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라늄 /박진성 꽃잎에 수천 톤 욕망이 앉아 있다 육중한 신체가 타오르고 있다 여름의 한가운데 여린 불기둥 아서라, 꽃잎에는 아무것도 없다 쪼그리고 앉아 한 잎 먹으면 피가 잘 돌겠다 가까스로 사랑의 입구에 서 있다 살인적인 태양의 한 가운데서 꽃잎이 몸을 열었다. 수천 톤의 욕망으로 이글거린다. 마주대하는 시인은 그것을 육중한 신체가 타오르는 것이라 했다. 여린 불기둥이라고 생각을 더하다가 돌연 꽃잎에는 아무것도 없다고 자신의 욕심을 비우고 처음 마음으로 맑아진다.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의 마주 보는 것은, 새로운 시작이며 무안한 가능성을 내포한다. 피가 잘 돌 것만 같은 한 잎, 화자의 입 꼬리가 올라간다. 슬며시 웃는 귀가 붉어진다. 두근거리는 주머니가 열리고 조몰락거리는 손가락에 붉은 물이 든다. 사랑의 첫발을 떼려는 입구가 붉게 달아오른 것이다. /정운희 시인
중앙정부나 지방정부 구분할 것 없이 선거가 끝나면 논공행상이 벌어진다. 아니라곤 하지말자. 왕정시대로 말하자면 공신록(功臣錄)에 등재된 인사들에 대한 자리를 마련해주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당선자 시절인 2012년 12월25일, 이명박 정부 말기에 청와대 출신 인사들이 공공기관에 재취업하자 “전문성이 없는 인사들을 낙하산으로 선임해서 보낸다는 얘기가 많이 들리는데 다음 정부나 국민께도 큰 부담이 되는 일이고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전문성 있는 사람들이 등용돼야 한다는 것이다. 원칙은 그게 맞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현 정부 역시 심한 낙하산 인사를 하고 있다는 국민들의 비난을 받고 있다. 낙하산 인사와 함께 비난을 받는 것은 공신들을 위한 산하기관을 만드는 것이다. 경기도의 경우 산하 공공기관이 민선 출범 이후 5개에서 19개가 늘어나 현재 24개나 된다. 해당 기관 임?직들은 머리띠를 매면서 존재이유를 주장하고 있지만 국민들은 방만하다고 지적한다. 이에 도는 외부 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지난 3월28일 24개 기관을 13개로 통폐합하는 내용을 제시했다. 예상대로 반발은 컸다. 해당 공공기관은 물론 업무와 관련 있는 경기도의회…
세월이 흐르수록 그리운 아버지를 부를때면 눈물이 먼저 고인다. 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큰 남동생은 날이 갈수록 돌아가신 아버지와 닮아 간다. 현재 기무사령부의 전신인 특무대(Counter Intelligence Corps, CIC-1950년대, 군사 기밀을 다루던 육군본부 소속 특무부대의 약칭) 출신인 아버지를 모든 사람들은 어려워 했다. 하지만 난 아버지의 무거움이 무척 좋았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라고 쓰여 있는 아버지 방에서 앞뒷장이 떨어져 나가 제목을 알 수 없는 시집에 있던 시가 너무 좋아 어린시절 아무 뜻없이 외웠던 그 시가, 대학 입학 직전 소련의 혁명시인 블라디미르 마야코프스키의 “이별의 시” 란 걸 알았을때의 그 지적인 충격, 다락방에 굴러 다니던 일본말로 된 만화책을 열심히 보았는데 그것이 세계명작전집이란 알았을때의 국민학교 시절의 경이로움. 일본어와 중국어, 역사에 능통한 아버지와의 식사 시간이 어느때에는 2시간씩 되었을 때도 어린시절 저려오는 다리를 꼬집으며서 나는 자리를 지켰다. 너무 흥미 진진하고 재미 있었기 때문이다. 아버지를 통해서 아버지처럼 생각하기, 아버지처럼 세상하고 대면하기를 익혔다. 아버지가 안 계실동안…
