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망증도 신이 내린 축복이라고 했던가. 망각이 살면서 얼마나 큰 힘이 되고 치유가 되는지는 말할 필요가 없다. 특히 어려운 일을 겪었을 당시에는 버티고 서 있을 힘조차 없을 만큼 괴롭고 힘들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고통도 조금씩 옅어지고 다시 희망을 찾게 된다. 건망증 때문에 실수하거나 난처한 상황이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특히 지천명의 세월을 넘기면서 부쩍 기억력이 떨어지고 수시로 이것저것 찾아 헤맨다. 장롱 문을 열고서서 무얼 찾으려 했는지 망설이고 냉장고를 열고도 무얼 꺼내려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며칠 전에는 웃지 못할 해프닝이 있었다. 딸애가 운전면허증 갱신할 때가 되었다며 엄마는 언제 하느냐고 묻는다. 까마득한 이야기다.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면허증을 갱신해야 한다는 생각조차도 없이 살았다. 운전면허증은 딸 아이 여섯살 때 땄고 갱신은 한 번 정도 한 것 같다고 했더니 1년이 지나면 면허증이 취소된다는 말에 정신을 번쩍 들었다. 남편도 면허증 재발급 받은 기억이 없어 서둘러 챙겨보니 아뿔싸 2014년 8월까지다. 그렇다면 무면허로 차를 끌고 다녔다는 것이다.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1년이 지나면 취소되고 5년 안에는 신체검사와 이론 시험만 보
중간시험기간을 이용해 스페인과 포르투갈에 다녀왔다. 휴가기간이 아님에도 가는 곳마다 한국의 젊은이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었다. 휴학 중인 대학생들도 있었고 휴가를 낸 직장인들도 있었다. 두세 명이 함께 여행하는 경우도 있었으나 혼자 여행하는 청춘들도 많았는데 여성들이 대부분이었다. 낯설고 물 설은 이역에서 적응하며 새 삶터를 개척하는 이민자의 삶도 여성들이 우월한 바를 한인이주사에서도 확인한 바 있었는데, 새로운 것을 보고 체험하면서 삶의 지혜를 얻고자하는 탐방여행에서도 여성들의 도전정신이 우월한 듯했다. 첫 방문지인 마드리드에서는 여러 가지 점을 고려해서 한인민박집을 찾았다. 마드리드시내와 근교인 톨레도와 세고비아 여행에 편리한 마드리드 시청사가 있는 솔광장 인근의 중년의 자매가 운영하는 S민박을 선택했다. 가격이 주변의 다른 숙소와 비교할 때에 결코 저렴한 것이 아니었지만, S민박이 아침밥 외에 김밥도 챙겨주고 주변 여행지에 대한 유용한 생생정보를 준다는 평판 때문이었다. 스페인 마드리드에만도 한인민박이 20여 곳이 한인여행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젊은이들만이 절약여행 차원에서 호텔보다 호스텔 혹은 한인민박을 애용하는 것이 아니다. 가족단위 여행객들도
2015년 중국의 한 손해보험사가 초미세먼지(PM 2.5) 농도가 일주일 연속으로 공기 1㎥당 300㎍을 넘을 경우, 대기오염 관련 질병 진단시 최대 180만 원의 보험금을 지급하는 ‘미세먼지 보험’ 상품을 출시했다. 인기는 폭발적이었다. 가히 살인적이라는 중국의 대기오염에 떠는 국민들의 심리를 그대로 반영됐다고 해서 화제였다. 최근 들어서는 매일매일 미세먼지와 황사에 대한 일기예보가 끊이지 않는 우리나라에서도 날씨보험의 하나인 ‘스모그보험’이나 ‘미세먼지 보험’이 등장할 날도 멀지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들의(?) 공습이 예사롭지 않기 때문이다. 미세먼지는 다양한 호흡기질환의 원인이 된다. 기도를 자극해 기침이나 호흡곤란을 불러오고 천식이나 만성폐쇄성 폐질환이 있는 환자는 상태가 급격히 악화될 수도 있다. 특히, 호흡기, 심천질환자, 영·유아와 청소년, 노인, 임산부 등은 미세먼지 노출로 인한 위험성이 일반인보다 훨씬 크기 때문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그러나 미세먼지가 더욱 공포스러운 것은 ‘보이지 않는 킬러(Killer)’라 불릴 정도로 소리 없이 생명을 위협한다는 사실이다. 지난해 4월, 수도권 30세 이상 성인 가운데 1만5천명이 대기오염으로 기대수명
