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34)씨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오른쪽 어깨랑 팔이 너무 아파서 동네의원에 가서 진료 받고 어깨충돌증후군 진단으로 주사를 맞았는데 여전히 아프네요.” 3주 간의 물리치료와 약물치료(진통소염제와 근육이완제)를 하고나서 이전보다는 조금 수월해진 듯 하지만 여전히 찌르는 것과 같은 통증이 남아 걱정이라고 전했다. 이런 김씨의 경우 진료상 어깨쪽의 원인보다는 경추에서부터 시작되는 흔히 ‘목디스크’라고 불리는 질환이 강하게 의심되었고, MRI 촬영 결과, 경추 5·6번 사이에 우측방향으로 튀어나온 디스크가 6번 신경을 압박하고 있었다. 그만큼 어깨 통증을 일으키는 회전근개 질환이나 충돌 증후군 또는 손저림을 유발할 수 있는 수근관 증후군 등이 경추디스크를 간과하게 만들거나 마스킹(Masking)할 수 있으며, 어떠한 경우에는 경추디스크와 동반되어 의사들을 당혹스럽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경추디스크의 대표적인 증상은 경부통(뒷목의 통증)이 아닌 어깨로부터 손에 이르는 저린감(방사통)이다. 이러한 저린감을 방치하여 증세가 오래되거나 디스크의 양상이 심해지면 일부에서는 마비증세라 불리는 감각의 저하나 근력의 약
오는 2021년 설립될 국립철도박물관의 입지선정을 앞두고 전국 지자체의 유치열기가 뜨겁다. 국립 철도박물관은 국토교통부가 1천억원을 들여 추진하는 사업으로 철도 역사 문화관과 철도 산업 과학 기술관, 어린이 철도 테마 파크 등 철도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시설이 들어선다. 국토부는 올 10월 최종 후보지를 선정할 예정인데 이미 전국에서 10개가 넘는 지자체가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의왕시 대전시 충북오송 등 3개 지역으로 압축됐다는 게 정설이다. 그중에서도 의왕시의 제반 여건이 가장 유리하다. 당초 부곡이라는 지명인 지금의 의왕시 삼동 192번지 일대는 일제강점기인 1940년 조선총독부가 철도기지화했다. 철도종사자들을 위한 소규모 신도시를 계획하고 그 1차 단계로 관사단지(官舍團地)를 조성했다. 철도관사라는 이름이 아직도 남아있는 이유다. 이 지역은 수도권에서 유일하게 남아 있는 일제강점기의 철도관사여서 문화적 가치가 높다. 더욱이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철도특구로 지정된 도시다. 충주산업대학교와 의왕 철도대학이 통합된 한국교통대학과 철도박물관, 한국철도기술연구원, 한국철도공사 인재개발원 등 세계적 수준의 철도시설이 한 자리에 모여 있다. 철도의 상징성이 그
어쩌면 경기도에서 새로운 형태의 ‘의원내각제’를 보게 될지도 모르겠다. 경기도에서는 남경필지사의 공약인 연합정치(연정)이 실행돼 야당이 추천한 이기우 사회통합부지사가 환경·여성·보건복지분야의 도지사 권한을 이양 받아 도정의 한축을 맡고 있다. 이처럼 이미 경기도에는 연정이 시행되고 있는데 또다시 ‘파격적’이라고도 할 수 있는 연정인 지방의원내각제 방안이 논의되는 것이다. 경기도 의원내각제 문제는 지난 11일 열린 경기도의회 도정질문에서 양근서 의원(더민주·안산6)이 제시했다. 양 의원은 “남 지사의 연정을 통해 야당 추천 사회통합부지사가 환경·여성·보건복지분야의 도지사 권한을 이양 받고 있는데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B.C)주의회처럼 지방의원이 각 분야 장관을 맡는 의원내각제 도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라고 질문했다. 지방자치제가 발달한 캐나다의 B.C주의회는 의원내각제가 모범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집권여당인 43명의 자유당 의원 중 20여명이 수상과 환경부장관, 재정부장관 등 지방 장관을 맡고 있다. 의원내각제는 정부의 성립과 존립이 의회의 신임을 필수조건으로 한다. 내각책임제 또는 의회정부제라고도 하는데 책임정치가 실현되며 국민의 요구에 민감하게 반
