이합집산에 약속 파기는 기본이고 심지어는 최근에 경남의 한 지방의회가 의장자리를 나눠 갖기 위해 피를 낸 손각락으로 각서까지 참으로 조폭이나 다름없는 막장 드라마 수준을 보였다. 오직했으면 민주주의의 근간을 이루는 기초의회가 과연 이대로 유지되어야 하는지, 기초의회는 폐지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이유가 아닌가 싶다. 요즘 김포시의회도 이와 전혀 다를 바가 없어 보인다. 후반기 의장단 선출과 상임위 자리를 놓고 지금껏 원구성조차 못하고 거듭된 파행이 시민들에게 감투싸움으로 비춰지기 때문이다. 김포시의회는 전반기때 여야가 5섯씩 동수였던 것이 보궐 선거로 졸지에 새누리당이 다수당이 되다보니 더민주당은 후반기 의장단 표결 선출을 해봐야 질 것이 뻔하다며 회의장에서 기권을 해버렸다. 하지만 이에 앞서 더민주당은 사전 협의 과정에서 상생 취지로 새누리당측에 부의장과 상임위 1석을 요구한 바 있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지난 8일 한국과 미국이 한반도에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를 배치키로 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그러자 북한은 이튿날인 9일 함경남도 신포 동남방 해상에서 잠수함 탄도미사일(SLBM)로 추정되는 미사일 1발을 발사했다. 이러한 가운데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10일 주한미군에 배치될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도 요격할 수 있다고 밝혀 주목을 끌고 있다. 한 장관은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한 SLBM이 동해안 동북방에서 한반도를 향해 발사된다면 사거리 2천㎞의 미사일이라 사거리를 조정해 쏠 텐데 무수단 미사일과 같은 맥락에서 사드로 요격 가능하다고 답했다. 한 장관의 말이 사실이라면 한반도의 사드배치는 적절한 조치로 볼 수 있다. 사드 배치의 조기 발표는 북한이 지난달 22일 감행한 무수단 중거리탄도미사일 발사도 요인이었다. 사거리 3천㎞가 넘는 무수단은 한반도 유사시 미군 증원전력이 있는 주일 미 기지와 태평양 괌 미 기지를 겨냥한 미사일이다. 그래서 국내외 일부 반대 움직임이 있었지만 사드 배치는 북한 미사일에 대한 억지력 강화와 동북아 안보의 균형을 이루는 차원에서 내린 신속하고도 단호한 결정이다. 그러나 미국 영토…
경기도가 7일 안산시, 화성시, 시흥시와 함께 ‘경기만 에코뮤지엄’ 조성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식 자리엔 이 사업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내듯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제종길 안산시장, 채인석 화성시장, 김윤식 시흥시장이 모두 참석했다. 이날 협약식으로 경기만 에코뮤지엄사업은 본궤도에 올랐다. 이 사업은 경기만 안산시-화성시-시흥시 일대에 산재한 역사, 생태, 문화자원을 보존하고 재생하고 예술적으로 승화시키기 위한 것이다. 박물관이라고 해서 실내에 유물이나 전시물을 갖춰놓고 보여주는 것이 아니다. 소장품의 수집과 진열에 치중하는 일반적인 박물관과는 다른 새로운 형태의 박물관이다. 외국에서의 에코뮤지엄은 인기가 높다. 현재 300여곳이 있다고 하는데 이 중 200여곳이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럽에 기반을 두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안동 하회마을 경우가 에코뮤지엄 방식과 유사하게 운영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에코뮤지엄은 과거를 거쳐 현재에 이르기까지 주민들이 살아가고 있는 삶의 터전 자체에 ‘지붕 없는 박물관’을 조성해 관광자원화하는 것이다. 지역의 전통문화 유산과 자연환경을 보호하고 계승하면서 이를 관람객들에게 알리고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도록 해준다.…