새벽밥 /김승희 새벽에 너무 어두워 밥솥을 열어 봅니다 하얀 별들이 밥이 되어 으스러져가 껴안고 있습니다 별이 쌀이 될 때까지 쌀이 밥이 될 때까지 살아야 합니다. 그런 사랑 무르익고 있습니다 오래전 새벽을 여는 어머니가 있었을 것입니다. 두 시간을 걸어 학교에 가는 아이도 있었을 것입니다. 아이의 잠이 새벽을 뒤척거릴 때쯤 어머니의 밥은 뜸이 들고 있었을 것입니다. 하늘에는 별들이 새벽을 두드리고 있었을 것입니다. 아이를 깨우고 다 된 밥을 밥상에 올리면 어머니의 거친 손등도 함께 상에 올랐을 것입니다. 그 밥을 먹고 학교에 가는 아이의 발걸음은 살이 차올랐을 것입니다. 피가 돌고 있었을 것입니다. 아이는 밥알처럼 뜨거워졌다가 밥알처럼 으깨어지기도 하며 청년이 되고 어른이 되어갔을 것입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가고 뒤돌아다보는 날이 왔을 것입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밥은 있는데 어머니는 사라지고 없는 것을 발견할 것입니다. 문득 거대한 사랑이었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아이는 쓸쓸함과 외로움과 후회 같은 것들을 껴안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것입니다. /김유미 시인
유럽비즈니스센터가 수원에 개소되었다. 경제 불황에 시달리고 있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기대가 모아진다. 유럽과 경기도경제협력은 실질적 도움을 실현해 갈 수 있다. 경기도와 경기과학기술진흥원은 수원광교비즈니스센터에서 유럽외교사절단과 기업대표 및 국내관계자 150명이 참석한 가운데 유럽비즈니스센터 개소식을 가졌다. 유럽비즈니스센터에는 영국과 스웨덴 등 6개국 기술 강소기업의 한국 진출을 지원할 6개 컨설팅 전문회사가 상주하게 된다. 지역기업발전을 위한 협력을 통한 경제발전을 도모해가게 될 것이다. 러시아, 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 헝가리, 영국 등 5개국 23개 기술강소기업과 연구소는 유럽비즈니스센터 활용에 합의하였다. 러시아 담당 경러기술센터와 스웨덴을 비롯한 북유럽 담당 STPC, 헝가리 담당 AK글로벌 등이 활동한다. 이들 컨설팅회사는 중소기업진흥공단에서 지정하는 해외 민간네트워크와 해당 지역기업에 대한 유럽기업의 한국진출에 큰 성과가 기대된다. 도내 중소기업과의 협업도 추진 중에 있다. 유럽비즈니스센터는 경기도가 인프라를 구축하고 민간 기관이 활동하는 민관협업 오픈플랫폼이란 차원에서 기존 투자유치 전략과 차별화된다. 경기도가 보유한 우수한 기업정보와 산
과천시가 전국에서도 손꼽힐 정도로 살기 좋은 도시라는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올해로 시 승격 30주년을 맞는 과천시는 ‘제2의 강남’ 이라고 불리기도 했는데 정부의 신도시 건설계획에 의해 조성된 친환경 행정타운이다. 도시기반시설이 잘 갖춰졌고 주변에 관악산·청계산, 양재천 등 자연환경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과천서울대공원, 서울랜드 등 유수의 테마파크와 국립과천과학관, 국립현대미술관, 경마공원 등 문화와 과학, 레저가 어우러져 전국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였다. 특히 정부종합청사가 위치해 있어 한국의 대표적 행정도시로서 위상이 높았다. 주민의 삶의 질도 높아 경기도가 지난 2004년과 2014년 각 시군별 연령별 사망률을 토대로 기대수명을 산출한 결과 가장 높은 기대수명을 보인 지역이 과천시(86.7년)였다. 이를 뒷받침하는 것이 지난 2010년 통계청이 발표한 인구센서스 자료다. 과천시의 경우 월평균 소득이 424만6천원, 대졸자 이상 비율이 71%, 전문직 비율 34.4%로 지역주민의 사회경제적 수준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지난 몇 년간 정부 과천청사 주요 부처들이 세종시로 이전한 후 행