이제 50세가 된다. 수원문학이 그렇게 연령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사람으로 치면 중년에 들어선 것이다. 황금기에 이르렀다고 할 수 있다. 이날, 우리 문학인들은 화성박물관 강당에서 기념식을 가졌고, 축하 놀이도 가졌다. 뜻 깊은 일은 수원문학의 발전을 위해 생전에 많은 애를 쓰셨던, 제12대 회장인 수필가 고(故) 이재영님에게 공로상을 드렸다. 이를 대신해 감사패를 받으신 미망인인 고령의 이재희 여사는 아주 감개무량함을 피력하였다. 이와 아울러 노작 홍사용시비건립을 하였고 제1회 경기문학상을 수여하였으며 수장자로 소설가 한천석님이 선정되어 영예로움을 안게 되었다. 수원시뿐 아니라 화성, 오산까지 아우르는 수원문학은 그 규모가 한층 넓어졌다. 초기에는 회원이 84명이었는데 180명으로 증가하였고, 현금에는 250명으로 확산된 것이다. 경하할 만한 회원 수가 된 것이다. 이날 기념식에는 귀한 분들이 대거 참석해 자리를 빛내 주셨는데, 최동호 한국시인협회장, 이광복한국문이협회 부이사장, 전애리 수원예총회장을 비롯해 역대 지부장, 고문, 및 회원 등100여 명이 참석하여 풍성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이밖에 정미경국회의원, 백혜련국회의원, 수원시의회의 한규흠 문화복지교
바쁘게 일하는 틈틈이 창밖 풍경을 살핀다. 아침나절은 별로 보이지 않던 움직임이 오후가 되면서 눈에 띈다. 손에 조그만 카네이션 바구니나 예쁘게 포장된 선물을 들고 다니는 사람들이 보인다. 모두들 밝은 얼굴이다. 어버이날을 앞두고 일 년에 하루뿐인 날을 그냥 지나지 않는 것 같다. 나도 속으로 기대를 하고 있는데 어머님께서 뜻밖의 말씀을 하신다. 늦게 퇴근해서 너무 힘들 것 같으면 다음에 오라고 하셨다고 이해는 하지만 서운한 마음에 아들에게 전화를 했다. 늦기도 하고 다음날이 친구 결혼식이라 힘들겠다고 하는데 말로는 괜찮다고 했지만 서운한 마음이 든다. 취업하고 처음 맞는 어버이날인데 친구 결혼식에는 가면서 엄마는 뒷전이라는 생각에 꼭 버림받은 느낌이다. 그리고 중간에서 생각 없는 말씀을 하시는 어머니도 서운하고 무심한 남편도 일을 하면서 마주치기도 싫었다. 어느새 이팝꽃이 탐스럽게 피고 나뭇잎이 연둣빛에서 초록으로 너울을 쓰기 시작한다. 이웃한 종묘상 앞은 주차장을 방불케 한다. 밭에 심을 온갖 모종들이 잠시 햇빛 아래 앉아 있으면 금방 팔려나간다. 농사일에 서툰 사람들은 한참을 둘러보며 구경을 하고 모종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신기하게 들여다보고 조심스럽게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 인구 100명 중 6명이 알코올, 마약, 도박, 인터넷 중독자로 추정, 전체 국민 4명 중 1명은 전 생애에 걸쳐 한 번 이상의 우울, 불안 등 정신건강의 문제 경험. 이러한 실태는 우리나라 국민의 정신건강이 얼마나 위험한 수준인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최근 정부에서는 ‘행복한 삶, 건강한 사회를 위한 정신건강 종합대책’을 발표하였다. 1995년 정신보건법이 제정된 이래 범정부 차원의 최초의 정신건강정책 발표이다. 너무나 늦은 감이 있지만, 이를 계기로 보다 체계적이고 통합적인 국가 정책을 기대해 본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정신과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으로 인해 치료를 기피하여 방치하거나 적절한 치료시기를 놓쳐서 심각한 문제로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 정신건강문제 발생시 약 15%만이 정신건강 서비스를 이용하며, 증상이 나타나고 최초 치료가 이루어지기 까지 1.16년(84주)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정신건강 종합대책에서도 다양한 정책을 제시하였다. 동네의 일반 의원을 방문했을 때에도 우울이나 불안 등의 정신과적 문제를 스크리닝할 수 있도록 하였다. 시군구 정신건강증진센터