유명 연예인의 성폭력 사건으로 각 언론사들은 경쟁을 하듯이 다투어 사건을 기사화 하였다. 하지만 그 기사들을 접하면서 사건의 진실여부보다 유명연예인 대 ‘접대부’ 및 ‘성매매여성’으로 그려지는 기사들과 기사를 보고 달아지는 댓글들이 불편하기만 하다. 어려서 직업의 귀천은 없다고 배웠다. 하지만 우리가 사는 사회는 직업에 따라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이 존재한다. 우리가 21세기를 산다고 해도 여성폭력의 대한 인식은 여전히 제자리라는 것에 가슴이 답답하다. 매일 성폭력 사건은 일어난다. 검찰청 성폭력사범 처리 현항 사전 공표자료에 따르면 지난 1~4월까지 접수된 성폭력 사범은 총 1만278명으로 하루에 약 85명의 성폭력가해자가 입건되었다. 이 통계는 신고를 하여 사건이 된 건수이다. 저희 기관에 상담이 접수되어도 사건으로 가는 건수는 10% 미만이다. 이러한 사실을 볼 때 성폭력의 90% 이상이 신고조차 되지 않고, 경찰에 신고해도 제대로 접수되지 못하는 사건들을 생각한다면 얼마나 우리사회에 성폭력이 얼마나 만연한지 실감할 수 있다. 성폭력이 사회에 이슈가 되었던 것은 침묵하지 않고 피해생존자들이 용기를 내어 &lsqu
우기다. 또한 부패의 계절이기도 하다. 이틀 전 식탁 위에 밥 한 그릇 올려놓고 강원도 여행을 다녀와 보니 꽃이 하얗게 피어있다. 푸릇하고 흰 꽃이 빈 집을 지키겠다는 각오라도 한 듯 지구처럼 부풀어 있다. 습도도 높고 기온도 높다보니 먹을거리에 신경을 많이 써야할 때이다. 도마며 행주 등 주변 환경을 청결히 하고 가족 건강에 각별히 유의해야겠다. 이런 날씨엔 보리쌀 듬성듬성 섞인 밥에 새콤하게 익은 열무김치 듬뿍 넣고 고추장 한 숟가락에 들기름 조금 얹어 쓱쓱 비벼먹으면 일품이다. 식감이 좋아 눅눅해진 몸과 마음이 생기를 되찾는 느낌이 든다. 보리밥 생각을 하니 문득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장맛비가 연일 내리던 날 보리밥 집으로 점심을 먹으러 갔다. 보리밥에 칼국수를 시켜 놓고 있는데 누군가 와서 아는 척을 한다. 초면인 듯 구면인 사람이다. 미처 알아보지 못하니 본인 소개를 한다. 언젠가 우리 매장에서 피아노를 구입한 소비자다. 먼저 알아보지 못한 미안함과 아는 척 해주는 고마움이 함께 했다. 자기가 그동안 많이 아파서 못 알아봤을 거라며 민망함을 덜어주었다. 그 분도 일행이 있었고 나도 일행이 있으니 간단히 인사를 하고 각자 식사를 했다. 그 분이 먼저
1996년 3회 개인전을 수원과 서울에서 마치며, 오랜 꿈을 갖기 시작했다. 수원에서 국제미술계로 직접 가는 그림길을 만드는 것이다. 그후 일본부터 시작하여 세계각국의 전시를 참여 하던 중 2014년 35년동안 뉴욕에서 작품활동을 하며, 100회 전시회를 기획한 옴즈아트갤러리 천세련 디렉터로부터 초청 전시가 왔다. 마침 수원화성미술제를 보러 행궁재에 오신 염태영 수원시장님께 수원미술의 뉴욕 진출의 중요성을 최선을 다해 설명하여 지원을 구두로 허락을 받았다. 2015년 1월, Passion of Korea란 가장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보여주기 위한 한국섬유예술을 개인전 주제로 삼았다. 출발하기 전날 도착한 20개의 액자는 내가 원한 두께보다 커서 포장을 하니 엄청난 크기가 되었다. 처음으로 동행자 없이 책임감을 느끼며, 홀로 뉴욕행 비행기를 타면서부터 에피소드는 시작되었다. 뉴욕뉴왁 공항에서 엄청난 크기의 짐을, 나의 아트작품인 아크릴박스라고 해명과 더불어 따로 검사까지 받으며 나왔다. 늦은밤 공항에서 천세련 선생님을 만나 뉴저지 유리공장을 개조한 스튜디오에 도착했다. 작가라면 혼자서 지내야 한다며 내일 아침 10시에 보자라는 인사말과 함께 나를 건물속에 놓고…