해질녘 /박복영 땅거미 덜컥 어둑해졌다 문풍지 떨어 문설주에 기댄 노인의 귀는 심란心亂하다 둘 데 없는 바람의 거처가 손에 쥔 둥근 문고리처럼 차가웠다 꺼진 알전구처럼. 달빛 들여 귀를 닦아도 문지방을 넘지 못한 바람은 주춤했다 처마아래 시래기다발 툭툭, 말라가는데 머위 잎을 다 씻기지 못하고 지나는 빗방울들 노인의 귀 바깥에서 울다 갔다 땅거미가 내리고 어둑해진 저녁은 쓸쓸하다. 그 무렵 혼자된 노인은 있는 곳이 어디든 아마 더욱 외롭고 쓸쓸할 것이다. 하물며 바람까지 부스스한 머리카락을 날리는 날, 기다려도 찾아 주는 이 하나 없는 어스름 속에서는 아마 온몸이 눈물을 흘렸으리라. 혹여 무거운 침묵 속에 빠진 문고리를 잡아당기며 그만 생을 떠나는 상상을 하지는 않을까. 그러나 노인이여, 그동안 온갖 풍상을 견뎌왔듯이 그대는 말라가는 시래기다발을 잡고 고독한 울음을 참아야 한다. 다시 빗방울이 찾아와 머위 잎을 깨끗이 씻기는 날이 올지니. 바람에 문풍지 떨리고 달빛이 스며드는 방에 홀로 앉아 우주의 소리에 겸허하게 귀를 기울여야 한다.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고 하지 않는가! /송소영 시인
충남 당진에 거주하던 79세 어르신이 안양에 사는 딸네집에 찾아와 최근 심해진 다리통증에 대해 호소하였다. 최근 동네 마을회관까지 가는 길에 다리가 저려서 버스 한 정거장 거리도 안 되는데 2~3번은 앉아서 쉬어야 된다는 게 그 이유였다. 그 어르신은 주말에 응급실을 통하여 입원하게 되었고 입원 후 시행한 몇 장의 X-ray 사진은 그간 어르신의 생활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 정도였다. 인간의 몸은 아쉽게도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노화가 진행되는데, 척추는 노화가 시작되는 속도가 빨라 젊은 나이인 40대 이전, 빠르면 20대 중반부터 시작된다. 노화의 진행에 따라 척추 뼈나 후관절, 주변부의 인대들이 두껍게 되고 커지면서 몸통이라고 할 수 있는 척수의 통로인 척추관도 좁아지게 된다. 뿐만 아니라 뿌리에서 파생되는 가지가 지나가는 통로인 추간공도 좁아짐에 따라 허리통증뿐만 아니라 엉치(엉덩이)나 다리 밑으로의 통증을 더 호소하게 된다. 문제는 이러한 하지의 방사통, 즉 하지의 저린 증세가 허리디스크와 척추관 협착증 모두에서 발생을 하게 되는 것인데, 척추관 협착증이 허리디스크와 다른 점은 바로 ‘파행’이라는 단어로 설명
주말에 시골읍내에 가면 가끔 5일장을 만나게 된다. 장터 모습은 어릴 적 같지는 않지만 여전히 호떡, 각종 튀김, 호미를 비롯한 간단한 농기구들, 그리고 여러 가지 색의 플라스틱 그릇들, 체육복, 채소, 심지어 푸줏간까지 노상으로 나온다. 한 바퀴 시찰하는데 한 시간이면 넉넉하다. 본 것 또 보고 그 다음 장날에도 똑같은 풍광과 똑같은 품목, 똑같은 사람들을 만나지만 그 누구와도 눈인사조차 않고 눈 구경만 하고 장터를 빠져 나온다. 시골사람들의 활기차게 살아가는 모습과 집에서 기르거나 지역에서 채취한 온갖 것들이 한 자리에 모여 북새통을 이룬다. 그래도 이 안에는 터의 위계와 질서가 있고 엄연히 상도덕이 살아있다. 장터를 갈 때는 양복을 입고 가면 뭔가 어울리지 않을 것 같고 불편하기도 하니 집에서 편하게 걸치고 있던 체육복 차림에 봄날 햇빛 가릴 모자와 색안경을 끼고 장 안을 어슬렁거리게 된다. 초로에 색깔 있는 체육복에 칼라로 영어글씨가 새겨진 운동모자를 쓴 것은 봐주겠지만 그 차림에 색안경까지 썼으니 누가 봐도 참 가관이었을 것이다. 이 가관을 사실은 본인만 모르고 있다. 행인들의 눈길을 의식할 즈음 강남 오빠스타일이라서 바라보는 줄 천부당만부당한 착각
지금까지 임시공휴일로 지정된 사례 중 가장 의외로 받아들이는 것은 무엇일까. 사람들은,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한 1969년 7월 21일을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우리나라도 아닌 미국의 우주선이 달에 착륙한 날을 무엇 때문에 임시공휴일로 지정을 했는지 알 수 없다는 게 이유다. 재미있는 사례도 있다. 한일월드컵이 폐막한 다음 날인 지난 2002년 7월 1일은 우리 축구가 사상 처음으로 월드컵 4강에 진출한 것을 자축하기 위해 지정된 임시공휴일과 88올림픽 개막식이 열린 1988년 9월 17일 지정된 임시공휴일이 그것이다. 이러한 것들을 포함 그동안 정부 지정 임시공휴일은 모두 56차례 있었다. 각종 선거와 국민투표일 37차례, 대통령 취임일 8차례 등 국가적인 요인이 대부분이었다. 1962년 4·19와 5·16기념일, 박정희 전 대통령 내외의 국장일까지 합치면 더 그렇다. 휴일은 아예 없어도 그렇지만 흔해도 곤란하다는 얘기가 있다. 공휴일이 늘어나면 긍정·부정 효과가 함께 나타나기 때문이다. 특히 특별한 날을 임시로 정해 공휴일로 삼을 경우 더욱 그러하다. 긍정적인 효과로는 민간소비 활성화로 내수가 진작되고 경기가 살아나며 휴가 분산 및 관광소득 증대까