‘지혜열(知彗熱)’이라는 게 있다. 젖먹이 유아들의 몸에서 성장과 면역계를 자극하기 위해 스스로 내는 생리적 발열을 말한다. 주로 돌 이전에 자주 발생 하는데 어디가 딱히 아프지도 않은데 갑자기 열이 나 엄마들이 놀라기도 한다. 아이의 깜냥에 버거울 만한 지혜를 얻게 될 때 발생한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이렇듯 어린 아이들은 성장과정에서 부쩍 크거나 다소 벅찬 걸 익힐 때 갑자기 아프거나 열이 오르는 경험을 자주 하게 된다. 이른바 ‘성장통’이라는 것이다. 한바탕 앓고 나면 몰라보게 달라지지만 앓는 동안엔 힘들고 괴롭다. 아이에서 청소년이 될 때도 비슷한 경험을 한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은 없다’는 위로의 말도있지만 고통은 결코 만만치 않다. 그 과정을 넘기나 싶으면 인생 항로는 성년으로 이어진다. 우리 선인들은 이러한 과정을 잘 넘기라는 의미로 특별한 날을 정해 성년식을 치러줬다. 그리고 성인의 의미를 확실하게 깨우쳐 주고 그에 따른 책임과 의무를 각인 시켰다. 따라서 관례를 혼례나 장례 제례 못지않게 중시했고 성대하고 엄숙하게 치렀다. 성년으로여긴 나이는, 남자의 경우 ‘비로소 관을 쓴다’는 약관(弱冠) 20세였으며 여자는 ‘꽃다운 나이’라는 뜻의
꽃산 찾아가는 길 /김용택 오늘도 나는 당신 속에 저뭅니다. 당신을 찾아 나선 이 화창한 긴긴 봄날 긴긴 해 다 질 때까지 당신을 찾아가는 길이 멀고 험할지라도 물 막히면 물 건너고 산 막히면 산 넘듯, 당신 늘 꽃 펴 있다는 그리움 하나로 이겨갑니다. 가다가 가다가 해 저물면 산 하나 되어 산속에 깃들었다가 해 떠오면 힘내어 갑니다. 당신 만나 환히 꽃 필 저기 저 남산은 꽃 없는 쓸쓸한 산 아니라 해맑은 해 어디나 돋는 나라, 눈 주면 늘 거기 꽃 피는 당신 찾아 오늘도 지친 이 몸 당신 찾아가다가 저녁연기 오르는 마을 저문 산 속에 산 되어 깃듭니다.- 김용택시집 ‘꽃산 가는 길’ / 창작과 비평 저도 당신 속에 저뭅니다. 저문다는 거, 그립다는 거, 쓸쓸하다는 거, 우리 모두의 그림자입니다. 어쩌겠습니까. 그러나 꽃은 핍니다. 반드시 피어납니다. 피어날 것입니다. 우리는 믿습니다. 헛된 약속을, 그래도 더욱 믿습니다. 꽃에 속지 않겠다고 다짐을 하건만 겨울이 혹독할수록 더욱. /조길성 시인
우리나라에서 등록번호 2만 번째 변호사가 나온 것은 2년 전이다. 1906년 등록번호 1번에서 시작해 2006년 1만 번째 변호사가 탄생하기까지 근 100년이 걸렸던 데 비해, 2만 번 변호사가 탄생하기까지는 8년여 밖에 걸리지 않았다. 매해 1천500~2천명씩 변호사가 배출되고 있는 현 상황을 고려할 때, 5~7년 이내에 3만 번째 변호사가 탄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추세대로라면 현재 변호사 1인당 인구수는 3천여 명에서 2020년경 2천430명까지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머잖은 시기에 미국처럼 ‘배고픈 변호사’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보인다. 벌써부터 새내기 변호사, 로스쿨 변호사의 몸값이 뚝 떨어져 사무실 유지도 어렵다는 아우성이다. 뒤집어 보면 서민·중산층도 합리적인 비용으로 전문가의 법률조력을 받아볼 만해졌다는 얘기가 되지만 날이 갈수록 질이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변호사는 아직도 판·검사, 의사 등과 함께 이른바 ‘사’자 돌림으로 상류계층의 존경받는 직업으로 분류된다. 변호사가 이처럼 대접받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직업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사법연수원의 소정과정을 이수해야 하는 등 엄
제라늄 /박진성 꽃잎에 수천 톤 욕망이 앉아 있다 육중한 신체가 타오르고 있다 여름의 한가운데 여린 불기둥 아서라, 꽃잎에는 아무것도 없다 쪼그리고 앉아 한 잎 먹으면 피가 잘 돌겠다 가까스로 사랑의 입구에 서 있다 살인적인 태양의 한 가운데서 꽃잎이 몸을 열었다. 수천 톤의 욕망으로 이글거린다. 마주대하는 시인은 그것을 육중한 신체가 타오르는 것이라 했다. 여린 불기둥이라고 생각을 더하다가 돌연 꽃잎에는 아무것도 없다고 자신의 욕심을 비우고 처음 마음으로 맑아진다.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의 마주 보는 것은, 새로운 시작이며 무안한 가능성을 내포한다. 피가 잘 돌 것만 같은 한 잎, 화자의 입 꼬리가 올라간다. 슬며시 웃는 귀가 붉어진다. 두근거리는 주머니가 열리고 조몰락거리는 손가락에 붉은 물이 든다. 사랑의 첫발을 떼려는 입구가 붉게 달아오른 것이다. /정운희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