우리나라가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사실은 역사 문헌에도 잘 나와 있다. 삼국사기에는 779년 경주지방에 발생한 지진으로 100여 명이 사망했다는 내용이 있으며, 고려사에도 1311년 왕궁이 무너지고 땅이 수 척(尺)이나 갈라졌다고 적혀 있다. 또 왕조실록에 기록된 조선의 지진은 1533건이나 된다. 시기는 15∼18세기에 집중되어 있다. 1565년 9월부터 1566년 1월까지 평안도에선 100여 차례나 지진이 잇달아 발생했다는 내용도 있으며, 1643년 울산 근처에서는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지진 기록도 있다. 이 같은 사실로 보아 예부터 한반도 전역에서 지진이 발생해 사회가 큰 혼란에 휩싸였다는 사실을 미뤄 짐작할 수 있다. 지진이 무서운 것은 인명과 재산 피해가 크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보다 더 무서운 것이 있다. 예측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세상의 모든 예측 중 가장 어려운 게 지진이란 말도 있다. 수십억 년에 걸쳐 형성된 지구 내부의 에너지가 한순간에 변화를 일으켜 분출되는 것을 꼭 집어내는 게 불가능에 가까워서다. 일부 학자는 지진 예측분야를 지진학에서 아예 제외하자고 주장하기도 한다. 예측가능성이 너무 낮아 학문이 아니라는 얘기다. 지금까
냉면 /김천영 문 앞에 걸어 논 냉면이라는 글자가 바람에 하얗게 흩날리던 곳 첫 월급 타 설레며 냉면을 먹던 곳 눈이 수북이 쌓인 달밤을 걸어 그대와 그 집에서 처음 냉면을 먹던 날, 왜 울면서 뛰쳐나갔는지 이제야 그 마음 알 것 같습니다 이렇게 늦게 - 시화 / 경기 민예총 시화전 / 2016년 6월 마르셀 프르스트에게 홍차에 적신 마들렌이 있다면 시인에겐 추억의 냉면이 있나보다. 사람들은 저마다 마음에 사무치는 음식이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그 때 그 장소에서 함께, 혹은 무슨 이유로 혼자서 쓸쓸히 먹은 음식의 맛엔 그 때의 감정이 내재해 있다. 음식 특유의 맛 속에 어떤 질감으로 남아 그 음식을 대할 때마다 곱씹히는 경우가 많다. 눈이 수북이 쌓인 달밤을 걸어 처음 그대와 냉면을 먹던 날 왜 울면서 뛰쳐나갔는지 이제서, 이렇게 늦게서야 그 마음 알 것 같다는 시인의 말에 아쉬움이 남는다. 그 때의 정황을 순식간에 펼쳐 놓는 냉면 한 그릇의 힘이 새삼 크게 느껴진다. /최기순 시인
한국은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다. 그 징후도 자주 발생하고 있다. 지난 5일 울산 해역에서 관측 이래 5번째로 강한 규모 5.0의 지진이 발생했다. 2014년 4월1일에도 태안군 서격렬비도 서북서쪽 100㎞ 해역에서 규모 5.1의 지진이 발생했다. 이보다 강한 지진도 있었다. 1978년 기상대 관측이 시작된 이후 남한에서 관측된 가장 큰 지진은 1978년 9월 16일 충북 속리산 부근과, 2004년 5월 29일 경북 울진 동쪽 약 80㎞ 해역에서 발생했던 규모 5.2 강도였다. 역사 속에서도 우리나라의 지진은 자주 언급된다. 779년 3월에는 지진으로 가옥이 무너지고 사망자가 100여명이나 발생했다고 한다. 조선왕조실록에도 땅이 갈라지고 성벽이 무너지는가 하면, 마른 하천에서 흙탕물이 솟구쳐 오르는 진도 6.5도 정도의 지진이 한반도 전역에서 빈번히 일어났다. 지진은 지금도 이 땅과 바다에서 진행 중이다. 일본이나 네팔, 에콰도르, 터키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많은 국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특히 지난 2005년 이전 건축된 민간건축물의 경우 내진설계가 거의 안 된 상태여서 더욱 그렇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규모 7.0이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