인간의 건강을 위해서 불량식품의 유통은 반드시 근절되어야 한다. 먹거리는 국민건강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늦게나마 경기도가 식품범죄 소탕작전에 나섰다. 먹거리 문화정착을 위한 범도민적 참여가 절실한 때다. 도민의 건강은 아량 곳 없이 업자의 이익만 앞세워 부정불량식품을 제조·유통·판매하는 범죄를 근절시켜야 한다. 안전한 먹거리 확보만이 도민건강을 지켜갈 수 있다. 눈앞의 이익을 앞세워 부정불량식품을 교묘하게 제조·유통·판매하는 범죄가 근절되지 않아 문제가 심각하다. 경기도에서 부정불량식품이 사라질 수 있도록 다음달 1일부터 식품범죄 소탕작전에 돌입한다. 식품범죄 근절 방안으로 단속방식의 변화, 처벌강화, 입체적 홍보 등 3대 전략을 추진해간다. 우선적으로 단속 인력을 대폭 확대하여 기존 일회성이던 단속방식을 시리즈 시스템으로 전환한다. 이를 위해 경기도특별사법경찰단과 식품담당부서 직원, 시·군 식품담당공무원 등 총 490명의 정규단속반을 편성해 다음달 1일부터 대대적인 합동단속에 나선다. 소비자식품위생감시원과 모니터링 단체 회원이 불법행위 제보를 받는 민관합동작전도 추진해간다. 단속 대상은 시기와 계절에 따라 많이 소비되거나 단속 사각지대 등을 고려해 선정한
경기도가 ‘넥스트(NEXT) 경기농정 비전’을 선포했다. 내용은 오는 2020년까지 도내 농가소득을 5천만원까지 끌어 올려 전국 1위로 만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도내 공급되는 친환경 농수축산물을 현 21만5천톤 수준에서 43만t까지 확대하고, 농산물 판로확보를 위한 다팜(Farm)플랫폼을 구축하는 등 실천목표도 설정했다. 도가 이런 목표를 세운 것은 이유가 있다. 러시아 태생의 미국 경제학자·통계학자로서 1971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석학 시몬 쿠즈네츠는 “농업의 발전 없이 중진국이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것은 어렵다”라고 단언했다. 그런데 이는 사실이다. 미국, 스위스, 덴마크, 네덜란드 등 선진국은 모두가 잘 아는 초일류 농업국가이다. 선진국일수록 농업이 국가의 당연한 핵심 산업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 이유는 농업이 사람의 생명인 식량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머지않아 식량의 무기화가 현실화될 것이다. 그 때는 돈으로 식량을 살 수 없다. 그런데 식량이 풍족하지 않아 대부분을 수입해 먹고 있는 우리는 무슨 배짱인지 농업과 농촌을 도외시하고 있다. 국가의 미래, 국민의 생명과 직접적으로 연관돼 있는 농업을 중시하지 않고 선진국이 되려 하고 있다. 정부가 말
서해안은 어족자원이 풍부하며 해외진출의 중요한 거점이다. 꽃게가 대량으로 생산되는 곳으로 어부들은 생계를 이어간다. 어부들은 고기를 잡아 생계를 유지하기 때문에 어족자원은 삶의 근원이 된다. 현재는 꽃게 조업 철인데 중국어선의 불법 조업으로 어민들의 피해가 심각하다. 꽃게를 마구잡이식으로 포획하므로 수산자원을 고갈시켜 갈 수 있다. 어민과 해양자원을 보호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대처해 가야한다. 인천지검과 인천해경의 철저한 단속과 엄중한 처벌이 절실하다. 성장하지 못한 어족을 싹쓸이하는 중국어선의 횡포를 강력히 막아야 된다. 어족자원의 보호는 미래사회의 중요한 먹거리를 지켜가는 일이다. 외교적 노력과 더불어 법규개정에 의한 엄한 처벌이 요구된다. 인천지방검찰청은 인천해양경비안전서와 불법조업 대책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바란다. 최근 극심하게 늘어나고 있는 중국어선의 배타적 경제수역을 침범하는 불법어업과 영해침범 어로행위 등 해경의 단속에 대한 저항이 점점 조직화되고 폭력화되어가고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 최근 관계기관 간담회에서는 불법조업에 이용된 선박의 적극적 압수 및 몰수와 나포과정에서 폭력행사시 공무집행방해죄로 엄단키로 하였다. 선장이 도주할 경우 기소중지와…
최근 SNS에서는 진중권 교수의 ‘정신분열 이상자’ 발언이 논란거리가 되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7주기 추도식에 참석한다는 소식을 접한 진 교수는 “친노심판하겠다는 분이 봉하마을에 추모하러 온다고 한다”면서 “정신분열 이상자는 따로 있는 것 같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안 대표는 봉하마을 추도식에 참석하기로 했다가 졸지에 ‘정신분열 이상자’ 소리를 듣는 처지가 되어버렸다. 진 교수가 국민의당 지지자와 논쟁을 벌이다가 나온 말이라고는 하지만, 이쯤 되면 예를 벗어나도 크게 벗어났다는 비판을 피할 길이 없게 되었다. 우선 시시비비를 가려야 할 것은 사실관계이다. 안 대표가 그동안 더민주 내부에 있는 계파 패권주의를 비판해 오기는 했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특별한 비판을 했다는 얘기를 접한 적은 없다. 반대로, 고인에 대해서는 언제나 존경의 마음을 표해왔던 것으로 알고 있다. 야당 내부의 특정 계파에 대해 비판적 태도를 취했다고 해서 노 전 대통령을 추도할 자격이 없다고 한다면, 이는 고인을 정치적 방패막이로 이용한다는 의심을 받게 되어있다. 노
감사의 달이라고 한다. 감사도 날을 정해 뜻을 전한 게 언제부터였던가? 예전에는 절기에 따른 세시풍속이 있어 하늘에 감사를 많이 올렸다. 자연의 변화와 뗄 수 없는 농사가 일상 속의 기릴 날들을 만들어 감사하며 나누게 한 것이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무슨 기념일을 정해 특별하게 기리고 즐기는 데 익숙해졌다. 감사에도 유효기간이나 적정온도가 있을까만, 오월은 특히 감사를 살펴야 할 날이 많다. 일삼아 짚어봤더니 다른 달보다 기념일도 훨씬 많이 잡혀 있다. 근로자의 날,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성년의 날, 5·18민주화운동기념일, 발명의 날, 방재의 날, 바다의 날, 거기에 석가탄신일까지 10일이나 되니 그야말로 무슨 날들의 행진이다. 이름 붙은 날 특히 챙겨야 할 가족과 주변까지 돌아보면 누구나 몇 번씩은 감사를 표해야 하겠다. 언뜻 번거롭고 피곤하고 지갑 걱정부터 나오는 게 바로 감사의 달에 담긴 고충이다. 삐지려는 신음을 참으며 달력을 보는 오월의 속사정들이 짚이는 까닭이다. 감사가 비싸다는 것은 그래서만은 아니다. “평화는 비싸다”는 말에 꽂혀 돌아보다 감사도 그렇다는 생각에 끄덕인 것이다. 평화 유지를 위해 세
우주에 쏘아 올려 별을 관측하는 망원경은 1990년에 나왔다. ‘허블망원경’이 그것이다. 지금도 지구 상공 610㎞ 궤도에서 놀라운 성과들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이것으론 지구와 유사한 환경을 가진 외부행성을 찾기가 어렵다고 판단한 NASA는 2009년 한 단계 더 발전한 ‘케플러 우주망원경’을 쏘아 올렸다. 그리고 ‘행성 사냥꾼’이란 별칭답게 2010년 1월 처음 지구로 조사 결과를 보내 왔다. 총 2700여 개의 외부행성 후보군을 추적하고 132개의 행성을 발견했으며 2013년 4월에는 생명체 서식 가능성이 높은 슈퍼지구 2개를 발견 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보내온 자료를 분석한 결과 현재 지구 크기정도 되는 행성은 68개이고, 288개는 슈퍼 지구 사이즈, 662개는 해왕성 크기, 165개는 목성 크기, 19개는 목성의 2배정도나 된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사실 케플러 우주 망원경은 2012년 설계수명이 종료 됐었다. 2년 전에는 고장이 나 폐기될 뻔한 우여곡절도 겪었다. 그러나 지난해 화려하게 부활, 미션을 수행하며 100여개의 외계행성을 더 찾아냈다. 따라서 NASA는 수명을 2016년까지로 연장한바 있다. 앞으로 그의 임무는 2017년 발사할 ‘테
아버지·1 /최서연 동짓달 시퍼렇게 눈뜨면 문지방 앞에 귀 틀린 세숫대 물을 놓고 번데기 같은 발을 담그셨다 물이 꿀, 럭, 이는지 발이 꿀, 럭, 이는지 들여다보는데 근질거리는 발뒤꿈치에서 물크러진 껍질을 벗겨내는 것이 있었다 막걸리 찌꺼기 또는, 콩 비지 같기도 한 물컹한 것은 나비가 되고 싶은 맨발의 숱한 날갯짓이었을까 아버지 나이가 된 봄날 날개 가장자리가 몇 군데 파인 네발나비가 냉이꽃 제비꽃을 넘나들며 내 시린 발을 녹이고 있다 - 계간 ‘아라문학’ 겨울호에서 들일로 만신창이가 된 아버지의 모습은 그대로 우리들의 모습이었다. 육신이 닳고 닳아 허물어져가도 끝내 아무 말 없이 묵묵하게 일만 하시던 아버지의 모습에서 우리는 우리가 살아내야 할 인생의 지난한 미래와 그리고 아름답고 가치 있는 희망도 함께 보며 살았다. 아버지의 꿋꿋한 모습이 기억 속에 지워지지 않고 살아남아 있어 우리는 힘이 들어도 견디며 산다. 아버지의 허물처럼 벗겨지는 각질이야말로 죽는 날까지 잊지 못할 우리네 소중한 사랑이며 지순한 가르침이 아닐까. /장종권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